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난 심각한 주유소 업계

▲ 주유소 업계에 구조조정이 한창이지만 업주들은 폐업을 하려 해도 돈이 없어 휴업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사진=뉴시스)
휴업 주유소가 늘고 있다. 주유소 업계의 상황이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그렇다고 경영난이 해소되면 사업을 재개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주유소 업계에서 휴업은 폐업보다 무섭다. 폐업비용이 없는 업체가 ‘휴업’을 하기 때문이다. 돈이 없으면 사업을 접지도 못한다.

주유소 업계 불황으로 휴업 주유소가 급증하고 있다. 한국주유소협회는 올해 8월 한 달 간 휴업신청을 한 주유소가 436곳이라고 밝혔다. 하루 14개 주유소 운영이 중단된 것으로 월간 기준 사상 최고치다.

올해 8월 당시 정상영업을 하던 국내 주유소 수는 총 1만2830곳이었다. 전달보다 22곳, 올 1월보다는 76곳 감소했다.

2000년대 들어 휴업 주유소 수는 월 평균 200여 곳이었다. 과당경쟁으로 인한 업계 구조조정이 본격화된 2010년 이후에는 매월 300곳 이상이 휴업했다. 올해는 지난 3월을 제외하면 월 평균 417곳의 주유소가 휴업했다. 업계 최대 불황이라던 2011년 월 평균 휴업 주유소(373곳) 수보다도 11.7%가 늘었다.

일반적으로 휴업은 경영환경 악화로 인해 위기가 닥쳤을 때 업주가 위기를 벗어나고자 택하는 일종의 전략이다. 하지만 주유소 업계에서 휴업의 의미는 더 크다.
 
한국주유소협회 관계자는 “폐업을 하기 위해 주유탱크를 정화하고 철거까지 하려면 약 1억5000만원이 필요하다”며 “휴업은 폐업 비용마저도 감당하지 못해 아예 손을 놓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폐업조차 힘겨운 업주들의 마지막 선택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2008년과 2012년 폐업한 주유소는 78곳과 194곳으로 64.5% 증가한 반면, 같은 해 휴업한 주유소는 265곳과 436곳으로 146% 증가했다.

휴업 주유소가 증가한 이유는 경영난에 있다. 필요 이상으로 주유소가 많아져 경쟁이 심해지고 마진율이 낮아져서다.

한국주유소협회 관계자는 “거래제한 철폐, 규제완화 정책 등으로 1990년대 3000불과했던 주유소는 현재 1만3000곳으로 늘어났다”며 “때문에 주유소 간 경쟁이 심화되고, 마트주유소와 알뜰주유소까지 생겨 경영난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 5년 간 지역별 월 평균 석유제품 판매량(판매량 신고 주유소 대상)을 보면 주유소 증가로 인해 주유소 간 경쟁이 심화됐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2007년부터 2011년까지 전국 주유소의 석유제품 총 판매량은 1억4479만여 드럼에서 1억5218만여 드럼으로 5.1% 가량늘었다. 반면 주유소 지역별 석유제품 월 평균 판매량은 같은 기간 1022드럼에서 987드럼으로 3.6% 줄어들었다. 업계 간 경쟁이 심해졌다는 방증이다. 총 판매량이 늘었지만 수익성은 줄었으니 업계 관계자는 “현재의 주유소 수는 8000개 수준으로 조정돼야 적절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주유소 업계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당장 어려움을 겪고 있는 휴업 주유소 입장에서는 지금 당장 뾰족한 수가 없다는 게 문제다. 이런 상황이라면 폐업 보다 무서운 휴업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최근 주유소를 휴업하게 된 정모씨는 “주유소가 넘쳐난다고 강조했음에도 정부는 알뜰주유소 정책으로 주유소를 더 늘려왔다”며 “최소한 폐업이라도 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줘야 할 것 아니냐”고 하소연했다.

김정덕 기자 juckys@thescoop.co.kr|@itvf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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