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마트 배달앱 ‘로마켓’ 써보니 …

대형마트·편의점·이커머스 등 다양한 유통채널이 배송속도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중엔 동네마트를 활용해 ‘당일배송’의 진수를 보여주는 곳도 있다. 여성청결제 전문업체 ㈜질경이가 운영하는 플랫폼 ‘로마켓’이다. 대형유통 채널의 틈바구니에서 어려움을 겪는 동네마트를 ‘배송의 축’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과연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더스쿠프(The SCOOP)가 로마켓을 직접 사용해봤다. 약점도 있었지만 장점도 분명했다. 

동네마트 배달 플랫폼 ‘로마켓’을 통해 집 근처 마트 상품을 원하는 시간에 주문할 수 있다. [사진=로마켓 제공]
동네마트 배달 플랫폼 ‘로마켓’을 통해 집 근처 마트 상품을 원하는 시간에 주문할 수 있다. [사진=로마켓 제공]

냉장고에 생수가 한 병도 보이지 않았다. 전날 사두는 것을 잊은 탓이었다. 스마트폰을 들고 동네마트 배송 서비스 앱 ‘로마켓’을 켰다. 오전 9시 40분이었다. 먼저 물건을 주문할 마트를 선택했다. 기자의 집에서 가장 가까운 가맹점은 구로구 고척동의 한 마트였다. 생수 500mL짜리 20개와 함께 마침 다 떨어진 치약을 주문하기로 했다.

제품 카테고리는 두부·생수·감자스낵· 커피믹스 등 세밀하게 분류돼 있었지만 종류는 적었다. 생수 브랜드는 4종, 치약은 8종류에 그쳤다. 생수는 평소 마시는 제품이 있었지만 치약은 쓰던 제품이 없어 가격 대비 용량이 많은 제품으로 골랐다. 
두 상품의 가격은 1만5400원. 해당 마트는 최소 주문금액 1만원만 넘으면 배송비가 무료다. 대다수 온라인 쇼핑몰의 무료배송 기준이 3만~4만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1만원은 가볍게 느껴졌다.  

물건을 장바구니에 담고 주문서를 작성했다. 제품 수령 방식을 ‘집으로 배달’로 정하고 결제수단을 살폈다. 현장결제 카드, 현장결제 현금, 온라인 결제 총 3가지가 있었다. 이중 현장결제를 선택하면 긴급재난지원금도 사용할 수 있었다. 편의를 위해 온라인 결제(마트 직원이 주문한 제품 을 픽업한 뒤 확정된 금액에 따라 결제 링크를 전송)를 택했다. 주문자 정보를 입력 후 하단의 예약 주문 버튼을 눌렀다. 주문 시간은 가장 빠른 오전 10시로 정했다.

오전 10시 4분이 되자 주문이 접수됐다는 문자메시지와 결제 링크가 왔다. 최종 적으로 결제를 완료한 시간은 10시 6분이었다. ‘1시간 이내엔 오겠지’라고 생각하며 업무를 시작했다. 몇분이나 지났을까, 현관 초인종이 요란하게 울렸다. 인터폰 화면엔 배송기사가 서 있었다. 배송기사가 4층에 있는 기자의 집 앞까지 올라와 물건을 내려놓은 시간은 10시 19분. 결제를 마친 순간부터 물건을 받기까지 고작 13분이 걸린 셈이다. 진짜 ‘당일배송’이 무엇인지 체감한 순간이었다. 
 

배송의 시대, 유통업체들은 빠른 배송을 내걸고 치열하게 경쟁중이다. 여기저기서 ‘아침에 주문하면 퇴근 전에 도착한다’면서 속도를 내세운다. 사실 당일배송의 원조는 동네마트다. 그러나 대형 유통업체가 당일 배송에 뛰어들면서 정작 동네마트는 존재감을 잃었다.  

로마켓은 동네마트만을 위한 배달 플랫폼이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과 빠른 배송을 의미하는 ‘로켓’을 합쳐 만들었다. 흥미롭게도 로마켓을 운영하는 건 여성청결제 전문업체 ㈜질경이다. 비에이치소프트의 ‘동네마켓’ 앱을 올해부터 ㈜질경이가 운영하면서 리브랜딩 등 대대적인 리뉴얼이 이뤄졌다. 가맹점주가 요청하면 20분 만에 원격으로 해당 마트의 앱(페이지)이 생성된다. 

서버와 마트 포스기(POS)를 연동해 재고 현황·가격 변동·주문 내역 등이 주기적으로 업데이트된다. 자금과 인력 부족 등으로 플랫폼을 만들기 어려운 소상공인에게 유용하다. 로마켓의 가장 큰 장점은 배송 속도다. 통상 주문 직후 30분~1시간 이내에 도착한다.

주문시간도 1시간 단위로 정할 수 있어 편하다. 
말 그대로 퇴근길에 주문해 도착한 재료로 저녁밥을 만들 수 있는 셈이다. 어린 자녀가 있어 집을 비우기 어려운 주부나 장볼 시간이 부족한 워킹맘 사이에서 로마켓이 인기를 끄는 이유다. 배송비와 최소 주문금액도 낮다. 기준은 마트마다 자체적으로 정해 제각각이지만 평균적으로 최소 주문금액은 1만~2만원, 배송비는 1000~2000원선에 불과하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장을 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진짜 당일배송 체감 가능해


야채·라면 등 필수 식료품은 대형마트나 이커머스보다 동네마트가 저렴한 경우가 많다. 예컨대 애호박 1개 990원, 아이스크림 1개 400원, 두부 1모 1000원 등 1만원으로도 넉넉히 장을 볼 수 있다. 같은 구성으로 쿠팡에서 구입하 면 애호박 1개 900원, 아이스크림 1개 461 원, 두부 1모 1940원으로 조금 더 비싸다(로켓프레시·묶음 상품은 1개당 기준). 앱 내에 ‘레시피’ 탭이 있는 것도 특징이다. 블로거와 제휴를 맺고 각종 요리법을 제공한다. 요리법 하단엔 재료 구매창이 있어 필요한 재료를 바로 구매할 수도 있다.  

로마켓은 빠른 배송 속도가 강점이지만 개선할 점도 숱하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로마켓은 빠른 배송 속도가 강점이지만 개선할 점도 숱하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하지만 개선할 점도 숱하다. 무엇보다 가맹점 수가 전국 70여개로 너무 적다. 서울·경기권 밖에선 이용하는 게 쉽지 않다. 질경이 관계자는 “로마켓에 입점했던 점주가 다른 마트 점주에게 소개하는 경우가 많다”며 “동네마트 규모가 천차만별인데다 홍보 채널이 마땅치 않아 가맹점 확장 속도가 더디다”고 털어놨다. 물건의 종류가 적은 것도 단점이다. 플랫폼엔 매장 판매상품 중 일부만 올라와 원하는 제품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숱하다.

탭 많지만 상세 설명 부족해

특히 식자재 마트가 아닌 일반 마트는 신선식품의 종류가 매우 적다. 생선류는 아예 판매하지 않거나, 과일·채소류 상품 이 1개에 그치는 곳도 있다. 주문 결제창에 서 원하는 제품을 추가로 요청할 수 있지만 이 경우 마트 측에 재고 확인을 거쳐야 해 번거롭다.

다소 투박하고 불편한 앱 환경도 개선이 필요하다. 우선 탭이 지나치게 많다. ‘카테 고리별 상품보기’ ‘마트 신상품’ ‘빠른 찾기 카테고리’ ‘실시간 인기상품’ ‘3분 장보기’ 등 이름만 봐선 무슨 차이인지 알기 어려운 탭이 나열돼 있다. 제품의 상세설명도 부족하다. 제품 정보는 생산자, 제조 연월일 등 상품 필수정보에 그친다. 


특히 신선식품의 경우, 현재 상태를 게시하지 않아 제품을 받아들기 전까진 신선도를 알 수 없다. 질경이 측은 “가맹점이 늘어나면서 앱 개선의 필요성도 인지하고 있다”며 “아직은 초기 단계지만 차차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유통공룡에 편의점까지 배달 시장에 나선 지금, 동네마트 배송서비스가 다시 주목받을 수 있을까. 

심지영 더스쿠프 기자
jeeyeong.shim@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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