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법 폐지가 능사인가

인천 여중생 성폭행 사건의 가해자 2명이 피해자 오빠를 고소했다. 미성년자인 자신들을 부모 동의도 없이 추궁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들 논리에는 자신들이 미성년자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어떤가. 상황이 이렇더라도 소년법을 폐지해야 할까. 필자는 “무조건 폐지하는 건 능사가 아니다”는 입장에 서 있다. 그 이유는 명료하다.

미성년자 강력범죄가 잇따르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미성년자 강력범죄가 잇따르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10대들의 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관련 뉴스가 보도될 때마다 대중들은 분노한다. “범죄를 저지른 미성년자들을 엄벌에 처해 달라” “소년법을 폐지해달라”는 국민청원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사람들을 경악하게 만든 n번방 사건’도 마찬가지다. 메신저 앱으로 피해자들을 유인해 성착취물을 촬영하고 유포한 ‘n번방 사건’의 가해자는 대부분은 20대이고(41.8%), 개중엔 미성년자(31.2%)도 있었다. 일례로 주요 공범 중 한명인 ‘부따’ 강훈은 만 18세로 미성년자다. n번방을 모방해 제2의 n번방을 운영한 ‘로리대장태범’도 10대다.

지난 3월에는 10대 8명이 서울에 주차돼 있던 차를 훔쳐 무면허로 대전까지 운전했다. 경찰과 추격전을 벌이다 중앙선을 침범하면서 오토바이와 충돌해 오토바이 운전자가 사망했다. 8명 중 6명은 현장에서 검거됐다. 나머지 2명은 달아났지만 같은날 오후 서울에서 붙잡혔다.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기까지 한 사건이지만 가해자들은 만 14세 미만이라는 이유로 1명을 제외하고 모두 귀가 조치됐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엔 이들을 엄중 처벌해달라는 글이 올라왔고, 한달 만에 10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지난해 12월 같은 학교에 다니던 여중생을 불러 술을 먹인 뒤 성폭행을 하거나 성폭행을 시도해 다치게 한 ‘인천 여중생 성폭행 사건’의 가해자도 10대다. 그들은 피해 학생을 성폭행하는 것도 모자라 나체사진까지 촬영하는 대범함을 보였다.

통계청과 여성가족부가 공개한 2020년 청소년 통계를 보자. 2018년 기준 소년범죄자 수는 약 6만6000명이다. 만 14세 미만의 촉법소년이 통계에서 제외됐으니 실제로 범죄를 저지른 미성년자 수는 6만6000명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다. 그렇다면 정말로 소년법을 폐지하면 10대들의 범죄가 감소하고, 범죄 예방의 효과가 있을까. [※ 참고: 소년법은 반사회성이 있는 소년에 대한 보호처분 등을 규정하고 있는 법률이다. 19세 미만을 소년으로 규정하고 있다.] 

소년 범죄는 성인 범죄와 분명 다른 특수성이 있다. 개선 가능성이 있는 미성년자들까지 모두 형사처벌로 다스린다면 그들은 사회에 나오기도 전에 전과자로 낙인 찍히고 만다. 그렇게 되면 ‘교화’라는 당초 목적은 달성할 수 없다. 이런 맥락에서 소년법 자체가 문제인 건 아니다. 인적·물적 자원이 부족하고, 솜방망이 처벌이 내려진다는 게 진짜 문제다. 

솜방망이 처벌이 문제

현행법만으로도 만 14세 이상의 미성년자는 형사처벌이 가능하다. 하지만 어떤가. 미성년자에게 처벌이 내려질 때마다 우리는 미성년자에게 유독 가벼운 처벌이 내려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왜일까. 실제로도 처벌이 가벼워서다. 주관적인 느낌이 아니라 객관적인 통계가 그렇다. 전체 소년범죄 사건의 53%는 검사가 ‘불처분(보호처분을 할 수 없거나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되는 경우 처분을 하지 않는 것)’을 한다. 18%는 증거가 부족하거나 범죄에 해당되지 않아 혐의 없음으로 불처분을 하고, 35%는 소년이 범죄를 저질렀어도 검사의 재량으로 형사법원 내지 소년법원에 보내지 않고 기소유예로 사건을 종결짓는다.

불처분을 하는 53%를 제외한 나머지 범죄 중 34%는 소년법원으로, 그리고 10%는 성인 범죄처럼 형사재판으로 넘어가게 된다. 그나마 형사재판으로 넘어간 10%의 사건도 절반은 형사 재판부에서 다시 소년법원으로 돌려보내는 상황이다. 나머지 처분도 대부분 벌금형, 집행유예에 그치고 만다. 결국 총 소년범죄 사건의 극히 일부만 실형을 받는 셈이다. 

해외도 그럴까. 아니다. 해외는 소년범을 엄격하게 처벌한다. 일본의 경우 형사처벌 가능 연령을 만 12세로 낮췄다. 살인을 저지른 18세 소년에게 사형판결을 내린 사례도 있다. 미국은 흉악범죄를 저지른 이라면 미성년자를 불문하고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을 선고하고 있다. 실제로 살인을 저지른 15세 소녀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기도 했다.

‘n번방 사건’ 가해자 중엔 10대도 적지 않다.[사진=뉴시스]
‘n번방 사건’ 가해자 중엔 10대도 적지 않다.[사진=뉴시스]

앞서 말한 인천 여중생 성폭행 사건의 가해자 2명은 피해자 오빠를 고소했다. 미성년자인 자신들을 부모 동의도 없이 추궁했다는 거다. 그들 논리에는 자신들이 미성년자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지난해 수원 노래방 폭행 사건에서도 가해 미성년자 중 한명은 자신의 SNS에 부산 여중생 집단 폭행 사건과 비교하며 스스로를 두둔했다. 어른들이라면 청소년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데 청원을 그만해 달라는 거였다. 자신이 청소년이니 보호해 달라며 스스로에게 면죄부를 주는 가해자를 과연 어떻게 봐야 할까. 

스스로에게 주는 나쁜 면죄부

미성년자를 선도하는 것이 소년범의 목적이라곤 하지만 때로는 피해자는 배제된 채 가해자만 지나치게 보호받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형법은 ‘책임의 원칙’이라는 대원칙을 갖고 있다. 자신의 행동에 따르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무조건 책임을 감면해 준다면 선도라는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교화가 필요한 미성년자들을 위해 소년법 폐지는 답이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현재의 소년법을 재정비해 미성년자들이 느슨한 그물망에서 빠져나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징벌 내지 처벌은 가해자 교화라는 목적도 있지만, 국민의 법 감정과 피해자의 피해 감정 회복에도 목적이 있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노윤호 법률사무소 사월 변호사
yhnoh@aprillaw.co.kr | 더스쿠프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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