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 창업자들의 눈물
억울함과 뻔뻔함의 슬픈 오버랩

한국 외식업계엔 남의 아이디어를 모방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한국 외식업계엔 남의 아이디어를 모방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어느 카페. 인테리어로 떴다. 사람이 구름처럼 몰렸고, SNS에선 촬영명소 카페로 주목받았다. 그러던 어느 날, 카페 사장에게 다른 지방에 분점을 냈느냐는 문의가 빗발쳤다. 알고 보니 땀과 눈물로 구성한 콘셉트를 누군가 베껴서 가게를 낸 거였다. 

사람들은 카페 사장에게 거친 조언을 늘어놨다. “법적 대응 하세요.” 하지만 카페 사장은 맘대로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소송을 걸어봤자 승소 가능성이 낮은 데다 자칫 비용이 더 많이 들 수도 있었다. 독특한 건축물의 디자인이나 인테리어는 ‘법망’ 안에서 보호받는 게 무척이나 어렵기 때문이었다. 

눈에 확 띄는 인테리어의 상황이 이런데, 경계가 모호한 음식 메뉴는 더 심각하다. 나만의 비밀 레시피는 조리 라인에서 일하던 사람이 그만두면 금세 다른 식당에서 새 메뉴로 둔갑한다. 권리를 인정받기 위해 특허로 등록해도 난감하긴 마찬가지다. 레시피의 상세 내역을 공개해야 해서다. 

누군가는 “외식업을 하다 보면 당연히 겪는 일 아닌가”라고 대수롭지 않게 말할지 모른다. 하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겐 간단한 일이 아니다. 이태원에서 닭날개 전문 요리점을 운영하는 이새암 네키드크루 대표는 “피와 땀으로 만든 메뉴와 콘셉트가 존중받지 못하는 것 같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연남동 골목에서 레스토랑을 운영 중인 김준기 홈보이서울 대표는 “자괴감이 들고 힘이 빠진다”고 토로했다. 파주의 대형카페 ‘더티트렁크’를 운영 중인 김왕일 CICFNB 대표는 “아무런 죄의식 없이 베끼는 게 한국 외식산업의 문화 같다”면서 “정부나 법의 관심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더 놀라운 일은 베끼는 사람들이 되레 뻔뻔하다는 점이다. 손님인 척 반말로 레시피를 물을 때도, 주방 내부사진을 촬영해 갈 때도 조심하지 않는다. 한손엔 줄자를 들고 건축가와 방문해 내부 구조를 당당하게 분석하는 파렴치한 사업자도 있다. 

상황이 이럴진대, 어떤 청년들이 ‘창조적 창업’을 꾀하겠는가. 더스쿠프(The SCOOP)가 카피 천국의 천태만상을 살펴봤다. 안타깝게도 억울함과 뻔뻔함이 오버랩됐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심지영 더스쿠프 기자 

jeeyeong.shim@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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