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소환된 구자원 LIG 회장

구자원 LIG그룹 회장 일가가 LIG건설의 기업어음(CP)을 부정 발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구 회장과 두 아들은 10월 17~18일 검찰에 소환돼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다. LIG건설이 법정관리에 들어간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부도처리가 될 CP를 발행했다는 것이다.

 
LIG그룹의 수백억원대 ‘기업어음(CP) 부정 발행’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윤석열)는 10월 18일 구자원 LIG그룹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했다.

이날 오전 9시40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청사에 나온 구 회장은 ‘사기성 CP 발행 사실을 알고 있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검찰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만 말했다. 이어 ‘CP 발행과정에서의 분식회계 및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한 질문에는 고개를 저으며 혐의를 부인했다. ‘두 아들은 (CP 발행 사실을) 전혀 몰랐나’는 질문에 대해선 “네”라고 짧게 답했다.

검찰은 이날 구 회장을 상대로 LIG건설의 기업어음 발행에 관여했거나 보고를 받은 적이 있는지, 법정관리를 앞둔 LIG건설의 기업어음을 발행한 이유 등을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또 검찰은 CP 발행을 통한 자금으로 비자금을 조성했는지와 분식회계를 지시했는지 여부 등에 대해서도 조사했다.

구 회장은 LIG그룹이 자회사인 LIG건설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신청(3월)을 앞두고 지난해 2월 28일부터 3월 10일까지 금융기관에서 약 242억 규모의 기업어음을 부정 발행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를 받고 있다. 당시 LIG건설이 발행한 2000억원대의 CP 중 약 1876억은 회생절차 신청으로 부도 처리됐다. 이 같은 사실은 증권선물위원회가 지난해 8월 구 회장과 LIG건설을 검찰에 고발하며 알려졌다.

▲ 사기성 CP 발행 혐의를 받고 있는 구자원 LIG그룹 회장이 10월 18일 서울 서초동 중앙지검으로 출석하고 있다.
검찰은 10월 17일 구 회장의 장남 구본상 LIG넥스원 부회장과 차남 구본엽 LIG건설 부사장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18일 오전 5시경까지 19시간 가량 고강도 조사를 벌였다. 구 부회장 등은 검찰 조사에 앞서 “CP 발행은 법정관리 이후에 들었다”며 “분식회계는 들어본 적도 없고, 비자금은 있지도 않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아울러 구 부회장은 아버지와 동생이 모두 함께 검찰 조사를 받는 심경에 대해 “착잡하다. 잘하려고 했는데 이 지경까지 와서…”라며 “검찰 조사에 열심히 임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은 9월 19일 LIG그룹 본사 및 계열사, 총수 일가의 자택 등 10여곳을 압수수색하고, 강희용 LIG건설 대표를 비롯한 그룹 및 계열사 핵심 임원들을 수차례 불러 조사하면서 구 부회장 등이 CP 발행에 깊숙이 개입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LIG그룹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진행된 LIG건설의 CP 발행 사건의 (검찰) 조사 과정”이라며 “확실하게 혐의가 밝혀진 것이 아니다. 앞으로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1999년 LG그룹에서 분리된 LIG그룹은 LIG손해보험을 중심으로 한 금융부문과 방위•건설•서비스 사업을 펼치고 있다. 건설사업은 2006년 부도 난 건설회사 건영을 인수, LIG건설을 설립하며 시작했다. 이후 LIG건설은 한보건설(2009년)을 인수하며 사업을 확장해나갔다. 하지만 건설경기 침체로 재무구조와 경영상태가 악화돼 2013년 3월 법정관리를 신청했고, 9월 회생계획을 인가받았다.

박용선 기자•조현아 뉴시스 기자 brave11@thescoop.co.kr | @itvf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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