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지개 켜는 토종브랜드들

1980년대생 두 토종브랜드가 기지개를 켜고 있다. ‘왕자표 고무신’ ‘기차표 고무신’으로 각각 출발한 프로스펙스와 르까프 얘기다. 프로스펙스는 “잘됐으면 좋겠어, 대한민국이. 프로스펙스도”란 광고를 론칭하면서 브랜드 알리기에 나섰고, 르까프는 내부 정비에 이어 신제품을 내리 출시하며 소비자들과의 접점을 확대하고 있다. 토종브랜드는 다시 과거의 영광을 누릴 수 있을까. 더스쿠프(The SCOOP)가 프로스펙스·르까프의 봄꿈과 현실을 취재했다.

프로스펙스가 오리지널 로고로 돌아왔다. 부활 가능성은 반반이다.[사진=더스쿠프 포토]
프로스펙스가 오리지널 로고로 돌아왔다. 부활 가능성은 반반이다.[사진=더스쿠프 포토]

1986년 아시안 게임, 1988년 서울올림픽 공식 후원사로 선정돼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던 프로스펙스(LS네트웍스). 한때 나이키를 누르고 국내 스포츠 브랜드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한 토종브랜드다. 또 다른 토종브랜드 르까프(디앤액트)는 어떤가. 르까프를 전개하던 화승은 1990년에 수출 5억불탑 및 금탑산업 훈장을 받으며 소위 ‘잘나가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영광은 잠시, 곡절의 시간은 그보다 길었다. 법정관리를 받았고, 모기업이 부도를 내는 등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중반을 암흑 속에서 보냈다. 그러다 2000년대 중반 워킹화(프로스펙스)와 아웃도어(르까프) 열풍이 불면서 잠깐 재기에 성공하는 듯했지만 그 역시 오래가지 못했다.

그런데 최근 과거 영상에서나 보나 싶었던 두 브랜드가 기지개를 다시 켜고 있다. 프로스펙스는 짤막한 브랜드 광고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끄는 데 성공했고, 르까프는 유통과 마케팅 강화를 위해 내부 정비를 마쳤다.


프로스펙스는 최근 브랜드 광고를 전개 중이다. “잘됐으면 좋겠어, 대한민국이. 프로스펙스도.” 1988년 서울올림픽 복싱 금메달리스트인 김광선이 주름 가득한 얼굴로 어두운 체육관에서 마주 앉은 이의 붕대를 감아주며 던지는 이 한마디가 큰 울림을 주고 있다.

지난해 LS네트웍스의 브랜드 부문(프로스펙스·몽벨)의 성적표는 “잘됐으면 좋겠다”는 말이 절로 나올 만큼 신통치 않다. 2018년 1919억원이었던 매출은 지난해 1670억원으로 감소했고, 영업손실은 73억4950만원에서 284억원8437만원으로 증가했다. 올 1분기에도 반등엔 성공하지 못했다. 오히려 코로나19 사태를 만나 1분기 영업손실 규모가 지난해 1분기 9억8524만원보다 큰 폭으로 늘어 62억9486만원을 기록했다.

그런 LS네트웍스에 최근 조금씩 변화의 꿈틀거림이 감지되고 있다. “잘됐으면 좋겠다”는 광고가 TV에 노출되면서다. LS네트웍스 관계자는 “당초 조금 일찍 시작하려던 TV광고 계획이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조금 뒤로 미뤄진 것”이라며 “오히려 그게 시기와 맞아떨어지면서 소비자들의 공감을 산 거 같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실제 매출에도 광고효과가 나타나고 있을까. 다시 LS네트웍스 관계자의 말이다. “아직 5월 매출이 완전히 집계된 건 아니지만 전년과 비교했을 때 분명히 매출이 증가했다. 온전히 광고 효과 때문이라고는 볼 수 없지만 매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건 사실이다.” LS네트웍스는 올해 오리지널 로고로 다시 돌아간 만큼 당분간은 브랜드를 알리는 데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반등 노리는 토종브랜드

르까프를 전개하고 있는 디앤액트는 어수선한 내부부터 정비했다. 올 1월, 서울회생법원으로부터 회생계획인가를 받은 후 가장 먼저 손을 댄 건 사명社名이다. 스포츠 기업으로서의 정체성을 강화하기 위해 ‘꿈꾸라, 그리고 행동하라(Dream and Action)’는 메시지를 사명에 담았다. 

사명을 바꾸는 것에 그치지 않고 대표이사도 교체했다. 회생절차를 마무리하기 전까지 디앤액트는 경영·재무전략 전문가인 김건우 대표 체제였다. 그러다 지난 4월 유통 전반에 걸쳐 다양한 경험을 쌓아온 비즈니스 전문가 정신모 대표를 신임대표로 선임했다. 디앤액트는 “기업 회생인가를 조기 종결하고 재도약의 기회를 맞이한 만큼 회사를 새롭게 이끌고 재도약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정 대표를 선임했다”고 밝혔다. 정 대표는 브랜드의 상품성과 전문성을 강화하고 활발한 마케팅을 통해 브랜드를 알리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광고모델도 바꿨다. 르까프는 지난 2월, 배우 이장우와 대세 가수 송가인을 브랜드 광고모델로 발탁했다. 두 사람 모두 르까프가 탄생한 1986년생이라는 게 특징이다. “1986년생들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디앤액트 관계자는 “‘서울 아시안 게임’이 열린 1986년의 도전 정신과 활기가 브랜드와 광고모델을 통해 소비자에게 전달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르까프가 사명과 대표이사를 교체하며 반등을 꾀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르까프가 사명과 대표이사를 교체하며 반등을 꾀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디앤액트는 무엇보다 송가인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너나 할 것 없이 다들 어려운 시기, 송가인을 내세운 관련 프로모션으로 매출이 그나마 현상 유지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힘입어 6월엔 광고모델인 송가인을 적극 활용해 랜선 팬사인회도 열 예정이다. 

신제품도 속속 출시하고 있다. ‘송가인 재킷’으로 불리는 플라워 패턴의 방풍재킷을 출시한 데 이어 도심 속 러닝을 즐기는 이들을 위한 러닝화 ‘에어로 런(Aero Run)’, 여성용 초경량 슬립온 ‘이라이트20(E-LIGHT 20)’을 연달아 출시했다. 천연 한지 소재로 만든 ‘한지 폴로 티셔츠’를 선보이기도 했다. 

아직은 설자리 부족

각자의 방식으로 재도약에 나선 프로스펙스와 르까프. 그렇다면 이들의 노력은 빛을 발할까. 또다시 짧은 봄꿈으로 끝나진 않을까. 가능성은 반반이다. 업계 관계자는 “브랜드 광고도 중요하지만 실제 매출에 더 영향을 많이 미치는 건 상품 광고”라며 “상품 광고를 보고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어야 진정한 의미의 광고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풀어야 할 과제는 또 있다. 철옹성 같은 해외브랜드 나이키·아디다스를 넘어서야 하지만 아직은  역부족이다. 지난해부터 열풍을 이어오고 있는 어글리슈즈 시장에선 휠라와 경쟁해야 한다. 프로스펙스와 르까프가 설자리가 아직까진 많지 않다는 얘기다. 그나마 기대할 수 있는 건 두 브랜드의 주력상품인 워킹화가 제 시즌을 맞았다는 점이다. 숙제는 광고 효과에 기댈 것이 아니라 지금의 관심을 계속 이어가는 것이다. 과연 프로스펙스와 르까프는 우려를 걷어내고 제2의 전성기를 누릴 수 있을까.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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