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OOP? STORY!
3년차 웨일의 가능성과 한계

웹브라우저 산업은 십수년째 해외기업들이 장악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맞서는 국산 웹브라우저 ‘웨일’이 3월 시장점유율 4.4%란 의미 있는 기록을 세웠습니다. 웨일의 행보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4.4% 이상은 힘들 거란 견해도 많습니다. 1인자 ‘크롬’의 파급력이 워낙 강한 데다, 웨일 자체에 크롬 기반으로 만들어졌다는 태생적인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웨일은 이름처럼 ‘고래’로 성장할 수 있을까요? 더스쿠프(The SCOOP)가 네이버 웨일의 꿈을 취재했습니다. 

웨일의 웹브라우저 시장점유율이 4%대를 돌파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웨일의 웹브라우저 시장점유율이 4%대를 돌파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하루에도 수없이 드나드는 온라인 세계. 이곳에 접속하려면 가장 먼저 웹브라우저(Web Browser)를 열어야 합니다. 이용자는 웹브라우저를 통해 온라인상에 존재하는 모든 콘텐트를 만나게 됩니다. 웹브라우저가 사람과 온라인을 잇는 ‘통로’ 역할을 하는 셈입니다.

그 중요성 때문인지 웹브라우저의 가치도 급속도로 높아지고 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마켓워치에 따르면 세계 웹브라우저 시장 규모는 2017년 기준 220억 달러(27조1590억원)를 기록했는데, 마켓워치는 이 시장이 2025년까지 매년 두자릿수 성장률을 보일 거란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이 시장에서 가장 잘나가는 웹브라우저는 구글이 서비스하는 ‘크롬’입니다. 크롬은 세계 PC 웹브라우저 시장의 69.3%를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인 점유율을 과시하고 있습니다(스탯카운터·3월 기준). 경쟁 서비스인 ‘파이어폭스(9.5%)’ ‘사파리(8. 5%)’와의 격차도 어마어마하게 벌어져 있는 상황입니다.

우리에게 친숙한 마이크로소프트(MS)의 ‘인터넷 익스플로러(IE)’는 어떻게 됐을까요? 과거엔 68.5%(2008년 7월) 점유율을 기록할 정도로 시장을 지배했던 IE의 점유율은 3.4%에 불과합니다(3월 기준). 이제 웹브라우저 시장은 사실상 크롬이 독식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흥미로운 건 이런 상황에서도 괜찮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국내 웹브라우저가 있다는 겁니다. 네이버의 ‘웨일 브라우저’입니다. 2017년 3월 서비스를 시작한 ‘웨일’의 현재 시장점유율은 4%를 넘어섰습니다(스탯카운터). 지난해 3월 점유율이 1.6%에 그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성장속도가 꽤 빠릅니다. 스마트폰에서도 맹활약을 펼치고 있습니다. 국내 스마트폰 웹브라우저 시장에서 8.6%의 점유율(1월)을 기록했는데, 1위인 크롬(39.7%)과의 격차를 좁혀나가고 있습니다.

웨일이 빠른 속도로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요? 업계에선 웨일의 편의성을 가장 큰 강점으로 꼽습니다. 대표적인 기능이 ‘화면분할’입니다. 인터넷을 하다 보면 여러 웹페이지를 함께 띄워야 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합니다. 기존 웹브라우저는 일일이 클릭해 화면을 전환해야 하는 반면, 웨일은 화면분할 기능을 지원해 웹페이지들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이용자를 배려했습니다.

일상에서 자주 쓰일 법한 다양한 기능도 추가했습니다. 무엇보다 웹브라우저 한편에 ‘사이드바’를 만들어 계산기·환율·사전 등의 기능을 활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네이버의 독자적인 인공지능(AI) 번역 서비스인 ‘파파고’를 탑재한 것도 주목을 받았습니다. 별도의 번역 프로그램 없이도 웨일만 있으면 온라인 속 해외 콘텐트에 손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됐죠.

이용자의 의견을 빠르게 반영하기 위한 노력도 아끼지 않습니다. 네이버는 ‘웨일연구소’ 사이트를 만들어 이용자들이 피드백을 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2만3000여건의 이용자 의견이 접수됐는데, 이를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서비스를 개선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국내 최대 플랫폼인 네이버가 지원사격을 하고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순 없을 겁니다.

 

그럼 시간이 지나면 웨일이 크롬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까요? 대부분의 업계 관계자들은 “낙관적으로 보긴 어렵다”는 견해를 내놨습니다. 웹브라우저 산업이 ‘승자독식’의 경영원리가 강하게 적용되는 분야이기 때문입니다.

크롬이 시장 1위 자리를 차지한 과정만 살펴봐도 그렇습니다. 크롬이 공개됐을 당시 구글은 IE에 비해 작업속도가 빠르고 편리한 기능이 많다는 점을 내세우며 시장을 공략했습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IE의 아성을 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2011년까지 각각 38.6%·27.2%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경쟁하던 IE와 크롬의 지위가 극명하게 바뀐 시기는 2014년 8월이었습니다.

당시 MS가 IE의 구버전을 지원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는데, 이게 악수로 작용했습니다. MS의 정책에 따라 강제로 IE의 최신 버전(IE11)을 써야 했던 이용자들이 크게 반발했고, 결국 크롬으로 이탈하기 시작했던 겁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를 기점으로 시장의 균형점이 IE에서 크롬으로 빠르게 기울었다”고 회상했습니다.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의 설명을 들어볼까요? “MS는 이용자들이 최신 버전의 IE로 자연스럽게 이동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맞아떨어지지 않았다. 예상과 반대로 이 계산은 크롬에 이용자를 내주는 결과로 이어졌다. MS의 악수가 크롬이 1인자가 되는 결정적인 요인이 된 셈이다. 바꿔 말하면 웹브라우저 시장에서 독점기업의 아성을 무너뜨리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얘기다. 성능 면에서 웨일이 크롬에 뒤처지지 않지만 그것만으론 시장에서 두각을 보이기 힘들다고 전망하는 이유다.”

그렇다고 웨일이 넘어야 할 게 ‘시장’인 것만은 아닙니다. 웨일이 해결해야 할 기술적인 문제도 숱합니다. 무엇보다 구글이 공개한 크롬의 엔진(크로미움)을 기반으로 제작된 웨일은 크롬이 안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도 그대로 갖고 있습니다.

웨일의 한계는 크롬을 기반으로 제작됐다는 점이다.[사진=연합뉴스]
웨일의 한계는 크롬을 기반으로 제작됐다는 점이다.[사진=연합뉴스]

대표적인 게 ‘높은 메모리 점유율’입니다. 웨일연구소에 올라온 이용자들의 의견 중에는 “메모리 점유율이 지나치게 높아 PC가 느려진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마찬가지의 이유로 업데이트가 느리다는 것도 단점으로 꼽힙니다. 크롬 엔진이 최신 버전으로 바뀌어도 웨일은 최신 버전이 적용되는 속도가 크롬보다 상대적으로 느릴 수밖에 없습니다.

태생적인 한계 해결해야

네이버도 나름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지난 4월 네이버는 ‘한글과컴퓨터’와 손잡고 웨일에 ‘한글 뷰어’를 탑재하는 협약을 체결했습니다. 이제 별도의 프로그램 없이도 웨일만 있으면 한글 문서 파일을 열어볼 수 있습니다.

5월 8일엔 금융결제원과 함께 ‘브라우저 인증서’ 서비스를 만들겠다는 계획도 밝혔습니다. 이 서비스가 적용되면 웨일만으로도 금융기관이나 공공서비스에 손쉽게 접속할 수 있습니다. 웨일의 편의성을 극대화해 이용자 수를 늘리겠다는 겁니다.

해외 기업이 장악하고 있던 웹브라우저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웨일. 이 토종 웹브라우저는 과연 시장에서 자리를 잡아갈 수 있을까요? 아니면 의미있는 결과를 내지 못한 채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될까요? 아직은 좀 더 지켜봐야겠습니다.

이혁기 더스쿠프 IT전문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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