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저 산 너머

고 김수환 추기경의 어린 시절을 소재로 한 영화 ‘저 산 너머’가 개봉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고 김수환 추기경의 어린 시절을 소재로 한 영화 ‘저 산 너머’가 개봉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절망이 있는 곳에 희망을 어두움에 빛을 슬픔이 있는 곳에 기쁨을 가져오는 자 되게 하소서.” 기도가 곧 삶이었던 고故 김수환(1922~2009년) 추기경. 그의 어린 시절을 소재로 한 영화 ‘저 산 너머’가 코로나19로 얼어붙은 극장가에 작은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영화는 1928년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사랑하는 엄마와 아픈 아버지를 위해 신부보다 인삼장수가 되고 싶은 7살 소년 수환을 따라간다. 영혼이 맑은 수환이 믿음을 키워가는 성장기 속에 고향의 그리움과 훌륭한 어머니의 참된 교육, 서로에게 힘이 되는 가족 사랑을 담고 있다. 

김 추기경의 어린 시절을 다룬 첫번째 극영화로 고故 정채봉(1946~2001년) 동화작가의 「바보별님」을 원작으로 했다. 「바보별님」은 정 작가와 김 추기경의 대화를 바탕으로 했다. 1993년 소년한국일보에 연재한 작품 ‘저 산 너머’를 엮은 책이다.

「바보별님」의 영화화 소식은 종교를 넘어서 환영을 받았다. 특정 종교의 신념을 강조하는 영화가 아니라서다. 사단법인 평화의길 이사장 명진스님은 “김수환 추기경님은 종교라는 좁다란 울타리를 뛰어넘어 넓은 가슴으로 품어 안으셨던 분이다”면서 “어른이 없는 시대, 그가 더욱 그리워진다”고 전했다. 기독교 이해동 목사는 “지극히 인간적인 성직자 김수환 추기경의 진면목을 보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저 산 너머’는 베테랑 배우들의 열연으로 주목받고 있다. 영화 ‘사바하’ ‘나를 찾아줘’ 등으로 주목받은 이항나는 수환을 올바른 가르침으로 이끌어주는 어머니 역할을 맡았다. 작품마다 완벽한 캐릭터 소화 능력을 보여준 안내상은 독실하고 믿음직한 아버지 역으로 분했다. 

아울러 강신일, 송창의, 이열음, 진구 등 베테랑 배우들이 출연해 깊이를 더했다. 260대 1의 경쟁을 뚫고 발탁된 수환 역 이경훈의 연기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경훈은 ‘순한’이라고 불리던 소년 수환의 순수함뿐만 아니라 자신이 가야 할 길을 찾아 나설 때의 감정 변화까지 잘 소화해 냈다. 메가폰은 영화 ‘해로’로 2012년 대종상 영화제 신인감독상을 받은 최종태 감독이 잡았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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