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개원 부동산 발의법안 분석 

21대 국회가 시작됐다. 전에 없던 거대 여당이 탄생했다. 개헌 빼곤 모두 이뤄낼 수 있을 힘을 갖췄다. 정부 정책이 탄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 19대 대통령 선거에서도, 20대 총선에서도 여당은 ‘부동산 개혁’을 외쳤다. 이보다 적기일 순 없다. 하지만 21대 국회에도 88명의 다주택자가 있다는 건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통합당이 먼저 ‘종부세 개정안’을 제출한 것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더스쿠프(The SCOOP)가 21대 국회 개원과 함께 발의된 부동산 법안을 분석했다. 

20대 국회에서 폐기된 '종부세 개정안'은 아직 발의되지 않았다.[사진=뉴시스]
20대 국회에서 폐기된 ‘종부세 개정안’은 아직 발의되지 않았다.[사진=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이 21대 국회에서 과반을 차지했다. 177석. 거대 여당이다. 여기에 정의당 등 범진보 진영의 의석까지 포함하면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을 지정하거나 야당의 방어책인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취소할 힘이 생긴다. 

“개헌 빼고 모두 할 수 있다”는 표현에 과장이 없다. 그만큼 의지만 있다면 어떤 법안이든 통과시킬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21대 총선 이전인 20대 총선과 19대 대통령 선거에서 여당은 ‘불공정한 부동산 시장’을 뿌리 뽑겠다고 나섰다. 

21대 총선 공약도 당연히 맥이 비슷했다.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투기수요를 근절’하고 ‘실수요자 보호’에 집중하겠다는 내용이 골자였다. 21대 총선 공약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계약갱신청구권’이다. 세입자의 주거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해줄 수 있는 내용이다. 

지금은 월세나 전세계약을 맺을 때 일반적으로 2년간 임차한다. 여기에 또다시 2년의 계약갱신을 요구할 권리가 새롭게 생긴다. 집주인이 재계약을 거부하고 싶다면 구체적인 사유가 필요하다. 임차인이 3개월 이상 임대료를 내지 않았다는 근거 등이 있어야 한다.


3기 신도시를 중심으로 한 공급대책도 공약에 있다. 핵심은 청년ㆍ신혼희망주택을 5만호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공공택지에서 싼값에 주택을 분양받은 이후 시세 차익을 과하게 얻는 것을 막기 위해 청년ㆍ신혼 전용 수익공유형 모기지를 새롭게 만들겠다는 내용도 눈길을 끈다. 분양을 받고 거주 후에 다시 팔면 그때 발생하는 양도 차액을 공공이 나눠 갖겠다는 게 골자여서다. 

공공이 저렴하게 분양했으니 이익도 일정 부분 다시 회수한다는 얘기다. 일부 전문가들은 최근 발표된 용산정비창 8000호 공급 계획이 ‘토지임대부’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조언도 내놓았다. 공공성을 최대한 유지하기 위해서다. 

그렇다면 21대 개원과 함께 발의된 부동산 개정안엔 이런 의지들이 녹아들어 있을까. 흥미롭게도 여당의 부동산 정책의 가늠자나 다름없는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개정안은 발의되지 않았다. 여당은 새 국회가 열리면 다시 ‘종부세 개정안’을 올리겠다고 공언했지만 아직까지 소식은 없다.

[※참고 : 2018년 10월 8일 김정우 더불어민주당 의원(당시)이 대표 발의했던 ‘종합부동산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다주택자의 종부세 부담을 높이고 전체 납세자의 편의를 위해 종부세를 나눠서 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이 개정안이 2020년 5월 29일 마지막 본회의에서 통과됐다면 현행 최소 0.5~2%로 적용되던 세율은 보유한 부동산 과세 표준에 따라 0.5~2.7%(일반지역 2주택자)이거나 0.6~3.2%(3주택 이상ㆍ규제 지역 2주택자)까지 오른다.]  

흥미롭게도 ‘종부세 일부 개정안’을 먼저 들고 나온 쪽은 미래통합당이다. 3일 제안된 ‘종부세 개정안(배현진 의원 대표 발의)’과 4일 제안된 ‘종부세 개정안(태영호 의원 대표 발의)’은 모두 종부세 세율 인상의 부담을 덜어주려는 내용이 핵심이다. 

시행령으로 조정할 수 있는 세율을 법률로 규정해 변경이 어렵게 만들고 장기 보유자나 만 60세 이상 노인에게는 공제율을 확대하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특히 태영호 의원안은 1주택자이거나 다주택자라 하더라도 실거주하는 주택이 있다면 해당 주택을 과세 대상에서 아예 제외해주자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정부가 최대 세율 3.2%를 적용하는 ‘종부세 개정안’을 통과시킨다 해도 그 영향을 최소화하겠다는 의도가 읽힌다. 같은 기간(6월 4일 기준) 민주당이 발의한 부동산 관련 법안에는 종부세 개정안 대신 주거 복지, 임차인 권리 신장을 위한 법안이 제안됐다. 신혼부부를 위한 주거안정책(주택구매 비용, 전세자금 지원 등)을 국가와 지자체가 마련해야 하는 근거 규정을 만들기 위해 ‘저출산ㆍ고령사회기본법 개정안(이정문 의원 대표 발의)’이 발의됐다. 

코로나19 충격을 받아내기 위한 법안도 있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추경호 의원 대표 발의)’은 감염병으로 인한 매출 감소에도 임대료 차감 요구를 할 수 있도록 임차인의 권리를 보호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부동산 시장에서 불법 행위를 하는 개인의 처벌규정을 강화하는 법률안도 나왔다. ‘주택법 일부 개정법률안(윤관석 의원 대표발의)’은 주택시장 교란자에게 징벌적 조처를 내리는 것이 골자다. 주택 전매행위 제한을 위반한 사람에게 10년간 입주자 자격을 제한해 사실상 청약시장에 진입하지 못하게 막는다. 시장 제한만 있는 것은 아니다. ‘주택법 개정안’에는 소규모 주택정비사업에서는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지 말자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부동산 가격과 직접 연관된 법안은 미래통합당에서 내놓은 ‘종부세 약화 법안’뿐이다.[사진=뉴시스]
부동산 가격과 직접 연관된 법안은 미래통합당에서 내놓은 ‘종부세 약화 법안’뿐이다.[사진=뉴시스]

20대 국회를 달궜던 분양가 상한제, 후분양제 도입과 관련한 법안은 21대 국회에서 아직 발의되지 않았다. 힘은 거대 여당에 있지만 야당이 ‘강 건너 불구경’할 가능성은 없다. 통합당이 ‘종부세 개정안’을 선수 친 것에서도 그들의 전략을 읽을 수 있다. 또 다른 장애물도 있다. 경실련이 21대 국회의원 신고재산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의원 중 88명은 다주택자다. 그중엔 거대 여당 소속 의원도 많다.
 
더불어민주당에 소속된 다주택자 의원은 43명, 미래통합당은 41명이다. 그들이 국민을 위한 선택을 할지는 알 수 없다. 21대 국회에선 20대 국회에서 내팽개쳐졌던 부동산 법안들이 합리적으로 논의될 수 있을까.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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