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조금리 시대 투자법❹ 경매 괜찮을까

금리가 떨어지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떻게 돈을 움직여야 이득을 볼 수 있을지 고민한다. 이런 고민의 상당수는 부동산으로 결론이 난다. 온전히 자기 자금으로 부동산을 매입하기가 쉽지 않은 만큼 외부 자금의 영향이 큰 시장이기 때문이다. 이런 때에 경매 시장에 진입하려는 사람들도 있다. 더 저렴하게 매물을 사들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경매는 그런 곳이 아니다.

금리가 내려가니 부동산 경매를 향한 관심도 부쩍 늘었다.[사진=연합뉴스]
금리가 내려가니 부동산 경매를 향한 관심도 부쩍 늘었다.[사진=연합뉴스]

저금리 시대다. 기준금리가 떨어지면 가장 먼저 연상되는 것이 ‘대출 부담 경감’이다. 대규모 자금이 필요해 평소에는 생각하기 어려웠던 투자에 관심도 늘어난다. 대표적인 예가 부동산이다. 지난 3월 사상 처음으로 ‘0% 금리 시대’가 시작되자 부동산 시장에 자금이 쏠릴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진 이유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엔 금리 외에도 변수가 많다. 특히 정부 정책은 부동산 시장을 흔드는 ‘큰손’이다. 실제로 0% 금리 시대는 부동산 시장을 부추기지 못했다. 금리인하와 함께 정부의 부동산 규제책도 강화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저금리 시대 경매 시장은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면 금리가 떨어질수록 경매 투자는 더욱 신중해져야 한다. 큰 폭의 금리 인하 이후로 경매 법정에 들어서는 사람은 오히려 늘었다. 5월 초 서울중앙지방법원 경매법정에 있던 50여 명의 참석자 중 약 절반은 실제 입찰자였지만 나머지는 경매 분위기를 파악하기 위해 단순 참석한 사람들이었다. 상대적으로 경매를 통해 시장 가격보다 저렴하게 부동산을 구매할 수 있다는 이미지가 여전히 있었기 때문이다. 

부동산을 사들이려는 입장에서 대출 금리 인하는 희소식이다. 시장에 나와 있는 고가의 매물을 최대한 부담을 덜 들이고 매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매 시장에서는 다르다. 저금리에 매물을 사들이기 위해 경매 법원에 나타나는 사람들은 늘게 마련이지만 물건은 되레 줄어들 수 있다. 


 

경매 매물이 나오는 과정을 생각하면 이유는 간단하다. 일단 경매에서 부동산을 구하려면 매물이 ‘나와야’ 한다. 일반 시장과는 다르게 경매에는 ‘매도자’가 없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경매는 부채를 감당하지 못한 개인이나 법인의 재산을 처분하면서 시작된다. 

빚을 감당하지 못한 사람들이 늘어나야 한다는 것인데 금리가 내려가면 자연히 이들이 빌린 돈의 부담도 가벼워진다. 연체율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당연히 경매에 나올 채무자의 재산도 없다. 대출 금리가 떨어지면서 경매 시장의 ‘공급’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이렇게 되면 역으로 입찰자 간 경쟁이 심화할 수밖에 없다. 자연스레 낙찰가는 올라간다.

경매도 예전 같지 않네

정말 그럴까. 경매 낙찰 매물의 가격 흐름을 살펴봤다. 2020년 1월부터 2020년 5월까지 서울중앙지방법원(종로구ㆍ중구ㆍ강남구ㆍ서초구ㆍ관악구ㆍ동작구)의 5개월 평균 매각률은 28.1%였고 매각가율은 88.1%에 육박했다. 경매 물건 10건 중 약 3건은 낙찰됐고 낙찰 가격은 감정가의 88% 수준이었다는 얘기다. 일부 6개구가 아닌 서울 전체로 넓혀도 결과는 비슷했다. 

25개구에서 진행된 2020년 1~5월 경매 법정의 결과는 매각률 31.8%, 매각가율은 91.3%였다. 감정가의 90% 이상으로 낙찰이 됐다는 말이니, 낮은 가격에 매물을 사들일 수 있는 장점은 사라진 셈이다. 

특히 아파트로 범위를 한정시키면 이런 경향은 더욱 심해진다. 서울중앙지방법원과 서울서부지방법원(용산구ㆍ서대문구ㆍ마포구ㆍ은평구)을 제외한 모든 법원의 아파트 매각가율은 100%를 넘어 감정가를 웃돌았다. 감정가가 시장가격과 일치하는 건 아니지만 더 저렴하게 매물을 사들일 수 있는 시장은 아니라는 것이 확실해졌다는 얘기다. 

경매 매각가는 왜 이렇게 높아진 걸까. 경매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목적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투자 목적으로 수익형 부동산을 찾는 사람들이 아니라, 높아진 시장 가격을 피해 조금이라도 저렴한 집을 찾으려는 실수요자들이 늘어났다. 실수요자들은 단기간 시세차익을 노리는 것이 아니다 보니 눈앞의 차익을 고려할 필요가 없다. 굳이 낮은 가격에 매입하려고 시도하지 않아도 된다. 이렇다 보니 매각가가 오를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경매 매물을 낙찰받았다고 가정할 때 특별히 대출에서 불이익을 받을 일은 없다. 저금리면 저금리대로 대출을 받고 일반 매물처럼 자금을 융통할 수 있다. 유의할 부분은 경매 매물의 경우 감정가와 낙찰가 중 낮은 가격을 기준으로 대출이 진행되기 때문에 일반 거래보다 대출이 가능한 금액은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이다. 

금리 떨어져도 경매 투자자 득 없어 

다만, 일반 매물과 마찬가지로 다주택자 규제나 주택담보대출비율(LTV)ㆍ총부채상환비율(DTI)이 그대로 적용되다 보니 결과적으로는 일반 매매시장에서보다 자금 융통이 더 어려울 수 있다. 여기에 수익성까지 담보되지 않으니 유동자금이 풍부한 사람들은 굳이 경매 시장에 들어올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금리가 낮아지더라도 부동산 경매를 하려는 사람들에게 크게 득 될 것이 없다는 얘기다. 일반 매매로는 거래하기 어려운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부동산이나 매물이 자주 나오지 않는 특정 지역에 물건을 보유하기 위해서 매물을 낙찰받는 수준이 아니라면 큰 의미가 없다.

이창동 밸류맵 리서치팀장은 “경매시장은 지금까지 매입 시점의 수익을 보고 투자하는 시장이었다”며 “이제 그런 이점은 거의 사라졌고 여러 매수 방식 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접근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이어 “서울 아파트는 이미 5~6년 전부터 경매 전문가들에게는 수익이 나지 않는 시장이라는 인식이 생겼다”며 “실수요자나 일반투자자가 늘어나 낙찰가가 시장가격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에 일반 시장과 경계가 흐릿해졌다”고 설명했다.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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