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 수익률 안 좋은 이유

국내 기업들의 영업이익률은 해외 기업들보다 낮은 편이다. 삼성과 LG, 현대중공업 등 걸출한 기업들이 세계 시장에서 위상을 높이고 있는 데다, 세계 5위의 제조업 강대국이라는 명성까지 감안하면 조금 이상하다. 일부에선 영업이익률이 낮은 게 뭐그리 대수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의 낮은 영업이익률은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더스쿠프(The SCOOP)가 한국 기업의 수익률이 좋지 않은 이유를 냉정하게 분석했다. 

국내 기업들은 같은 업종 해외 기업들보다 영업이익률이 낮은 편이다. 단기성과에 급급해 부가가치를 높이는 투자에 소홀한 탓이다.[사진=연합뉴스]
국내 기업들은 같은 업종 해외 기업들보다 영업이익률이 낮은 편이다. 단기성과에 급급해 부가가치를 높이는 투자에 소홀한 탓이다.[사진=연합뉴스]

영업이익은 매출에서 비용을 빼고 남은 돈이다. 여기서 비용은 제품생산과 판매활동, 기업 유지관리에 쓴 돈을 말한다. 임대료나 이자, 배당금 등은 영업이익에 포함되지 않는다. 기업 본연의 영업활동을 통해 올린 실질적인 성과가 영업이익인 셈이다. 

매출에서 영업이익이 차지하는 비율(영업이익률)이 높다는 건 적은 비용으로 더 많은 수익을 만들어낸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영업이익률이 높은 기업은 그만큼 수익성이 좋다는 말이다. 반대로 영업이익률이 낮으면 덩치는 크지만 실속은 없다는 오명을 쓰기 쉽다. 

어떤 기업이 수익성이 높은지를 가늠하는 건 간단한 일이다. 생산성을 높여 원가를 절감하거나 기술력을 키워 더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이다. 영업이익률을 통해 기업의 생산성과 기술력을 판가름할 수 있는 이유다. 

그렇다면 글로벌 기준으로 봤을 때 우리나라 기업들의 영업이익률 수준은 어떨까. 한국경제연구원이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글로벌 2000대 기업’을 분석한 자료를 통해 이 질문의 답을 찾아보자.

포브스는 매해 글로벌 기업들의 순위를 매겨 글로벌 2000대 기업 명단을 발표한다. 선정 기준은 매출과 영업이익, 자산, 시장가치(시가총액) 총 4가지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선 23개 업종의 62개 기업이 이 명단에 올랐다. 문제는 23개 업종 중에서 국내 기업들의 평균 영업이익률이 해외 기업 평균보다 높은 업종은 4개에 불과했다는 점이다. 나머지 19개 업종은 해외 기업 평균에 못 미쳤다. 

심지어 국내 주력산업으로 꼽히는 제조업(반도체ㆍ자동차ㆍ전자ㆍ조선ㆍ철강ㆍ화학) 6개 업종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5.4%로, 해외 기업 평균인 9.4%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삼성전자와 LG전자, 현대중공업 등 각 분야에서 세계 정상에 올라있는 걸출한 기업들이 적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믿기 어려운 결과다. 

당연히 의문점이 생긴다. 국내 기업의 영업이익률이 해외 기업보다 낮은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당연한 결과’라는 얘기다. 이유는 간단하다. 국내 기업들이 고부가가치를 낼 수 있는 기술과 노하우가 부족한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최배근 건국대(경제학) 교수는 “제조업에도 고부가가치 분야가 따로 있다”면서 “가령, 디자인(설계) 부분은 부가가치가 높고 제조 부분은 낮은데, 우리나라는 부가가치가 낮은 부분에 치중하고 있고,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설계는 약해 수익성이 낮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설계 기술 왜 못 키울까

반도체를 예로 들면 이렇다. 반도체는 크게 메모리반도체와 시스템(비메모리)반도체로 나뉜다. 여기서 시스템반도체는 다시 설계와 생산으로 나눌 수 있다. 설계만 하는 기업을 팹리스(fabless), 팹리스의 설계를 받아 위탁생산만 하는 기업을 파운드리(foundry), 설계와 생산을 모두 하는 기업을 종합반도체기업이라고 부른다.

메모리반도체와 파운드리는 최 교수가 말한 제조부분에 해당한다. 반면 부가가치가 높은 건 반도체설계다. 세계 1위 반도체기업 인텔과 삼성전자 모두 종합반도체기업이지만, 인텔은 설계 부분이 강한 반면, 삼성전자는 제조 부분에 특화돼 있다. 

설계가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높은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생산할 때마다 비용이 들어가는 제조와 달리 한번 만들어 놓으면 추가비용이 들어가는 일이 거의 없어서다. LNG선의 핵심인 화물창의 설계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프랑스 GTT사는 단적인 예다. 국내 조선사들은 1척의 LNG선을 건조할 때마다 GTT사에 100억원이 넘는 로열티를 지불하고 있다. 

국내 조선사들의 LNG선 건조능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평을 받는다. 하지만 LNG선을 건조할 때마다 프랑스 GTT사에 막대한 로열티를 지불해야 한다.[사진=연합뉴스]
국내 조선사들의 LNG선 건조능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평을 받는다. 하지만 LNG선을 건조할 때마다 프랑스 GTT사에 막대한 로열티를 지불해야 한다.[사진=연합뉴스]

그럼 우리나라도 설계 기술을 키우면 되지 않을까. 전문가들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고 말한다. 최배근 교수의 설명을 들어보자. “설계 능력을 키우려면 장기적으로 숙련도를 축적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유능한 인재도 육성해야 한다. 하지만 단기성과에 급급한 국내 기업들은 그런 노력을 등한시했다. 국내 기업들의 수익성이 떨어지는 건 기업 스스로 자초한 일이다.”

사업서비스 산업이 부실한 것도 국내 산업의 부가가치를 높이지 못하는 또다른 이유다. 사업서비스는 다른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 연구ㆍ개발(R&D)이나 전문성을 지원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서비스를 의료ㆍ교육ㆍ금융 등으로 좁게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R&D를 지식재산을 축적하는 투자로 보기보다는 비용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크다”면서 “그러다보니 기업의 과감한 투자가 이뤄지지 않고 사업서비스 산업도 발달하지 않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문제는 이런 고질적 문제가 기업의 부가가치와 수익성(영업이익률)을 끌어올리는 것만 막아서는 건 아니라는 점이다. 새로운 기업이나 신산업을 육성하는 데도 방해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앞서 언급했던 한국경제연구원의 ‘포브스 글로벌 2000대 기업 분석 자료’에서도 이런 이상신호가 감지된다. 

 

자료에 따르면 지난 8년간(2011~2019년) 글로벌 2000대 기업에 오른 국내 기업은 단 1곳 늘었다. 업종 수는 23개 그대로다. 미국(55개), 일본(45개), 중국(43개) 등 경쟁국에 비하면 업종의 다양성이 현저히 부족하다.

더구나 신성장 업종으로 꼽히는 8개 업종(전자상거래ㆍ인터넷서비스ㆍ반도체ㆍ컴퓨터시스템ㆍ의료기기ㆍ헬스케어ㆍ제약바이오ㆍ항공우주) 중에서도 국내 기업이 포함된 업종은 3개에 불과하다. 국내 산업의 성장판에 이상신호가 켜졌다는 방증이다. 

한편에선 “영업이익률이 낮은 게 뭐 그리 대수냐”고 말할지 모른다. 하지만 낮은 영업이익률 이면에서 싹트고 있는 문제는 생각보다 더 심각하다. 몇몇 기업의 문제를 떠나 국내 산업 전반의 문제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낮은 영업이익률이 한국경제 고질병의 시작이란 얘기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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