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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박업소 vs 숙박앱 ‘광고비 갈등’

숙박앱과 숙박업체 간의 갈등이 극에 달했습니다. 코로나19 사태로 손님이 뚝 끊기면서 갈등의 수위가 임계점에 다다른 듯합니다. 숙박업소들의 불만은 간단합니다. “손님이 줄었음에도 숙박앱에 내야 할 돈은 여전하다”는 겁니다. 숙박앱 업체들은 “광고비를 강제한 적이 없다”며 난색을 표합니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숙박업소와 숙박앱간 ‘광고비 갈등’을 취재했습니다.

숙박앱 업체들의 수수료와 광고비가 과도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사진=뉴시스]
숙박앱 업체들의 수수료와 광고비가 과도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사진=뉴시스]

과거엔 괜찮은 숙소를 잡으려면 발품을 열심히 팔아야 했습니다. 일일이 전화해 빈방이 있는지 확인해야 했고, 그마저도 여의치 않으면 직접 방문하는 수고를 감수해야 했죠. 요즘엔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스마트폰에 숙박앱만 설치하면 끝입니다. 편의성 덕분인지 숙박앱을 쓰는 소비자도 부쩍 늘었습니다. 지난해 11월 기준 숙박앱 이용자 수가 432만명에 이를 정도입니다(시장조사업체 와이즈앱).

이를 발판으로 숙박앱 업체들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습니다. 이 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업체는 ‘야놀자’와 ‘여기어때’인데, 해마다 최고 매출을 경신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도 야놀자와 여기어때는 전년 대비 45.9%, 49.7% 증가한 2449억원, 1027억원의 매출을 달성했죠.

그렇다면 숙박업소들도 소비자처럼 숙박앱을 반길까요. 꼭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마땅한 홍보수단이 없던 중·소형 숙박업소들이 숙박앱을 마케팅 채널로 삼은 건 사실이지만 숙박업소들의 부담도 커졌습니다. ‘수수료·광고비 무료정책’으로 가입자를 유치하던 숙박앱들이 하나둘씩 유료로 전환했기 때문입니다.

숙박앱의 수입원은 크게 두가지로 나뉩니다. 하나는 중개 수수료입니다. 소비자가 숙박앱을 통해 지불한 이용요금의 일정 부분을 숙박앱 업체가 가져가는 식입니다. 업계에 따르면 야놀자와 여기어때는 10%의 중개 수수료를 받고 있고, 일부 업체의 수수료는 최고 15%에 이릅니다. 별도로 부과되는 세금까지 포함하면 11~16%의 중개 수수료를 챙기는 셈입니다.

다른 하나는 광고비입니다. 숙박앱이 소비자에게 보여주는 숙소 목록에서 상위에 노출되려면 숙박업소는 그만큼의 광고비를 지불해야 합니다. 적게는 월평균 20만원부터 많게는 500만원까지 투입됩니다. 광고비를 많이 낼수록 목록의 상단에 노출되지만 숙박업소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더구나 올해엔 숙박업체들의 사정이 크게 나빠졌습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숙소를 찾는 소비자가 부쩍 줄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월평균 423만명이던 숙박앱 이용자 수가 올 4월 282만명에 그쳤다는 건 이를 잘 보여주는 통계입니다(와이즈앱). 숙박업체들이 숙박앱의 과도한 광고비를 지적하고 나선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코로나19로 고객은 줄었음에도 숙박업체가 숙박앱에 지불해야 하는 광고비는 그대로이기 때문이죠.

 

일부 숙박업소는 나름의 방식으로 항의를 하기도 했습니다. 일례로, 지난해 7월 대전 유성구의 숙박업소들은 머리를 맞대고 40만원 이상의 고액 광고를 하지 않기로 합의했습니다. 하지만 합의는 금세 깨졌습니다. 장사가 잘되지 않자 초조해진 일부 숙소에서 광고비를 집행했기 때문이었죠.

소비자에게도 좋을 게 없습니다. 수수료와 광고비가 부담이 된 숙박업소가 숙박료를 올릴 가능성이 높아서죠. 숙박업소들의 불만에 관해 숙박앱 업체들은 다소 난감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숙박앱 업체의 관계자는 “숙박업소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니 부담해야 할 광고비가 많아진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지금까지 단 한번도 숙박앱 업체가 숙박업소들에 광고비를 강제한 적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숙박앱이 자사의 홍보에 천문학적인 돈을 쓰는 게 숙박업소의 부담으로 이어진 게 아니냐는 지적도 숱합니다.

2018년 기준 야놀자와 여기어때의 광고선전비는 각각 346억원, 343억원이었습니다. 같은해 두 기업의 영업이익이 739억원, 686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수익의 상당 부분을 브랜드 홍보에 사용한 셈입니다. 2018년 319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던 ‘배달의민족’의 광고선전비(156억원)와 비교해봐도 큰 비용임에 틀림없습니다.

어쨌거나 숙박앱들도 나름의 해결책을 내놓고 있긴 합니다. 여기어때는 지난 11일 중개 수수료의 절반을 쿠폰 형식으로 숙박업소에 돌려주겠다고 밝혔습니다. 숙박업소는 쿠폰을 소비자들에게 배포하는 방식으로 고객을 유치할 수 있습니다. 야놀자는 지난 3월 광고비를 포인트 형태로 전액 환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환급된 포인트는 숙박업소에서 광고·마케팅 용도로 재사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숙소업체들은 “숙박앱의 해결책이 일시적인 효과만 가져다줄 뿐”이라면서 부정적인 입장을 내놓고 있습니다. 대한숙박업중앙회 관계자는 “아고다·에어비앤비 같은 해외 숙박앱은 중개 수수료만 받고 광고비는 책정하지 않는다”면서 “국내 숙박앱의 시스템이 지금처럼 무한경쟁이 아닌 일정 수준의 광고비만 받는 식으로 개편돼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정부도 이런 현상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듯합니다. 지난해 11월 공정거래위원회가 숙박앱의 불공정거래행위를 조사하기 위한 특별팀을 꾸렸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숙박업소와 숙박앱 간의 불화가 수그러들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

숙박업소가 문제 삼은 수수료와 광고비 책정은 공정위 특별팀의 검토 대상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럼 숙박업소와 숙박앱이 머리를 맞대고 솔루션을 찾아야 한다는 건데, 이들은 과연 상생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요? 답은 아직 알 수 없습니다.
이혁기 더스쿠프 IT전문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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