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원 구매 허와 실

최근 창작자가 아니어도 음원 저작권을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이 인기를 끌고 있다. 주식을 사듯 분할한 저작권을 구매하는 거다. 일종의 대체투자다. 한번 저작권을 소유하면 꾸준히 저작권료가 들어오는 안전하고 매력적인 상품으로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리스크도 적지 않다. 저작권료의 수익률이 일정하지 않은 데다, 음원의 인기에 따라 재판매도 쉽지 않아서다. 

한번 보유하면 저작권료가 꾸준히 들어오는 음원 저작권 투자에도 리스크가 있다. [사진=뉴시스]
한번 보유하면 저작권료가 꾸준히 들어오는 음원 저작권 투자에도 리스크가 있다. [사진=뉴시스]

‘투자’라고 하면 주식·펀드·채권 등의 용어부터 떠오르기 마련이다. 그러나 출근길 신나는 음악을 듣는 것도, ‘덕질’ 중인 가수를 후원하는 것도 요즘 시대엔 투자가 될 수 있다. 음원 저작권 구매를 통해서다. 이는 최근 주목받는 대체투자 중 하나다. 음원이 방송·공연·스트리밍·노래방 등으로 소비되면 창작자뿐만 아니라 저작권 구매자도 수익을 얻는다.

대표적인 음원 저작권 거래 플랫폼은 ‘뮤직카우(옛 뮤지코인)’다. 2017년 7월 서비스를 시작한 이 플랫폼의 이용자 수가 8만명에 이른다. 지난해 매출액은 50억원대, 음원 저작권은 아이돌부터 포크송까지 380개 이상이다(3월 기준). 뮤직카우는 지난 3월 7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음원 저작권 투자의 기본적인 거래 방식은 이렇다. 뮤직카우는 창작자와 합의를 거쳐 저작권의 일부를 매입하고, 이를 1주씩 분할해 경매에 내놓는다. 음원은 참가자가 저작권료로 일정 수준의 수익을 낼 수 있도록 차트 톱200 내에서 선정한다. 저작권의 가치는 과거 저작권료 데이터를 기반으로 산정한다.

지분을 낙찰 받은 참가자는 저작권을 계속 보유하면서 저작권료 수익을 얻거나, 다른 유저(경매 참가자)에게 되팔아 차익을 남길 수 있다. 경매 시작가 대비 상승분의 50%는 창작자가, 나머지 50%는 뮤직카우 측이 갖는다. 뮤직카우가 ‘음원 시장 생태계를 살리는 상생 문화’라고 표현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창작자가 저작권을 공개함으로써 손해를 보는 게 아니라, 되레 추가적인 수익(상승분·판매대금)을 얻을 수 있어서다. 

창작자뿐만 아니라 경매 참가자도 제법 쏠쏠한 수익을 얻는다. 뮤직카우에 따르면 지난해 회원들의 구매가 대비 실저작권료 평균 수익률(세전)은 5.7%, 유저 간 거래 수익률은 19.9%였다. 뮤직카우 론칭 이후 최근 2년 간(2018~2019년)의 평균 수익률은 실저작권료 9.1%, 유저 간 거래 18.4%에 달한다. 
시중은행 예·적금 금리가 0%대를 오가는 상황에 20%에 육박하는 수익률은 어머어마해 보인다. 일단 보유하고 있으면 저작권료가 많든 적든 계속 들어온다는 점도 음원 저작권 투자의 매력이다.  

물론 리스크도 있다. 이벤트로 판매하는 일부 신곡의 경우 1년이 지나면 저작권료 수익률이 가파르게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회사 측은 “음원은 발매 직후 1년 간은 스트리밍 등이 활발하기 때문에 수익률이 높지만 갈수록 떨어지는 경향을 보인다”며 “2년 정도 하락하고 나면 안정적인 수익률을 유지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안정화까지 걸리는 시간이 3년가량이면 수익을 기대한 투자자 입장에선 상당히 오래 걸린다고 느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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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당 평균 금액이 높다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경매 시작가는 주로 1주당 1만~2만원에 형성된다. 유저마켓에선 인기 있는 음원은 1주당 1만원짜리가 4만~5만원에 팔린다. 주가 범위가 넓고 변동이 잦은 일반 주식 시장과 비교하면 진입장벽이 높은 셈이다. 8만명이라는 유저 수에 비해 음원 수가 고작 380개에 그치는 것도 아쉬운 점이다. 구매하고 싶은 음원이 없을 확률이 훨씬 높다는 얘기다. [※ 참고: 저작권의 총 지분 수는 음원마다 다르다. 수백개에서 수만개까지 다양하다.] 

게다가 수익률이 높은 유저 간 거래라도 반드시 수익을 낼 수 있는 건 아니다. 상대적으로 인기 없는 곡은 재판매가 어렵다. 매도에 성공하더라도 목표 금액보다 낮은 데서 거래가 성사될 가능성이 크다. 뮤직카우 측은 “론칭 초기엔 유저가 적어 리스크가 있었지만 지금은 거래가 활발하다”고 말했다. ‘내 가수 후원’이 아닌 투자를 목적으로 뛰어들었다면 신중히 생각해야 한다는 얘기다. 

심지영 더스쿠프 기자
jeeyeong.shim@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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