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력발전의 현주소

5월 초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초안이 발표됐다. 주요 내용은 2034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40%대까지 높인다는 거다. 그러자 태양광에 가려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풍력(특히 해상풍력) 발전이 주목을 받고 있다. 태양광만으로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높이기 어려워서다. 발전 단가가 많이 떨어졌다는 것도 장점이다. 하지만 장밋빛 전망만 있는 건 아니다. 시장의 바람만큼 바람이 거세지 않을 수도 있다. 더스쿠프(The SCOOP)가 풍력발전의 명암을 짚어봤다.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발전 확대정책으로 풍력 발전이 주목을 받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발전 확대정책으로 풍력 발전이 주목을 받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풍력 발전이 성장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 최근 발전 시장에서 공공연히 떠도는 얘기다. 지금껏 신재생에너지의 대표주자인 태양광에 밀려 큰 관심을 받지 못했던 풍력이 주목을 받을 거라는 얘기인데, 나름의 이유가 있다. 

우선 신재생에너지 발전 설비 비중이 가파르게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의 의지가 워낙 강해서다. 이는 5월 8일 발표된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초안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초안의 주요 내용은 원전과 석탄 발전 설비를 줄이는 대신 LNG와 신재생에너지 발전 설비를 늘리겠다는 거다. 

구체적으로 보면 2020년 19.2%인 원전 비중을 2034년 9.9%로, 27.1%인 석탄 발전 비중을 14.9%로 줄인다. 같은 기간 LNG 발전은 32.3%에서 31.0%로 유지해 줄어든 원전과 석탄 발전의 비중을 대체하고,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15.1%에서 40.0%로 확 끌어올릴 계획이다.

중요한 건 크게 높아진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태양광만으로 채우기 힘들다는 점이다. 더구나 태양광 발전은 역효과도 많다. 이번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초안 작성에 참여한 한 전문가는 “국토는 한정돼 있는데 태양광 발전 설비가 무분별하게 설치되면서 태양광 발전 설비가 오히려 환경파괴의 주범으로 낙인 찍힌 측면이 없지 않다”면서 “해상풍력 발전은 그런 면에서 적절한 대안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풍력 발전은 긍정적인 요인이 많다. 먼저 풍력 발전의 균등화발전비용(LCOE)이 낮아지고 있다. [※참고 : LCOE는 발전에 필요한 총비용(사회ㆍ환경적 부담 모두 반영)을 전체 발전량으로 나눈 값이다. LCOE가 낮을수록 경제성이 높다는 의미다.]

분석 기관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략 2025년이면 해상풍력 발전의 LCOE가 현재 태양광 발전 LCOE(1㎿h당 50달러 이하)와 비슷한 수준(1㎿h당 60달러 내외)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한편에선 ‘이미 태양광 발전 LCOE와 비슷한 50달러 수준을 밑돈다’는 주장도 나온다. 영국의 금융 싱크탱크인 카본트래커 이니셔티브는 지난 4월 풍력 발전 단가가 5년 내에 LNG 발전 단가보다 저렴해질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함형도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풍력 발전의 LCOE는 기존 화력 발전과 비용이 같은 그리드 패리티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함 애널리스트는 “유럽의 그린딜, 미국의 그린뉴딜 등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 노력들이 진행되고 있어 세계의 재생에너지 전력생산 비중은 2010년 20%에서 2050년 86%로 확대될 전망”이라면서 “그중에서도 발전 원가가 빠르게 낮아지고 있는 태양광이 43%(8519GW), 풍력이 30%(6044GW)를 차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참고 : 그리드 패리티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원가가 화력 발전 원가와 같아지는 시점이다.] 

국내 풍력 발전 시장의 성장이 예상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지난해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세계 해상풍력 시장 규모가 2040년까지 매년 13%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선진국들이 탄소배출량 줄이기에 적극적이기 때문인데, 국내 시장 분위기도 이를 따라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동헌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신재생에너지 중에서 국제 환경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폐기물 발전을 배제하고 태양광과 풍력을 중심으로 신재생에너지 발전이 확대될 것”이라면서 “국내 풍력 발전 시장의 고속성장은 자명한 일”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풍력 관련주의 주가가 상승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풍력타워 제조기업인 씨에스윈드의 현재(5월 27일 기준) 주가는 4만1850원으로 연초(3만7350원) 대비 12.1% 올랐다. 풍력타워 제조가 전체 매출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동국S&C의 주가는 같은 기간 2575원에서 4345원으로 68.7%나 올랐다. 

풍력 발전기와 발전타워 등을 제조하는 유니슨의 주가는 연초 1015원에서 80.3% 오른 1830원을, 풍력 발전기 부품을 생산하는 씨에스베어링은 8650원에서 11.1% 오른 9610원을 각각 기록했다. 

저유가 상황이 신재생에너지 발전 확대정책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사진=연합뉴스]
저유가 상황이 신재생에너지 발전 확대정책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사진=연합뉴스]

그렇다고 장밋빛 전망만 나오는 건 아니다. 무엇보다 저유가 상황이 변수다. 올해 2월부터 배럴당 50달러 이하로 내려간 국제유가(두바이유 기준)는 여전히 30달러를 겨우 넘기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일반적으로 유가가 낮으면 신재생에너지의 입지는 좁아진다. 경제성에서 밀리기 때문이다. 물론 정부가 정잭적으로 신재생에너지를 밀겠다는 의지가 강하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코로나19에 따른 재정 지출이 크다는 점을 감안할 때 정책 추진이 얼마나 탄력을 받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정세은 충남대(경제학) 교수는 “많은 이들이 해상풍력 발전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지만 실제로 정책을 밀어붙일 땐 애로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특히 저유가가 현 수준에 머무른다면 신재생에너지 발전 시장이 후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또다른 문제도 있다. 해상풍력 발전 시장이 더 성장하려면 일정 수준의 발전량이 나올 만한 지역을 찾아야 하는데, 말처럼 쉽지 않다.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 설비를 운영하는 한 업체 관계자는 “막연히 ‘3면이 바다’라서 해상풍력 발전이 잘될 거라 생각하면 큰 오산”이라면서 “해상풍력 발전이 적절한 지역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경제성을 잘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제성 검토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돈만 낭비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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