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주로 문 닫지 않는 SSM의 비밀

GS더프레시(옛 GS슈퍼마켓)의 수도권 매장 5곳은 365일 연중무휴로 운영된다. 의아한 일이다. SSM은 의무휴업 규제 대상이기 때문이다. 알아보니 농수산물 매출 55%를 넘었다는 이유로 지자체로부터 예외 적용을 받았다. 업계에선 원성이 높다. 농수산물 특화 매장도 아닌 GS더프레시가 규제 빈틈을 노려 골목상권과의 상생 취지를 무색하게 했다는 이유에서다. 더스쿠프(The SCOOP)가 격주로 문 닫지 않는 SSM GS더프레시의 비밀을 단독으로 취재했다. 

GS더프레시 일부 매장은 농수산물 매출이 55%를 넘었다는 이유로 의무휴업 규제에서 벗어났다.[사진=뉴시스]
GS더프레시 일부 매장은 농수산물 매출이 55%를 넘었다는 이유로 의무휴업 규제에서 벗어났다.[사진=뉴시스]

기업형 슈퍼마켓(SSMㆍ대기업이 운영하는 3000㎡ 미만의 체인소매점)과 대형마트는 매월 두 차례 쉰다. ‘영업시간 제한 및 의무휴업일 지정’을 골자로 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2012년 이후부터다.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보호 명목으로 유통업계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자는 취지였다. 

그렇다고 모든 SSM이 쉬는 건 아니다. 가령 GS리테일이 운영 중인 SSM 브랜드 GS더프레시의 ‘양천신은점’ ‘목동13점’ ‘목동7점’ ‘부천송내점’ ‘분당미래점’ 등 5개 수도권 매장은 현재 연중무휴다. 

GS더프레시가 법망을 유린하고 있는 건 아니다. 유통산업발전법 제12조의2를 보자. “연간 총매출액 중 농수산물의 매출액 비중이 55% 이상인 매장은 의무휴업을 하지 않는다.” 농수산물의 매출 비중이 55% 이상이면 의무휴업 규제 적용을 받지 않을 수 있다는 거다. 이는 영업제한 규제가 국내 농수산 업계의 판로를 가로막을 수 있다는 우려를 씻어내기 위해 도입한 예외규정이다. 

GS더프레시로선 ‘법대로’ 한 셈이지만 업계에선 의아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대기업 SSM 관계자는 “농수산물 매출 55%를 넘었다는 이유로 365일 영업을 하는 매장은 없다”면서 “대기업 SSM 매대를 보면 알겠지만, SSM은 농수산물 판매에 특화된 유통채널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SSM 관계자 역시 “농수산물 매출을 근거로 영업을 하는 매장은 한 곳도 없다”면서 “농협 하나로마트만 해당하는 예외 조항인줄 알았는데, 대기업 SSM까지 적용될 수 있는지는 그간 몰랐다”고 말했다. 

중소상인들 역시 골목상권을 살리겠다는 상생 취지에 찬물을 끼얹는 행태라며 반발하고 있다. 홍춘호 한국마트협회 정책이사는 “대기업 SSM은 수입 농수산물의 판매 비중이 적지 않은 데다 규제가 풀린 곳이 대기업 유통채널과 골목상권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수도권이라는 점에서 예외조항에 따른 농수산업계 판로 개척에 실익이 있을지 의문”이라면서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르면 농수산물 매출 55%를 넘었다고 해서 기계적으로 의무휴업 적용이 제외되는 것도 아니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농수산물 매출이 55%를 넘었다고 즉각 365일 영업이 가능한 게 아니다. 지자체를 설득하는 작업이 필요한데, 이게 꽤 까다롭다. 영업시간 제한 및 의무휴업 명령 면제 신청권을 증빙자료와 함께 첨부해야 한다. 

“SSM 농수산물 특화 매장 아냐”

증빙자료는 국세청 또는 관할 세무서에서 발행한 과세증명서 등이다. 회계법인의 검토를 통해 농수산물 매출 55%가 넘어섰다는 걸 증명해야 한다. 지자체는 이를 두고 회의를 통해 의무휴업 규제를 적용할지 말지를 결정한다.

한번 예외 적용을 받았다고 계속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매년 매출 자료를 제출해 갱신해야 한다. 문제는 또 있다. GS더프레시 365일 영업이 예외 조항의 취지와 맞는 것도 아니다. ‘농수산물 매출 55%룰’은 ‘농민들의 최후의 보루’로 꼽히는 농협 하나로마트를 타깃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당시 규정을 둘러싼 논의과정을 국회 회의록(2011년 12월 29일 지식경제위 전체회의)을 통해 살펴보자. 

“최초 법안은 하나로마트를 제외하는 것으로 얘기가 됐다가, 담당부처에서 법령에 특정 기업을 예외로 두는 것은 옳지 않다는 의견이 나왔다. 하나로마트가 농수산물 51%(2014년 법 개정 통해 55%로 상향) 이상 취급하는 데가 대부분이라고 하니까, 매출을 기준으로 영업규제를 제외하면 중소상인도 살리고 우리 농민도 살릴 수 있는 묘안이 될 수 있다(김영환 당시 지식경제위원회 위원장).”

최유경 한국법제연구원 사회적가치법제팀장은 “대기업 SSM 브랜드가 농수산물 매출액 55%를 달성한다고 해도 그밖에 나머지 매출은 자유롭게 구성되기 때문에 다른 소상공인 유통채널과 품목구성에선 큰 차이가 없다”면서 “국내 농수산물 보호라는 관점에서 도입된 예외 조항이 규제 회피 수단으로 전락해선 안 된다”고 꼬집었다. GS리테일 관계자는 “농수산물 판매량이 높은 일부 매장만 365일 영업을 하고 있다”면서 “법이 정해둔 규정대로 따른 것일 뿐 문제가 될 건 없다”고 항변했다.

물론 의무휴업 규제를 둘러싼 실효성 논란은 여전히 숱하다. 가령 의무휴업일에는 SSM 주변에 유동인구가 급격히 줄어 주변상권도 동반 침체한다는 거다. 결국 소비자만 불편하고, 내수 침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의무휴업 규제가 당시 우후죽순 난립하던 SSM의 시장 영향력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실제로 규제가 논의되던 시기 SSM의 성장세는 폭발적이었다. 2003년 234개에서 2010년 928개로 급증했고, 매출은 2조6000억원에서 5조원으로 뛰었다. 반면 오래된 재래시장과 골목가게는 하나둘 자취를 감췄다. 

유통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다른 SSM도 농수산물 매출 비중이 넘어설 때가 있지만, 굳이 지자체에 규제를 풀어달라고 요청하진 않는다. 골목상권과의 상생 가치를 훼손하는 것처럼 비칠 수 있어서다. 하지만 규제 회피 스타트를 끊었다면, 법대로 하겠다며 다른 기업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일 수 있다. 법 취지 자체가 유명무실해질 것이다.” 

농수산물 55%룰로 규제회피가 가능하면 다른 기업도 이를 십분 활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GS더프레시 5개 매장은 최근 2~3년 사이 규제 적용을 벗어났다. 가령 양평신은점이 365일 영업을 시작한 건 올해부터다. 이들 기업이 농수산물 매출 비중을 맞추는 데만 골몰하고 골목상권과의 상생은 잊는다면 SSM 업계엔 규제와 회피의 볼썽사나운 술래잡기가 벌어지게 된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