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플렉스 시장 분석

극장은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대표적인 산업입니다. 코로나19 감염 우려에 많은 사람이 극장을 피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최근 극장산업의 반등을 전망하는 증권사 보고서가 나왔습니다. ‘6월의 봄’을 기다리는 극장산업은 코로나19의 악재를 뚫고 반등할 수 있을까요? 더스쿠프(The SCOOP)가 멀티플렉스 시장을 냉정하게 분석해 봤습니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다중이용시설인 극장가가 큰 타격을 입었다.[사진=뉴시스]

문화생활, 여가활동, 데이트 코스 등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영화보기’입니다. 한국인의 영화사랑은 대단합니다.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의 설문조사(성인남녀 1000명) 결과에 따르면 전체의 81.5%가 ‘평소 영화에 관심이 많다’고 답했습니다.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가장 하고 싶은 활동으로 ‘극장에 가서 영화보기’를 꼽은 사람도 37.1%(복수응답)를 기록했습니다. 국내 여행(41.2%), 마스크 벗고 쇼핑(39.3%) 다음으로 높은 응답률입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의 극장산업은 호황일 때가 많았습니다. 2019년 인구 1인당 영화관람 횟수 세계 1위(4.4회)가 한국이었을 정도죠. 지난해 극장을 찾은 관객 수 역시 2억2668만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관객 수 1000만명을 돌파한 영화도 5편(극한직업 1627만명·어벤져스 1393만명·겨울왕국2 1337만명·알라딘 1255만명·기생충 1009만명)에 달했습니다.

관객 수 증가의 수혜를 보는 곳은 극장입니다. 지난해 극장산업의 매출은 역대 최대치인 1조9140억원을 달성했습니다. 국내 멀티플렉스 업계가 경쟁적으로 몸집을 불린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2015년 311곳이었던 국내 3대 멀티플렉스(CJ CG V·롯데시네마·메가박스)의 극장 수는 지난해 400곳으로 28.6%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극장산업은 코로나19라는 뜻밖의 복병에 치명상을 입었습니다. 극장과 같은 다중이용시설을 피하는 분위기(사회적 거리두기)가 조성되면서 관객의 발길이 뚝 끊겼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가 발생했던 1월에도 1684만명을 기록했던 전체 관객 수는 2월 737만명, 3월 183만명, 4월 97만명으로 쪼그라들었습니다. 특히 4월에 기록한 관객 수는 전년 동월(1334만명) 대비 92.7%나 줄어든 수치입니다.

올 1~4월 전체 관객 수는 2702만명으로 지난해 6841만명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고, 매출액도 같은 기간 반토막(5809억원→2286억원) 났습니다. 국내 멀티플렉스들이 비상경영을 선언하고 비용 줄이기에 나선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극장산업의 반등을 전망하는 증권사 리포트가 나와 시장의 관심을 샀습니다. 극장산업의 회복을 전망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지금의 침체가 구조적인 부진에서 비롯된 게 아니라는 겁니다.

4월 관객 전년 대비 93% 감소

관련 보고서를 쓴 김회재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코로나19가 종식되는 과정에 있다”며 “7월 성수기 이전에만 극장이 정상화하면 그동안 밀렸던 영화관람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그는 “예상대로 흐름이 형성된다면 연간 관객 수는 20% 정도 감소하는 선에서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며 “주요 신작의 개봉이 하반기로 연기됐기 때문에 2021년 상반기까지 억압수요(Pent up Dema nd)가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긍정적인 전망을 가능케 하는 징조도 있습니다. 국내 영화 ‘침입자(6월 4일 개봉)’를 시작으로 ‘결백(6월 11일 개봉)’ ‘#살아있다(6월 중 개봉)’ 등의 신작들이 개봉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4월 97만명으로 감소했던 관객 수도 5월 27일 기준 130만2388명으로 증가했습니다. 물론 지난해 5월 관객 수인 1806만2457명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증가세로 방향이 돌아선 건 사실입니다. 정부도 5월 28일부터 영화 관람료 6000원 할인권 133만장을 배포하는 등 코로나19의 여파로 얼어붙은 극장가를 살리기 위해 나섰습니다.

그렇다면 침체에 빠진 극장산업은 기대처럼 반등에 성공할 수 있을까요? 극장업계 관계자들은 기대보단 우려를 더 많이 언급합니다. 반등을 논하기에는 관객 수 감소세가 워낙 컸다는 게 이유입니다.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 확진자가 131명(5월 27일 기준) 발생하는 등 2차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도 전망을 어둡게 만들고 있습니다. 멀티플렉스 관계자는 “극장 내 방역을 철저히 하고 있지만 코로나19 감염 우려가 관객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좌석 간 거리 두기, 상영 횟수 제한 등의 조치가 계속되고 있어 의미 있는 관객 수의 증가를 기대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기대할 만한 신작은 많지만 확실한 흥행카드가 없다는 건 걱정거리입니다. 국내 대작 영화들은 아직 개봉일정을 잡지 못했고, 해외 블록버스터 영화도 8월 이후 개봉이 예상됩니다. 극장이 문을 열어도 새로운 볼거리가 없다면 극장을 찾는 관객이 많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관련 기업의 주가도 하락세입니다.

국내 시장점유율 1위 멀티플렉스인 CJ CGV의 주가는 올 초 3만4000원에서 5월 27일 2만3900원으로 하락했습니다. 코로나19 충격으로 저점을 기록했던 3월 23일(1만4150원)과 비교하면 68.9% 올랐습니다. 하지만 이 회사의 주가는 2016년 1월 14만원을 기록한 이후 계속해서 하락세를 타고 있습니다. “CJ CGV를 매수하라”는 의견을 낸 증권사 보고서도 4월 10건에서 5월 4건으로 크게 줄었습니다. 이는 CJ CGV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다는 걸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국내 신용평가사인 나이스신용평가의 전망도 밝지 않습니다. 나신평은 코로나19가 올해 3분기까지 이어질 경우 멀티플렉스 시장점유율 1위·2위 기업인 CJ CGV와 롯데시네마(롯데컬처웍스)가 올해 4800억원의 당기순손실(두 기업 합)을 기록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신작 많지만 확실한 흥행카드 없어

나신평은 만약 코로나19의 확산세가 내년 1분기까지 이어지는 것으로 가정하면 두 회사의 적자폭이 5873억원으로 증가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나신평은 보고서를 통해 “CJ CGV는 멀티플렉스 업체들 가운데 가장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해온 탓에 코로나로 인한 사업적·재무적 타격이 크다”고 꼬집었습니다. 극장산업의 침체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여전히 높다는 얘기입니다.

멀티플렉스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정책, 신작 개봉 등 극장가의 회복을 기대할 수 있는 소식이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코로나19 우려가 계속되는 한 예전 수준으로의 회복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당분간은 비상경영체제를 유지하는 것으로 버틸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올해는 극장은 물론 영화산업에 있어 최악의 한 해가 될 것 같다”고 토로했습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