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사업소득 정말 늘었을까
얼어붙은 소비심리는 살아났을까
2분기에도 자영업자 소득 괜찮을까

통계청이 지난 21일 2020년 1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감소세를 이어가던 자영업자의 사업소득이 오랜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반길 일인데, 왠지 찜찜하다. 경기는 여전히 나쁘고, 코로나19까지 자영업계를 덮쳤는데 자영업자의 벌이가 좋아졌을 리 없어서다. 통계청은 자영업자 비중이 높아지면서 생긴 착시효과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자영업자 소득 통계에 숨은 착시효과를 살펴봤다.

올 1분기 자영업자의 소득이 전년 동기 대비 증가했다. 자영업자 비중 증가로 인한 착시효과일 공산이 크다.[사진=연합뉴스]
올 1분기 자영업자의 소득이 전년 동기 대비 증가했다. 자영업자 비중 증가로 인한 착시효과일 공산이 크다.[사진=연합뉴스]

임대료 문제는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카드수수료ㆍ대출이자ㆍ인건비 등 고정경비도 부담스럽다. 한푼 두푼 모으는 건 힘든데 빠져나갈 땐 인정사정없다. 경기침체로 지갑을 여는 소비자도 부쩍 줄었다. 자영업자의 냉정한 현주소다. 문제는 이게 어제오늘의 일이냐는 거다. 자영업자가 ‘사선死線’으로 밀린 건 오래전이다. 이번엔 나아질까 기대를 품었다가 좌절하는 자영업자도 비일비재하다. 

우리는 이제 무엇을 해야 할까. 한국 경제의 고질병이 돼버린 자영업계를 바꾸기 위해 생각해야 할 건 뭘까. 자영업계를 오랫동안 다뤄온 전문가들은 ‘통계’를 먼저 정확하게 분석하라고 말한다. 자영업계의 현실을 보여주는 ‘지표’를 제대로 읽어야 적절한 해결책을 도출해낼 수 있다는 거다.

통계청이 분기마다 발표하는 ‘가계동향조사’가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중 사업소득 통계는 특히 주목해야 한다. 자영업자의 ‘벌이 수준’을 말해주는 사업소득을 통해 자영업계의 현실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참고 : 가구주는 세대주와 관계없이 가계의 생계를 책임지는 사람이다. 가구주가 근로자면 근로자가구, 자영업자나 무직자면 근로자외 가구다. 통상 근로자는 노동력을 제공한 대가로 임금 등의 근로소득을 얻고, 자영업자는 사업을 운영해 사업소득을 얻는다. 다만, 근로자가구라도 가구주 외 가구원이 자영업자면 사업소득이 잡힌다. 반대도 마찬가지다.]

올해 첫 가계동향조사 결과는 지난 21일 발표됐다. 올해는 통계가 공개되기 전부터 자영업계를 둘러싼 부정적인 전망이 많았다. 경기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가운데 코로나19가 자영업계를 휘감았으니, 좋지 않을 게 당연했다. 

그런데 가계동향조사 결과는 의외였다. 2인 이상 전체 가구의 사업소득이 전년 동기 대비 2.2% 늘었다. 특히 영세 자영업자들의 사업소득이 부쩍 증가했다는 건 놀라운 통계였다. 소득 수준이 낮은 1분위(소득 하위 20%)와 2분위 가구의 사업소득은 각각 6.9%, 4.3% 증가했고, 3분위는 무려 25.2%나 늘었다. 반면, 고소득 가구인 4ㆍ5분위 가구 사업소득은 12.3%, 1.3% 감소했다. 

그렇다면 흥미로운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코로나19 여파에도 사업소득이 증가할 만큼 자영업자들의 형편이 나아지고 소득분배 격차까지 좁혀졌다는 말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을 공산이 크다. 자! 지금부터 통계의 ‘착시현상’을 풀어보자. 

■자영업자 사업소득 정말 늘었나 = 가구 소득은 가구주와 가구원의 소득을 합산해 평균치로 환산한 값이다. 1개 가구의 소득이지만 깊숙이 들여다보면 임금근로자 1명과 자영업자 2명의 소득일 수 있고, 그 반대일 수도 있다. 이런 방식이라면 가구원 중에 자영업자가 많을수록 평균 사업소득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모든 가구원의 소득이 100만원이라고 가정해보자. 임금근로자 1명과 자영업자 2명인 가구는 근로소득이 33만원, 사업소득이 67만원이고, 임금근로자 2명과 자영업자 1명인 가구는 근로소득이 67만원, 사업소득이 33만원이다. 이를 감안했을 때 자영업자 비중이 높아져 평균 사업소득이 증가한 것이라면 자영업자 개개인의 사업소득이 늘었다고 장담할 수 없다. 

통계청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자. “1분기 조사 결과, 가구주의 사업소득이 줄어든 곳이 많았다. 그런데 전체 사업소득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이 의미하는 게 무엇일까. 사업소득을 올리는 자영업자가 많아졌다는 거다. 실제로 마이크로데이터를 살펴보면 1분위와 3분위는 자영업자 비중이 높아졌다.”

[※참고 : 자영업자의 비중이 높아졌다는 건 가볍게 여길 문제가 아니다. 경기침체에서 비롯된 구조조정으로 일자리를 잃은 근로자가 그만큼 많다는 방증이라서다. 더구나 우리나라 자영업계는 이미 포화상태다. 자영업에 뛰어드는 실업자가 늘어날수록 자영업자들의 생존력이 취약해질 공산이 크다. 소득 수준이 낮은 1~3분위 가구에서 자영업자가 늘었다는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저소득층일수록 일자리를 잃고 자영업계에 내몰리는 일이 많고, 섣불리 자영업에 뛰어들었다가 맥을 못 추는 초보 자영업자가 숱하다는 얘기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내용은 후속기사에서 자세하게 다뤄볼 예정이다.]

■소비침체 심각 = 사실 자영업자 개개인의 소득이 늘어났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많다. 자영업자의 사업소득과 직결되는 가계의 소비지출이 바닥으로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올 1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2인 이상 전체 가구의 처분가능소득은 전년 동기 대비 5.1% 늘었다. 처분가능소득은 소득에서 세금, 이자 등을 빼고 남은 돈이다. 처분가능소득이 늘면 그만큼 소비할 여력이 생긴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시작돼서인지 올 1분기엔 늘어난 처분가능소득이 소비로 이어지지 않았다. 올 1분기 소비성 지출은 전년 동기 대비 6.0%나 줄었다. 통계청 조사가 시작된 2003년 이후로 감소폭이 가장 크다. 강신욱 통계청장은 올 1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소비지출 감소가 1998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비교해도 이례적이다”면서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영향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자영업자의 힘겨운 상황을 더 정확하게 드러내는 통계는 ‘소매판매액지수’다. 이 지수는 최종 수요자에게 판매된 실적을 나타내는 지표로 실제 소비동향과 가장 비슷하다. 올 1분기 소매판매액지수(음식점 포함)는 전년 동기 대비 5.0% 떨어졌는데, 하락세로 돌아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음식점ㆍ주점만 떼어놓고 보면 하락률이 14.5%에 달했다. 

서비스업 성장세와 경기상황을 가늠하는 데 쓰이는 ‘서비스업 생산지수’도 심각하다. 영세 자영업자들이 주로 포진해있는 ‘도매 및 소매업’과 ‘숙박 및 음식업’의 생산지수는 같은 기간 각각 3.2%, 16.3% 하락했다. 

그래서인지 현재 생활형편과 경기상황을 인식하는 체감온도도 자영업자와 근로자가 서로 달랐다. 지난 4월 근로자의 생활형편소비자동향지수(CSI)와 경기판단CSI가 84, 32이었던 반면 자영업자는 각각 57, 25에 불과했다. 지수가 높을수록 긍정적 인식이 크다는 의미로, 자영업자들이 느끼는 체감온도가 더 냉랭했다는 얘기다. 

■포스트 코로나와 자영업 = 문제는 자영업자들이 처한 상황이 더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2분기엔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이 1분기보다 강할 게 분명한 데다, 비대면(언택트ㆍUntact) 이슈가 지속되면 자영업자에겐 불리할 수밖에 없어서다. 

이정희 중앙대(경제학) 교수의 설명을 들어보자.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자영업자의 어려움은 3월부터 본격적으로 심화됐다. 1분기엔 절반만 반영된 셈이다. 2분기엔 더 악화할 공산이 크다. 사실 코로나19 이슈를 떠나서 자영업자에게 좋은 경기상황이 아니었는데, 코로나19로 어려움이 가중됐다. 문제는 코로나19가 종식돼도 비대면 문화가 어느 정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거다. 자영업자들에겐 좋은 상황이 아니다. 비대면은 시스템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자영업자는 이런 시스템을 마련하기가 어려워서다. 미래 전망이 더욱 어둡다는 얘기다.”

올 1분기 자영업자의 사업소득이 증가세로 돌아섰다. 경기침체 여파로 감소 곡선을 그린 지 1년 반 만이다. 자영업자의 형편이 나아진 걸까. 그 외 지표들은 “자영업자들은 여전히 위태로운 칼날 위에 서 있다”고 냉정하게 말한다. 소득 통계의 착시효과에 숨은 자영업자의 민낯이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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