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습 중산층 사회」
능력으로 포장된 세습의 덫

90년대생의 다중적 격차는 세습 중산층의 기원인 60년생의 특수성에서 기안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90년대생의 다중적 격차는 세습 중산층의 기원인 60년생의 특수성에서 기안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나 때는 말야…’를 외치는 50대 부모들. 그리고 ‘개천에서 용 나던’ 그 시절과 지금이 어떻게 같냐며 항변하는 20대 자녀들. 90년대생인 지금의 20대는 자신들이 이전 세대와는 다른 불평등을 경험한다고 토로한다. 이들이 말하는 불평등 구조는 그들의 부모가 어떤 계층에 속하는지에 따라 달라진다는 의미와 연결돼 있기도 하다. 「세습 중산층 사회」는 ‘90년대생의 불평등 문제’를 분석하고 진단한다. 구체적이면서도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입시ㆍ취업ㆍ결혼ㆍ부동산 등 ‘세습 중산층 사회’에 산재한 다중적 불평등 문제를 파헤친다. 

90년대생은 상급학교 진학, 학교 교육과 기회 획득, 취업 과정 등에서 이전 세대와는 다른 복합적인 불평등을 경험하고 있다. 지난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논란은 지금 20대의 핵심문제가 계층 또는 계급의 재생산에 있으며, 20대 내부의 격차가 이전 세대보다 훨씬 다차원적임을 보여줬다. 아울러 조국 논란은 ‘90년대생의 불평등 문제’의 분석과 진단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일깨웠다. 

저자는 90년대생의 부모이자 세습 중산층의 기원인 60년대생의 고찰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586세대’라 불리는 60년대생은 한국 사회에서 학력ㆍ소득ㆍ직업ㆍ자산ㆍ사회적 네트워크 등 다중격차를 처음 만들어낸 세대다. 이 세대는 대학 정원 확대, 경제 호황기에 노동시장 진입, 수출 대기업의 급성장과 그로 인한 노동소득 증가에 힘입어 세습 중산층의 1세대를 이뤘다.

저자는 “오늘날 20대가 경험하는 불평등의 본질은 학력과 노동시장의 지위를 기반으로 부를 축적한 50대 부모 세대가 교육 투자, 문화적 역량, 사회적 네트워크 등 무형 자산을 이용해 자녀에게도 동일한 학력과 노동시장 지위를 물려주는 데 있다”고 말한다. 문제는 ‘세대’가 아니라 ‘세습’이라는 것이다. 

“오늘날 20대는 단일한 세대가 아니라, 10%의 세습 중산층과 나머지 90%로 이뤄진 초격차 세대다.” 저자는 세습 중산층의 자녀가 번듯한 일자리를 독식하는 게 2019년의 20대가 2009년 또는 1999년의 20대와 다른 점이라고 말한다. 

이 책은 노동시장을 크게 ‘1차 노동시장(대기업 정규직 중심의 고임금-높은 고용 안정성)’과 ‘2차 노동시장(중소기업ㆍ비정규직의 저임금-낮은 고용 안정성)’으로 나누고, 1차 노동시장에 진입한 이들의 비중이 2010년 이후 10% 수준으로 줄었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저자는 “1차 노동시장의 초임을 월 300만원 이상으로 가정할 때 2017년을 기준해 동갑내기 중 약 10%(7만2000명)만이 그 울타리 안에 들어갔다”고 설명한다.

세습 중산층 1세대가 경제력뿐만 아니라 사회적 네트워크, 문화 자본을 바탕으로 10%에 해당하는 일자리를 ‘능력 차이’라는 명목 아래 세습 중산층의 2세대에게 물려주고 있다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렇게 고정된 격차는 결혼과 자산 축적 등 이후 생애주기 전반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언급했듯 세대가 아니라 세습의 문제가 불거졌다. 

세 가지 스토리 

「건축이 바꾼다」
박인석 지음|마티 펴냄


건축은 철저한 내수산업이다. 그 규모만 연간 222조원에 달한다. 건축은 우리 사회의 주요 쟁점과도 연결돼 있다. 집, 도시, 일자리와 같은 것들이다. 저자가 건축산업의 가능성에 주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건축이 한국 사회의 질적 변화를 위한 핵심적 가치를 담고 있고, 건축의 과제가 곧 한국 사회의 과제라는 거다. 저자는 “건축이 세상을 바꾸지만, 건축을 바꾸는 것은 시민이다”고 강조한다.

「위기의 지구, 물러설 곳 없는 인간」
남성현  지음|21세기북스 펴냄 


매년 여름 ‘역대급 폭염’이 찾아오고 있다. 기후변화가 현실이 된 셈이다. 문제의식은 늘 제기되지만 해결책은 무차별적 개발 논리에 미뤄지고 있다. 해양학자인 저자는 바다에서 인류와 지구가 위기를 극복하고 공존할 수 있는 희망을 찾고 있다. 자연과학으로 재해를 예측하고, 정책과 행정을 담당하는 사회과학이 힘을 모아 융복합적 대응을 제시한다. 현직 서울대 교수진의 강의를 엄선한 ‘서가명강’ 시리즈 중 하나다.


「한동안 머물다 밖으로 나가고 싶다」
에쿠니 가오리 지음|소담출판사 펴냄


3
0여년 작품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에쿠니 가오리. 그가 그동안 신문과 잡지에 발간한 작품 중 ‘읽기’와 ‘쓰기’에 관련된 작품을 한데 모았다. 쓰는 사람으로서의 경험이 담긴 ‘쓰기’와 읽는 사람으로서의 경험이 담긴 ‘읽기’ 그리고 세상을 관찰하는 창작자의 태도와 일상이 돋보이는 ‘그 주변’이라는 세가지 챕터로 구성했다. 소설가가 어떻게 세상을 느끼고 문학을 대면하는지 흥미롭게 담아냈다.

이지은 더스쿠프 기자 
suujuu@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