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부부 재무설계 上

남편이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선언했다. 동시에 전업투자자로 주식판에 뛰어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대부분은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라”면서 반대하겠지만, 그러기엔 남편의 투자수익률이 썩 괜찮다. 그래서 아내의 고민도 깊어진다. 더스쿠프(The SCOOP)-한국경제교육원㈜이 전업투자로의 변신을 두고 옥신각신하는 맞벌이 부부의 사연을 들어봤다.

전업투자자를 꿈꾸는 직장인들이 많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전업투자자를 꿈꾸는 직장인들이 많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한소희(가명·38)씨는 요즘 마음이 뒤숭숭하다. 얼마 전 남편 강성훈(가명·42)씨가 느닷없이 “주식 전업투자자를 하고 싶다”는 폭탄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발단은 한씨의 지인이었다. 강씨는 재테크에 밝은 한씨 지인으로부터 정보를 얻어 투자를 시작했고 금세 주식 세계에 빠져들었다. 재능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강씨의 투자성적표는 꽤 괜찮았다. 그 때문에 전업투자로 주식에 뛰어들면 수익을 더 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강해졌을지 모른다.

강씨가 전업투자자로 돌아서면 당연히 회사를 그만둬야 한다. 평소 같았으면 생각할 필요도 없는 이야기였지만 한씨는 며칠을 망설였다. 강씨의 주식 성적이 생각보다 좋았기 때문이었다. 강씨는 한씨에게 입버릇처럼 “주식으로 벌어들이는 월 수익이 300만~400만원이나 된다”고 말해왔다.

하지만 남편 말만 믿기에는 미심쩍은 구석이 많다. 무엇보다 한씨는 강씨의 월급을 정확히 알지 못한다. 강씨가 월급에서 용돈, 친정에 보내는 돈을 제외한 나머지(350만원)를 한씨에게 생활비로 줘왔기 때문이다. 주식투자로 수익을 낸 것도 최근 일이고 그전까진 계속 손해를 봤을 수도 있다. 어쨌거나 두 사람의 생각은 좀처럼 모아지지 않았다. 강씨는 주식에 ‘올인’해야 한다는 생각이 확고했다. 회사일과 주식투자를 병행하는 탓에 더 많은 수익을 내지 못한다고 확신했다. 강씨는 자신의 재능을 알아봐주지 못하는 아내가 답답하다고 했다.

한씨에게도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집 문제였다. 지긋지긋했던 주택담보대출금을 얼마 전에 모두 갚은 터라 이젠 저축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루라도 빨리 돈을 모아 서울 안쪽으로 이사를 가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한씨는 “이럴 때 남편이 무작정 회사를 관두는 건 리스크가 너무 크다”고 우려했다. 사실 또 다른 마음도 있었다. 강씨가 회사를 다니면서 주식도 하면 안정적으로 돈을 모을 수 있지 않겠냐는 거였다. 긴 언쟁 끝에 부부는 재무상담을 받아보고 어떻게 해야 할지 판단하기로 결정했다.

이쯤에서 강씨 부부의 가계부를 살펴보자. 월소득은 660만원이다. 두 사람 모두 중소기업에 다니는데, 강씨가 월급 중 350만원을 생활비로 주고 한씨가 310만원을 번다. 소비성 지출로는 공과금 29만원, 통신비 27만원, 식비 100만원, 교통비 15만원, 남편 유류비 50만원, 보험료 74만원, 자녀 교육비 42만원, 아내 용돈 50만원, 아내 부모님 용돈 50만원, 소액결제 15만원, 문화생활비 30만원, 가전제품 할부 60만원 등 총 542만원을 쓴다.

비정기 지출은 의류비(28만원), 미용비(10만원), 경조사비(10만원), 여행비(25만원), 명절비(20만원) 등 월평균 93만원이다. 금융성 상품으로는 은행예금 20만원과 청약저축 2만원이 있다. 강씨 부부가 한달에 쓰는 돈은 총 657만원이다.

다른 부부들에 비해 부부의 재정상태는 괜찮은 편이다. 적자가 없다(여유자금 3만원)는 게 가장 큰 장점이고, 소액이지만 은행예금도 하고 있다. 문제는 강씨가 정확한 월급 액수와 주식 규모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강씨는 “문제가 될 게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미 오래전부터 고정 생활비(350만원)를 줘왔는데 이제 와서 궁금해할 필요가 없다는 거였다. 전업투자자가 되면 생활비를 더 많이 줄 수 있다고도 말했다. 주식 수익 대비 일정 비율로 생활비를 줄 예정이라서다. 그만큼 강씨는 주식 투자에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부부 중 한쪽이 소득을 밝히지 않으면 이득보다 손해를 보는 일이 훨씬 많다. 제대로 된 재무계획을 세울 수 없을뿐더러 부부 사이에도 금이 가기 쉽다. “나 몰래 다른 주머니를 차고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상대방을 괴롭히기 때문이다. 이런 얘기를 해봐도 강씨의 생각이 워낙 확고했다. 남편은 월급과 주식 내역을 오픈하지 않겠다며 고집을 피웠다.

이 부분은 상담을 진행하면서 차차 풀어보기로 했다. 일단 1차 상담에서 곧바로 지출을 줄일 수 있는 항목부터 살펴봤다. 먼저 강씨의 유류비(50만원)가 눈에 들어왔다. 배기량이 작은 디젤차를 타는 것치고는 지출 규모가 상당했다. 그렇다고 유류비에 보험료나 수리비를 더한 것도 아니었다. 그런 비용은 남편의 생활비 외 금액에서 해결한다고 했다.

강씨는 유류비 비용을 명목으로 잡은 금액 중 일부를 주식 투자에 썼다고 털어놨다. 월평균 23만원쯤 되는 금액이었다. 앞으로는 지출 내역을 투명하게 하고, 유류비가 초과하는 경우엔 남편의 돈으로 해결하기로 했다. 따라서 유류비는 50만원에서 27만원으로 23만원 줄었다.

다음으론 100만원에 달하는 식비다. 이중 외식비가 40만원을 차지했다. 주말마다 강씨가 장모님을 모시고 외식을 하다 보니 액수가 적지 않았다. 강씨에게 외식비의 절반 정도는 주식 수익에서 지출하는 게 어떻겠냐고 조언했고, 강씨가 비용을 내겠다고 말했다.

식재료 비용도 20만원 줄였다. 1~2주 식단을 짜고 여기에 맞춰 식재료를 구매해 불필요한 낭비를 줄이기로 했다. 이에 따라 식비는 100만원에서 60만원으로 40만원 절감됐다. 간단한 지출 줄이기가 끝났다. 강씨 부부는 유류비(23만원), 식비(40만원) 등 63만원을 절감했다.

기존 여윳돈 3만원을 합치면 총 66만원의 자금을 확보한 셈이다. 이외에도 줄일 항목이 많다. 74만원에 이르는 보험료도 그렇고, 소액결제 비용(15만원)도 줄일 방법을 살펴봐야 한다. 어떻게 해야 올바른 답을 찾을 수 있을까. 다음 시간에 자세히 다뤄보겠다.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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