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태수 GS그룹 회장

지난해 12월 허창수 전 GS그룹 회장은 임기를 2년이나 남겨두고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급변하는 시기, GS를 이끌 새로운 적임자가 필요하다는 게 이유였다. 낙점을 받은 건 허태수(63) 전 GS홈쇼핑 부회장이었다. 디지털 혁신에 능하고, 유연한 리더십을 가졌다는 소개와 함께였다. 하지만 코로나19에서 출발한 극한의 위기 상황에서 그는 조용했다. 더스쿠프(The SCOOP)가 허태수 GS그룹 회장의 리더십을 분석해 봤다. 

GS칼텍스의 영업손실로 GS그룹의 실적도 타격을 입자 허태수 GS 회장 리더십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사진=GS칼텍스 제공]
GS칼텍스의 영업손실로 GS그룹의 실적도 타격을 입자 허태수 GS 회장 리더십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사진=GS칼텍스 제공]

0.2%. 올해 1분기 GS그룹의 영업이익률이다. 1000원짜리 물건을 하나 팔았다고 가정하면 고작 2원의 이익이 남았다는 얘기다. 1분기 매출은 4조1961억원으로 전년 동기(4조4187억원) 대비 5% 감소하는 데 그쳤지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98%(5127억원→95억원)나 줄어든 탓이다. 특히 당기순이익은 -2952억원으로 전년 동기(2058억원) 대비 243% 감소했다. 

하지만 이익감소가 GS그룹 전체가 부진했기 때문은 아니다. 유통(GS리테일ㆍGS글로벌) 부문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혹은 전분기와 비교해 모두 양호했다. 발전ㆍ에너지(GS EPSㆍGS E&R) 부문 역시 전년 동기보단 약간 부진했지만, 전분기보단 개선됐다. 그렇다면 이익이 쪼그라든 이유는 뭘까. 바로 지분법 때문이다. 

GS는 GS에너지(100% 지배)를 통해 계열사 중 덩치가 가장 큰 GS칼텍스의 지분 50%를 갖고 있다. 이 지분에서 발생하는 지분법 손익은 GS 전체 영업이익의 절반가량이다. 2019년 개별 기준으로 3090억원에 불과한 GS의 영업이익이 연결기준으론 2조331억원까지 늘어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올해 1분기 국제유가 하락 등으로 GS칼텍스가 1조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냈고, 그룹 이익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이유야 어찌 됐든 실적이 나쁘면 경영자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GS그룹 역시 마찬가지였다. “올해 1월 선임된 허태수 GS 회장이 취임 이후 처음 받아든 경영 성적표가 너무 초라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쏟아져 나왔다.

허 회장으로선 억울한 측면이 있다. GS칼텍스의 실적이 나빠진 이유를 엄밀하게 따져보면, ‘급격한 국제유가 하락’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확산’ 등 외부 환경 탓이 크기 때문이다. 현대오일뱅크(5632억원 손실)를 제외한 다른 정유사들도 1조원 이상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만 봐도 그렇다. 

허테수 GS 회장(오른쪽)은 취임 이후 나름의 변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위기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사진=GS 제공]
허테수 GS 회장(오른쪽)은 취임 이후 나름의 변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위기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사진=GS 제공]

그렇다고 허 회장이 모든 능력을 발휘했다고 보기도 어렵다. 위기경영은 CEO의 능력을 평가하는 잣대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는 위기 타개 능력을 보여줘야 할 의무를 갖고 있다. 지난해 허창수 전 GS 회장이 허 회장에게 회장직을 넘기면서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 대응하는 능력을 발휘해달라”고 주문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로 시계추를 돌려보자. 전임 허창수 회장은 임기가 2년 이상 남아 있었다. 그럼에도 12월 3일 전격적으로 사의를 발표했다. 사의의 변辯은 대략 이랬다. “지금은 글로벌 감각, 디지털 혁신 리더십을 갖춘 새로운 리더와 함께 빠르게 변하는 경영환경에 대응해야 한다. GS가 전력을 다해 도전하는 데 한시도 지체할 수 없는 시기다. 혁신적 신기술이 경영환경 변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이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다면 언제 도태될지 모른다. 이런 절박함 속에서 지금이 새 활로를 찾아야 할 적기라고 판단했다.” 긴 얘기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급변하는 시대에 걸맞은 새 리더가 필요하다는 거였다.


이런 맥락에서 낙점된 인물이 바로 허 회장이었으니, 기대를 한몸에 받을 법도 했다. GS 관계자 역시 “허태수 회장은 LG투자증권 IB사업부 총괄상무와 GS홈쇼핑 대표 등을 역임하면서 탁월한 경영 역량과 리더십을 발휘했다”면서 “급변하는 글로벌 환경에서도 선제적인 대응과 미래 성장동력 발굴을 통해 GS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 개선과 질적인 성장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허 회장도 이런 기대를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올해 1월 계열사 CEO들이 모인 ‘2020년 GS 신년모임’에서 “GS그룹이 불확실성을 극복하고, 환경의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올 1분기 실망스러운 성적표를 받은 허 회장은 어떤 대응책을 갖고 있을까. 먼저 ‘디지털 혁신’의 고삐를 바짝 조일 것으로 보인다. 그는 취임 직후부터 ‘디지털 혁신’을 추진해왔다. ▲디지털ㆍ글로벌 역량을 갖춘 인재확보와 육성 ▲디지털 전환 강화 ▲애자일(Agileㆍ빠르고 유연한) 조직문화 구축 ▲오픈 이노베이션 생태계 조성 등이 ‘디지털 혁신’의 핵심이다. 신사업 발굴을 위해 미국 실리콘밸리에 벤처투자법인도 설립할 예정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개화하고, 코로나19 사태처럼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시기에 ‘낡은 조직시스템’으론 대응하는 게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오픈 이노베이션 생태계 조성이나 벤처투자 등은 허 회장이 GS홈쇼핑 대표 시절에 기획하고 추진했던 사업들이다”면서 “혁신경영을 주장하는 허 회장이 GS를 얼마나 바꿔놓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허 회장이 정유사업 부문을 줄이고 석유화학을 늘리는 사업 구조조정에 좀 더 속도를 낼 것”이라는 관측도 내놓는다. 2014년(국제유가 급락기) 이후 허창수 회장이 추진해온 사업 구조조정의 바통을 이어받아 좀 더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지 않겠냐는 추정이다. 시장 안팎에선 지난 2월 설립된 롯데GS화학(롯데케미칼+GS에너지 합작법인)이 그 과정에서 일정 부분 역할을 하지 않겠느냐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허 회장의 구상이 의미 있는 결과물로 이어질지는 알 수 없다. 무엇보다 허 회장이 직접 거론한 ‘디지털 혁신’은 시대적 화두이지, GS에 닥친 불확실성을 줄여줄 밑그림이라고 보긴 어렵다. 또한 석유화학으로의 사업 구조조정 재편 역시 허 회장이 그린 밑그림이라고 보기엔 어렵다. 구조조정의 속도를 올릴지 말지를 공식적으로 밝힌 적도 없다. 과연 허 회장은 불확실성에 대비할 적임자로서 소명을 다할 수 있을까. 그의 2분기 성적은 얼마 후 나온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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