LG이노텍ㆍ삼성전기 주가의 비밀 

카메라모듈 시장은 2024년까지 연 9%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사진=연합뉴스]
카메라모듈 시장은 2024년까지 연 9%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국면에서 비교적 선방했다.” LG이노텍과 삼성전기의 1분기 실적을 받아본 시장의 평가다. 하지만 의문이 하나 있다. LG이노텍과 삼성전기의 실적은 그리 안정적이지 않았다. 비교점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실적이 오락가락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두 기업은 증시에서 관심을 받았다. 무엇 때문일까. 답은 카메라모듈 사업에서 찾을 수 있다.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코스피지수가 여전히 2000포인트 수준을 밑돌고 있다. 시총 10대 기업들도 회복세가 더디다. 물론 모두 그런 건 아니다. 코로나19 쇼크를 딛고 이전 주가를 빠르게 회복하고 있는 기업도 있다. 카메라모듈 분야에서 경쟁하고 있는 LG이노텍과 삼성전기는 그런 기업에 속한다. 

5월 14일 기준 LG이노텍의 주가는 14만3000원이다. 연초 대비 2.88% 올랐다. 코로나19 쇼크를 완전히 넘어섰다는 얘기다. 삼성전기의 주가는 11만9500원으로, 연초 대비 5.53%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코스피지수(1924.96)가 같은 기간 11.50% 하락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나쁜 성적표는 아니다. 

두 기업의 주가가 ‘안정세’를 유지하는 이유는 뭘까. 실적이 좋아서일까. 그 영향이 없지는 않다. LG이노텍의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6.9% 늘었고, 영업이익은 흑자전환했다. 삼성전기의 매출 역시 같은 기간 증가했다. 

하지만 오로지 실적 덕분에 주가가 올랐다고 보긴 어렵다. LG이노텍의 매출과 영업이익을 지난해 4분기와 비교해보면, 각각 32.2%, 34.1% 줄었다. 삼성전기는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8% 감소했다. ‘비교점’을 달리하면 성적표가 달라지는 셈인데, 두 기업의 2분기 실적 전망 역시 신통치 않다.

다수의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스마트폰 출하량 감소와 소비 침체로 2분기 실적이 1분기보다 더 나빠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더구나 2분기는 계절적 비수기에 해당한다. 

그럼 LG이노텍과 삼성전기의 주가 상승세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시장은 두 기업의 ‘카메라모듈 사업’을 주목한다. LG이노텍의 1분기 전체 영업이익은 1380억원인데, 광학솔루션 사업의 영업이익이 1260억원으로 91.3%를 차지했다. 삼성전기는 전체 영업이익 1645억원 중 715억원(43.5%)이 모듈솔루션 사업에서 발생했다. 카메라모듈 사업이 두 기업을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유가 뭘까. 일단 스마트폰에서 카메라 사양 경쟁이 치열하다. 스마트폰의 외관은 폴더블처럼 혁신 디자인이 아닌 이상 크게 바뀔 게 없다. 편의성 역시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를 개선하는 것 빼곤 달라질 게 많지 않다. 

카메라는 다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발달로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어 올리는 게 일상이 됐다. 새롭게 도입되고 있는 증강현실(ARㆍAugmented Reality) 서비스도 카메라가 없으면 불가능하다. 제조사들이 스마트폰의 카메라 개수를 대폭 늘린 건 이 때문이다. 실제로 카메라 신기술 경쟁도 치열하다.

올해 초 출시된 삼성전자 ‘갤럭시S20 Ultra’의 후면카메라는 1억800만 화소에 달하고, 100배 디지털 줌이 가능하다. 기존 초고화질 영상(4K UHD)보다 화소수가 4배 더 많은 8K UHD 화질로 동영상을 촬영할 수도 있다. 지난해 10월 출시된 애플의 ‘아이폰11 Pro’는 적외선으로 얼굴을 인식하는 기능(페이스 ID)을 탑재했다.

최근 제조사들은 카메라 구멍을 숨겨 디스플레이의 빈공간을 줄이는 ‘UDC(Under Display Camera)’ 기술을 누가 먼저 구현해 시판하느냐를 두고 경쟁 중이다. LG이노텍과 삼성전기의 카메라모듈 사업이 시장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이유다.

그렇다고 카메라모듈 수요가 스마트폰에 한정돼 있는 것도 아니다. 카메라가 필수인 분야가 점점 늘면서 관련 시장도 커지고 있다. 사물인터넷(IoT)의 발달과 함께 성장하고 있는 스마트 가전엔 이미 카메라모듈이 사용되고 있다. 로봇청소기가 공간을 인식해 구석구석 돌아다닐 수 있게 하거나 에어컨이 카메라로 사람 수를 감지해 에너지효율을 개선하는 식이다. 냉장고에는 식재료 상태를 확인하는 용도로 카메라가 사용되기도 한다. 

각종 보안이나 복지시스템에도 카메라모듈이 필요하다. 사람이나 사물이 지정구역을 이탈하면 사용자에게 즉시 알람을 송출하는 IoT 카메라가 대표적이다. 이를 통해 독거노인이나 치매환자 등 사회적 약자와 노동자에게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예방하고 줄일 수 있다. 


 

자동차에도 ‘진화된 카메라모듈’이 탑재되는 추세다. 전방의 물체를 감지해 스스로 긴급제동하고 차선을 유지하는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을 비롯해 전방의 교통정보 수집, 앞차와의 간격 유지, 교통 표지판 인식, 상향등 자동 제어 등의 기술을 구현하려면 카메라는 필수부품에 가깝다. 향후 자율주행 자동차 개발과 5G 통신기술의 발달과 함께 시장은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을 종합할 때 IT기술 발달과 함께 카메라는 점차 고사양화되고, 제품당 개수도 늘어날 것이다. 수요 증가 역시 필연적인 흐름이다. 지난해 한국수출입은행이 “카메라모듈 시장은 2018년 271억 달러(약 33조원)에서 2024년 457억 달러(약 56조원)로 연평균 9%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건 이 때문이다.

LG이노텍과 삼성전기 주가의 반등 원인도 여기에 있다. “코로나19가 단기 악재일 수는 있어도 장기적 성장성은 꺾지 못한다”는 시장의 시그널이 두 기업의 주가를 뒷받침했다는 얘기다.

김정덕ㆍ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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