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업계의 탐욕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 공급에 참여한 카드업계가 푸념을 늘어놓고 있다. 정부의 요청으로 ‘이벤트’를 줄줄이 취소했기 때문이다. 고객을 유치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건데, 카드사의 푸념은 납득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많다. 카드업계가 이번 긴급재난지원금으로 얻을 수 있는 수익이 1000억원을 훌쩍 넘기 때문이다. 정부가 뿌린 돈으로 카드사 배를 불린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더스쿠프(The SCOOP)가 긴급재난지원금과 카드사의 탐욕을 취재했다. 

금융당국의 요청으로 주요 카드사의 긴급재난지원금 관련 이벤트가 줄줄이 취소됐다.[사진=뉴시스]

“정부가 카드사의 정상적인 마케팅을 제한하는 것이 합당한 방향인지 모르겠다. 카드사가의 이벤트가 취소되면서 소비자의 불만도 커졌다. 금융당국의 요청이라 따르고 있지만 업계 내부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A카드사 관계자).”

카드업계가 푸념 섞인 항변을 내놓고 있다.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 정책 때문이다. 정부가 전국 2171만 가구에 최대 100만원(4인 가구 이상)의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면서 카드업계가 들썩이기 시작했다. 카드업체들은 지난 8일 정부와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관련 시스템을 구축했다. 고객 유치를 위한 이벤트도 마련했다. 삼성카드는 스타벅스·편의점 모바일 쿠폰을 제공할 계획이다. BC카드는 추첨을 통해 사용금액의 100%를 돌려주는 캐시백 이벤트, NH농협카드 1만원 상품권(SPC) 제공 등의 이벤트를 준비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마케팅 자제령에 발목이 잡혔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지난 8일 “긴급재난지원금은 제때 지급하는 게 우선돼야 한다”며 “카드 신청 유치를 위한 지나친 마케팅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하자 카드사들은 준비한 이벤트를 줄줄이 취소했다. 이벤트를 진행 중인 곳은 우리카드가 유일하다. 우리카드 관계자는 “5월 7~ 8일 무실적자 고객을 대상으로 문자를 발송한 이벤트는 진행하고 있다”며 “리텐션(고객유지) 마케팅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사가 긴급재난지원금 신청 이벤트로 고객에게 제공하려 했던 것은 커피 쿠폰·상품권 등이 대부분이다”며 “신규 고객을 유치하고, 자사 카드를 선택한 고객이 한번 더 카드를 사용하길 기대한 이벤트로 과도한 마케팅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긴급재난지원금의 목표 중 하나는 침체에 빠진 소비를 살리려는 것 아니냐”며 “카드사의 마케팅이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카드업계의 항변은 설득력이 있을까. 그렇지 않다. 긴급재난지원금은 이벤트와 무관하게 카드업계에 이득을 줄 가능성이 높다. 긴급재난지원금 가운데 신용·체크카드로 공급되는 금액이 적지 않아서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일 기준 지급한 긴급재난지원금은 총 11조5203억원이다. 이 중 신용·체크카드를 통해 지급된 금액은 8조9090억원으로 전체의 77.3 %에 이른다. 현금(1조3008억원), 상품권(5603억원), 선불카드(7530억원)와 비교하면 엄청난 비중이다.

정부가 지급하는 긴급재난지원금의 총액은 14조2448억원이다. 현재 비중이 유지된다고 가정해도 10조원이 넘는 긴급재난지원금이 신용·체크카드로 사용되는 셈이다. 사용기한도 8월 31일까지로 정해져 있어 대부분 소진할 가능성이 높고, 매출액 10억원 이상 가맹점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신용·체크카드를 사용할 때마다 카드사에겐 카드 수수료 수익이 발생한다. 카드업계가 긴급재난지원금의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그럼 10조원이 신용·체크카드로 지급됐을 때 카드업계가 가져가는 수익은 얼마나 되는지 간단하게 계산해보자.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평균 카드수수료율은 신용카드가 2.07%, 직불카드(체크카드)가 1.48%였다. 신용·체크카드 긴급재난지원금 10조원(전망치)에 지난해 신용·직불카드 평균 수수료 1.77%를 적용하면 1770억원의 수익이 발생한다.[※ 참고 :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액 중 신용카드와 체크카드를 따로 구분하지 않아 두개의 평균으로 계산했다.] 1770억원은 올 1분기 7개 카드사(롯데카드·삼성카드·신한카드·우리카드·하나카드·현대카드·KB국민카드)가 올린 당기순이익 5217억원의 33.9%에 이르는 큰 금액이다. 

긴급재난지원금 카드사에 수혜

여기에 신규고객 유치·휴면고객 활성화라는 수혜까지 계산하면 긴급재난지원금으로 적지 않은 혜택이 카드사에 돌아가는 셈이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모든 산업이 침체를 겪고 있다는 걸 감안하면 상당한 규모다. 김기필 나이스신용평가 금융평가1 실장은 “긴급재난지원금으로 카드사 사용실적이 늘어나는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며 “코로나19로 감소한 카드사의 신용판매 실적이 증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정부가 뿌린 돈으로 배를 불릴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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