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컨설팅회사 브이랩스 통해 신축빌라 임대 매물 중개 
브이랩스 빌라매물탭 상단 노출해 불공정거래 유도 
직방 “브이랩스는 직방과 단순 계약 관계일뿐” 
브이랩스 “직방 파트너 회사” 
직방 자회사 COO, 브이랩스 사업에 직접 관여

직방이 중개업에 우회진출을 시도한 정황이 포착됐다. 직방의 부동산 매물 플랫폼 상단엔 분양 컨설팅 회사 ‘브이랩스’가 올려놓은 매물이 1년째 고정돼 있다. 직방은 “분양사업은 공인중개사가 아니라도 할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브이랩스는 분양뿐만이 아니라 전세 매물도 안내한다. 명백한 공인중개사법 위반 행위다. 문제는 브이랩스와 직방이 단순한 관계가 아니라는 점이다. 브이랩스는 스스로를 “직방의 파트너사”라고 강조했다. 사실이라면 직방은 브이랩스를 통해 ‘우회 중개’까지 자행해온 셈이 된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직방의 중개업 우회진출 논란을 단독 취재했다. 직방은 취재가 시작된 이후 사실관계를 감추는 데 급급했다. 심지어 ‘개인정보 제3자 제공 동의’ 안내문에 있는 약관까지 갑자기 수정했다. 

빌라 매물탭의 상단을 차지한 것은 '브이랩스'라는 분양 컨설팅 회사였다.[사진=더스쿠프 포토]
빌라 매물탭의 상단을 차지한 것은 '브이랩스'라는 분양 컨설팅 회사였다.[사진=더스쿠프 포토]

당신이 공인중개사라고 가정하자. 매물을 거래하기 위해 직방에서 광고상품을 샀다. 그것도 가장 비싼 값을 지불했다. 그런데 소비자가 가장 많이 보는 최상단에 매물을 올릴 수 없다. 더 돈을 내더라도 가장 좋은 곳에 광고를 올리고 싶지만 그 자리엔 이미 임자가 있다. 직방의 파트너사다. 이런 광고 행위, 시장 논리로 당연한 일일까. 

5월 25일 온라인 플랫폼 분야에서 법집행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특별팀(TF)을 발족하고 기준 마련에 나선 공정위의 의견을 들어보자. “플랫폼에서 자사우대 등 새로운 형태의 경제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런 행위 등을 막기 위해 공정거래법 집행기준을 마련하려고 한다.” 

포털이나 플랫폼 회사가 운영하는 자사 제품을 사이트 상단에 노출해 구매나 거래를 유도해선 안 된다는 거다. 합리적인 결정이다. 네이버·직방 등 플랫폼 사업자가 자사 제품을 플랫폼에 제공하는 순간, ‘불공정 경쟁’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다시 돌아가 보자. 직방의 상단 노출 상품은 ‘자사 우대’일까. 직방의 빌라 매물탭에 접속해보자. 이 탭에서 가장 먼저 올라오는 건 ‘이 지역 신축 빌라’다. 특이점은 매물 상세정보에 ‘공인중개사 정보’가 없다는 것이다. 직방은 “아파트 단지 정보를 제공하는 것처럼 빌라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기 때문에 공인중개사 광고상품과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언뜻 그런 것 같지만 아파트와 크게 다른 점이 있다. 신축 빌라 매물은 아파트와 다르게 이용자가 전화번호를 남기면 분양컨설팅 업체 ‘브이랩스’로부터 전화가 걸려온다. 아파트 단지처럼 단순 정보를 알려주는 것을 넘어 실제 거래까지 이어진다. [※ 참고 : 개인정보 동의 안내문을 읽어보면 이용자의 전화번호를 수집하는 주체도 ‘브이랩스’다.] 

중개까지 팩트를 좀 더 정확하게 체크하기 위해 기자가 직접 전화번호를 남겨봤다. 5분이 채 지나지 않아 전화가 왔다. 그 내용을 일문일답으로 정리해봤다.

기자 : “어디서 전화한 건가. 공인중개사인가.”
브이랩스 : “공인중개사나 중개법인은 아니다. 분양 컨설팅 회사다.”
기자 : “전세 매물도 있나.”
브이랩스 : “우리 고객이 전세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대출도 다 문제없는 집들이다.”
기자 : “사진에 나온 그 집을 볼 수 있는 건지.”
브이랩스 : “지금 그 집은 나가고 ◯◯◯호 하나만 남아 있다.”
기자 : “사무실 어디로 가면 되나.”
브이랩스 : “사무실로 올 필요 없다. 지하철역으로 오면 우리 차로 빌라까지 함께 간다.”


직방 측은 ‘이 지역 신축 빌라’ 탭을 두고 “광고상품이 아니라 빌라 정보를 상세히 알려주는 서비스”라고 설명했지만 브이랩스는 공인중개사가 광고하는 것만큼의 효과를 누리고 있었다. 그러자 직방 측은 “직방이 지분을 소유하고 있거나 다른 관계가 있는 회사가 아니다”면서 반론을 폈다. 직방이 자사 플랫폼에 ‘직방 관련 상품’을 공급한 게 아니라는 거였다.

하지만 이 주장엔 의문이 남는다. 2019년부터 올해 5월 28일까지 ‘이 지역 신축 빌라’에 정보를 제공하고 이용자의 전화번호를 받아 연락을 취하는 곳은 브이랩스 한곳뿐이었다. 브이랩스 역시 기자와의 통화에서 자신들을 ‘직방 파트너사’라고 설명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측은 “직방이 이런 방식으로 플랫폼 광고를 하고 있는지 이제야 알았다”면서 “일반 공인중개사들을 뒤로 밀어버리는 불공정 거래의 일단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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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직방은 다시 반박했다. “여러 업체가 참여할 수 있지만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아 다른 업체들이 진입하지 못한 것 같다. 직방과 브이랩스는 아무런 관련성이 없다.” 문제는 직방의 반박과 재반박에도 의문이 전혀 해소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2019년 직방이 ‘이 지역 신축 빌라’ 탭을 고정적으로 상위 노출하기 시작하자 일부 공인중개사는 이렇게 요구했다. “상단 고정 매물 노출을 왜 특정 회사만 하고 있느냐. 상단 고정 상품이 더 비싸다면 구매해서 사용할 테니 우리도 상단에 매물을 노출할 수 있도록 해달라.” 

이때 직방 측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 인물을 현장에 파견했는데, 그는 자회사 COO인 조◯◯ 이사였다. 직방과 브이랩스의 관계가 ‘단순 계약으로 맺어진 것’만은 아니란 방증이다. 직방은 “조씨는 다른 업무를 한 적이 없고 공인중개사를 만난 일도 없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일부 공인중개소 회원사에선 조씨의 명함이 버젓이 발견됐다. 

[※ 참고 : 조 이사는 더스쿠프 346호 커버스토리 ‘직방 자회사 임원 돈세탁 논란과 직방의 리스크’에 등장했던 인물이다. 그때도 직방은 본사가 아닌 자회사인 임대관리업체 로프트PMC(로프트피엠씨)의 임원이라면서 직방과의 직접적인 연관성을 차단했었다.] 

사업구조뿐만 아니다. 분양 컨설팅은 물론 전세매물까지 안내하는 브이랩스의 영업방식에도 문제가 많다. 직방 측은 “분양 컨설팅 회사인 브이랩스가 신축 빌라를 분양하는 건 위법행위가 아니다”고 설명했지만 설득력이 얻기 힘들다. 전세나 월세 등의 거래에서 임대인과 임차인이 만날 수 있도록 알선하는 것 자체가 중개에 속하기 때문이다(공인중개사법). 

브이랩스의 실체도 모호했다. 브이랩스의 소재지를 찾아가 봤지만 회사는 없었다. 브이랩스 직원의 명함에 적혀있는 주소는 ‘장소만 빌려주는 공유 오피스’였다.

취재가 끝날 무렵, 직방 측은 ‘이상한 조치’를 취했다. 5월 27일까지 브이랩스만 있었던 신축빌라탭 ‘개인정보의 제3자 제공 동의’ 관련 약관에 A공인중개사무소를 갑자기 추가했다. 브이랩스 직원들이 A공인중개사의 중개 보조원으로 등록되기도 했다. 직방이 브이랩스와만 사업을 하고 있다는 걸 감추기 위한 ‘꼼수’로 풀이된다.

직방은 약 1년간 분양 컨설팅업체 브이랩스에 빌라탭 상단에 매물을 고정적으로 올릴 수 있는 기회를 독점적으로 제공했다.[사진=직방 제공]
직방은 약 1년간 분양 컨설팅업체 브이랩스에 빌라탭 상단에 매물을 고정적으로 올릴 수 있는 기회를 독점적으로 제공했다.[사진=직방 제공]

직방 관계자는 “취재가 시작되고 나서 약관 내용이 변경됐다는 것은 오해”라면서 “5월 14일 브이랩스 직원 일부가 A공인중개사 소속이 됐고 업데이트를 뒤늦게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약관을 2주 늦게 갱신한 것, 게다가 취재 시작 후 갑작스럽게 업데이트를 한 것 모두 우연이란 변명이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들은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에서 수수료 거래가 가장 불투명하게 이뤄지는 곳은 빌라시장”이라면서 “한채를 팔 때마다 1000만~2000만원 정도의 수수료가 붙고 분양 컨설팅 회사가 가져갈 수 있는 판매 수수료는 공인중개사와 달리 한계가 없다”고 꼬집었다. 빌라시장이 부동산의 어두운 그늘이라는 건데, 직방은 그곳에서도 ‘꼼수’를 펼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직방, 대체 어디까지 스며들어간 걸까.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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