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응식 회고展

➊아침, 서면, 부산, 1946 ❷구직求職, 명동 미도파앞, 서울, 1953
➊아침, 서면, 부산, 1946 ❷구직求職, 명동 미도파앞, 서울, 1953

한국 리얼리즘 사진의 선구자 고故 임응식(1912~2001년) 작가를 만나는 자리가 오랜만에 마련된다. 앞선 세번의 회고전에서 채 담아내지 못했던 작가의 1940~1960대 사진에 초점을 맞춘 네번째 회고전이다. 작가의 사진세계를 정리한 사진집 출판과 함께 열리는 사진전이라 더욱 의미가 깊다.

임응식은 생전 ‘한국 사진의 대부’ ‘사진계의 살아있는 역사’라는 칭송을 받아온 인물이다. 사진가뿐만 아니라 수많은 사진단체를 결성해 사단寫壇 형성에 힘써온 행정가이자 평론가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사진제도의 기틀을 형성하는 데 지대한 역할을 해온 그를 두고 혹자는 “임응식의 활동 자체가 한국 사진의 역사”라고 말하기도 한다.

‘부산에서 서울로’라는 제목으로 열리는 회고전은 임응식이 부산에서 활동하던 19 46년부터 서울로 정착한 1960년 이전까지의 작품을 선별해 소개한다. 이 시기 임응식의 사진 세계는 공간적으로는 부산과 서울로, 미학적으로는 살롱사진과 생활주의 리얼리즘 사진으로 나뉜다. 전시회 구성도 전쟁 중이거나 폐허에서 복구 중인 부산과 서울의 당시 시대상을 읽을 수 있도록 꾸몄다.

촬영 연도를 두고 말이 많았던 임응식의 대표작 ‘구직求職(1953년)’도 이번 회고전에서 만날 수 있다. 벙거지를 눌러쓴 채 미도파건물 앞에 비스듬히 서 있는 남성의 뒤로 말끔하게 정장을 한 무리가 대조적이다. 중랑천 다리를 건너는 어머니와 아이들의 모습을 담은 ‘가족2(1958년)’는 도시의 황폐함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최연하 사진평론가는 임응식의 거리사진(Street Photography)을 두고 이렇게 말한다. “부산과 서울의 거리사진은 거칠고, 소란스럽고, 위태롭고, 어지러운 당시의 풍경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의 사진은 회화적인 구도와 드라마틱한 효과보다는 생생한 현장에 깊숙이 파고들게 한다. ‘그때 살았던 이들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라는 존재론적인 질문을 자꾸만 던지게 한다. 그동안 한국 사진사에서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았던 그의 거리사진은 임응식이 주창했던 ‘생활주의 리얼리즘’과 함께 새롭게 조명돼야 한다.”

한국 사진의 역사를 온몸으로 겪어온 임응식의 회고전 ‘부산에서 서울로’ 전시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 스페이스22에서 7월 9일까지 열린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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