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사각지대 놓인 수출 중고차

해외에 팔리는 ‘수출 중고차’는 연간 30만대 수준에 불과했다. 그런데 어찌 된 영문인지 지난해 46만여대가 수출됐다. 품질보증, 검사, 결제 등 미흡한 시스템이 개선된 것도 아니었다. 대체 무엇 때문이었을까. 답은 간단하다. 국내 신차의 품질이 가파르게 좋아졌기 때문이다. 신차의 품질이 개선된 만큼 중고차도 좋은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는 거다. 수출 중고차, 이제 육성할 때도 됐다.

수출 중고차 산업은 성장 가능성이 충분하다.[사진=뉴시스]
수출 중고차 산업은 성장 가능성이 충분하다.[사진=뉴시스]

국내 자동차 산업은 국가 경제의 기틀이다. 신차, 애프터마켓 등 분야가 숱한 데다 시장 규모 또한 150조원에 이른다. 얼핏 별것 아닌 듯한 중고차 시장도 어마어마하다. 연간 거래 규모가 380만여대(30조원)에 이를 정도다. 

그런데도 수출 중고차 분야는 여전히 ‘성장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수출 중고차의 90% 이상이 몰려 있는 인천 항만에 가보면 그 안타까운 민낯을 볼 수 있다. 나대지엔 중고차, 중고부품 등이 어지럽게 널려 있다. 거래 사무실이 컨테이너 박스인 곳도 숱하다. 환경이 이 정도이니, 명색이 수출산업인데도 시장 규모가 1조~2조원에 머물러 있다.

수출할 때 제값을 받는 건 언감생심. 중고차 품질보증, 중고차 검사, 고용창출 등은 꿈에서나 가능한 이야기가 돼버린지 오래다. 당연히 가격도 헐값이다. 일본산 수출 중고차의 50~60% 수준에 머물러있다. 

그렇다고 포기할 상황은 아니다. ‘메이드 인 코리아’ 자동차의 품질이 부쩍 향상되면서 수출 중고차에도 기대감이 쏟아지고 있다. 수출 시스템이 엉망이어서 어디서부터 바로잡아야 할지 난망하긴 하지만 선진화 작업에 성공하면 가능성이 충분하다.  업계 관계자들은 기대 요인으로 다음과 같은 것들을 꼽는다. ▲일자리 창출 ▲중고차 제값 받기 등을 통한 고부가가치 실현 ▲품질보증 시스템을 통한 국산차 이미지 상승 등이다. 

그렇다면 수출 중고차는 무엇부터 개선해 나가야 할까. 일단 수출 중고차의 본거지를 여러 곳으로 분산해야 한다. 언급했듯 수출 중고차 시장의 90%는 인천 항만에 몰려 있다. 이 때문에 수출 중고차 시장의 부지를 넓히고 싶어도 그럴 수 없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평택과 군산지역을 좋은 후보지로 꼽는다. 평택은 수도권인데다 수입차 PDI센터 등이 둥지를 틀고 있어 좋다. 군산은 수출 중고차 사업에서 상당히 중요한 ‘건설기계’의 산실로 최적지다. 평택이든 군산이든 각 지역에 맞는 특화된 시스템을 구축하고 시너지를 낸다면 수출 중고차도 ‘효자품목’으로 만들 수 있다. 

수출 중고차의 개선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맞춤형 중고차 전략을 세워야 한다. 국내 중고차의 70% 이상은 중동·아프리카 등지로 수출되는데, 각 대륙마다 선호하는 연식과 차종이 다르다. 지금부터라도 맞춤형 매물을 준비해야 한다는 거다. 여기에 품질보증, 정비, 세차 등을 일괄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대금결제 및 보증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긴요하다. 

아울러 수출 중고차의 매물을 확보할 수 있는 경로도 확충해야 한다. 매물을 찾아 검증하고, 수출매물로 상품화할 수 있는 원 스톱 서비스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건데, 필자는 이를 ‘선진 수출 중고차 플랫폼’이라고 부른다.

한가지 다행스러운 점은 수출 중고차를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 바뀌었다는 거다.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가 최근 선진형 시스템을 구축해 수출 중고차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은 긍정적이다. 

여기에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가 내수 및 수출 중고차에 선진형 시스템을 적용하면 일자리를 얼마나 창출할 수 있을지 정책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는 점도 반가운 소식이다. 5~6년 전부터 수출중고차 분야의 산업화를 통한 먹거리 확보를 강조한 필자가 상당한 기대감을 품을 정도다. 

앞서 언급했지만 우리나라의 수출 중고차 산업은 작은 규모에 머물러 있다. 반대로 말하면 선진화 작업에 성공하면 얼마든지 규모를 키울 수 있다는 소리가 된다. 수출 중고차에 시동을 걸어볼 만하다는 거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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