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시장에 진출한 고투몰

서울 최대의 지하상가인 고투몰(강남 고속버스터미널)이 온라인 시장에 진출했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가고,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는 자생력을 키우기 위해서다. 시작이 반이라고는 하지만 아직 미흡한 것 투성이다. 고투몰 온라인 쇼핑몰은 고객들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답을 하기엔 갈 길이 너무 멀어 보인다. 더스쿠프(The SCOOP)가 고투몰 온라인 쇼핑몰의 현주소를 취재했다.  

침체기를 겪고 있는 고투몰이 온라인 쇼핑몰을 오픈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침체기를 겪고 있는 고투몰이 온라인 쇼핑몰을 오픈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지난 19일 오후 1시, 강남고속버스터미널 지하상가는 한산했다. 희끗희끗한 머리의 중년 손님들만 간혹 눈에 띌 뿐, 비교적 한산했다. 누군가는 멀뚱히 서서 지나는 사람들을 눈으로 따라갔고, 누군가는 흐트러지지도 않은 옷들을 괜히 정리했다. 이곳이 어디었던가. 서로 자리다툼을 하며 옷이나 제품을 고르던 곳 아닌가. 한가로운 지하상가의 풍경은 이국처럼 낯설게 느껴졌다.

일명 ‘고터’로 불리는 고속버스터미널 지하상가 ‘고투몰’은 어깨를 부딪치며 쇼핑하던 서울의 대표적인 쇼핑명소였다. 하지만 연중 북새통을 이루던 고투몰도 시대의 변화에는 속수무책이었다. 고투몰을 찾던 젊은 세대들은 손안의 세상으로 떠났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각종 이슈에 외국인 관광객마저 발길을 뚝 끊었다. “어느 순간 고터로 몰려들던 학생들이 눈에 띄게 줄어들기 시작했다.” 고투몰에서 오래 자리를 지켜온 한 상인의 긴 한숨이 고투몰의 현재를 가늠케 했다.

한때 고투몰 상인들은 돌파구를 찾기 위해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열을 올렸다.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를 위해 알리페이·위챗페이 같은 결제수단을 도입했다. 그 결과, 전체 매출에서 외국인 관광객 매출이 30%를 차지할 만큼 어느 정도 성과를 냈다. 하지만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문제가 불거지면서 그 노력은 빛이 바랬다.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고투몰은 이번엔 일본인 관광객으로 눈을 돌렸다. ‘이동하는 관광안내소’를 유치해 외국인 관광객들의 쇼핑 편의를 도왔다. 고투몰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 중 절반이 일본인일 정도로 유치 작전은 성공 궤도에 오르는 듯했다. 그런데 이번엔 코로나19가 터졌다. 그러자 고투몰 상인들은 온라인 쇼핑몰을 떠올렸다. 처음 기획을 했던 건 10여년 전이지만 좀처럼 속도가 나지 않던 것이 코로나 사태로 급물살을 탔다. 

한기 도는 온라인 쇼핑몰

온라인몰을 기획한 나정용 고투몰 관리운영이사는 “더 이상 오는 사람만 기다려서는 답이 없다”며 “어떤 위기가 와도 무너지지 않는 자생력을 기를 수 있도록 지금이라도 노력해야 한다”며 온라인 쇼핑몰을 론칭한 배경을 설명했다. 

“고투몰을 찾는 이들이 많을 땐 하루 유동인구가 20만명이었다. 크게 돈 들여 홍보하지 않아도 알아서 찾아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지방에서 일부러 올라오는 사람들도 많았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시대는 변했고, 우리도 변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코로나 같은 위기가 또다시 오지 않으리란 법도 없다.”

 

하지만 지난 15일 오픈한 고투몰 온라인쇼핑몰은 지하상가보다 더 한기寒氣가 돈다. 일단 등록상품 수가 너무 적다(19일 현재 패션의류 106점, 패션잡화 46점, 가구홈테코 32점 등 ). 620명의 상인집합체가 만든 온라인 쇼핑몰이라고는 보기 어려울 정도다. 왜일까. 고투몰 관계자는 “매일 조금씩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 시작단계라 많지 않다”며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가면 하루 100점은 물론 500점도 등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고투몰 온라인 쇼핑몰은 상인들이 각자 알아서 상품을 올리는 시스템이다. 고투몰의 강점인 다양성과 기동성을 확보하자는 판단에 따라 현재의 시스템을 채택했다. 상인들의 생각도 그럴까. 한 패션의류 매장의 점원은 “우리 같은 젊은 사람들은 어렵지 않은데, 여긴 나이 드신 분들도 많다”며 “얘길 들어보면 상품 올리는 걸 어려워하시더라”고 밝혔다. 

점포 세곳을 운영하다 매출이 급감해 현재 한곳만 운영 중이라는 장호석(가명) 사장도 인터넷쇼핑몰 정비가 시급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고투몰 쇼핑몰에 들어가 보면 정리가 덜 된 느낌을 받는다”며 “아무래도 상인들이 자체적으로 올리는 것이기 때문에 통일된 느낌을 받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소비자들은 오래 보지 않는다. 클릭을 하고 들어갔을 때 첫 이미지가 별로면 곧장 닫아버린다. 고투몰은 구매욕을 불러일으키기에 미흡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정비가 필요해 보인다.”

여전히 반대하는 일부 상인

또다른 상인은 배송료 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온라인쇼핑몰은 배송료가 2500원이지만 고투몰은 현재 3000원으로 책정돼 있다. 고투몰 관계자는 상인들의 이런 지적에 “한시적으로 배송비를 무료로 하는 방법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여러 숙제들이 있지만 고투몰의 가장 큰 문제는 상인들 중 일부가 여전히 온라인 쇼핑몰을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고투몰엔 연령대가 높은 상인들이 많은데, 그들 사이에서 “상가로 사람을 끌어올 생각을 해야지 왜 온라인 쇼핑몰에 신경을 쓰느냐” “온라인에 손님을 빼앗기는 거 아니냐”는 반응들이 적잖이 나오고 있다. 
나정용 고투몰 이사는 “온라인 쇼핑몰 오픈이 늦어진 것도 의견을 한데 모으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라며 “열심히 상인들을 설득 중이고, 또 좋은 결과가 나올 거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많은 상인들이 뜻을 모아서 이뤄간다면 분명히 성공적인 사례를 만들 수 있을 거라고 본다. 상권 활성화를 위해 많은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제는 가만히 있으면 안 되는 시대다. 우리는 고투몰이라는 실체(오프라인)가 있지 않나. 이런 강점을 바탕으로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는 것이기 때문에 충분히 승산이 있을 거라고 믿는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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