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월 새단장 마친 이마트 월계점 가보니…

‘미래형 이마트’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이마트 월계점이 대대적인 리뉴얼을 거쳐 5월 28일 그랜드오픈했다. 그로서리를 늘렸지만 전체 이마트 비중은 줄었다. 대신 맛집을 대거 유치하고, 고객들이 머물며 체험할 공간을 대폭 늘렸다. 기대에 부풀게 했던 미래형 이마트의 모습은 흡사 맛집거리 같았다. 과연 이게 이마트가 내세웠던 ‘미래형’의 민낯일까. 더스쿠프(The SCOOP)가 10개월 만에 새단장을 마친 이마트 월계점을 가봤다. 

이마트 월계점 1층 매장엔 유명 맛집들이 길게 늘어서 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이마트 월계점 1층 매장엔 유명 맛집들이 길게 늘어서 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그로서리 매장 강화를 중심으로 기존 이마트 점포 30% 이상을 리뉴얼하겠다.” 이마트는 지난해 12월 2020년 계획을 발표하며 리뉴얼을 언급했다. 2600억원을 들여 ‘고객이 가고 싶은 매장’으로 만들겠다는 목표였다. 이마트가 밝힌 리뉴얼의 핵심은 ‘고객 관점에서의 이마트’, 리뉴얼의 시작은 이마트 월계점이었다.

당시 이마트는 “월계점은 미래형 점포로 혁신한다”면서 “그로서리 MD와 식음브랜드를 강화하고, 최신 트렌드에 맞는 테넌트(임대매장)를 적극 유치해 그로서리와 몰이 결합된 복합모델 형태로 테스트 개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지난해 7월 리뉴얼 공사를 시작해 10개월간 새단장을 한 월계점은 어떻게 변했을까. 기온 31도. 체감기온이 34도에 이르던 지난 8일 오후, 기자가 이마트타운으로 변신한 기존 이마트 월계점을 가봤다. 그랜드오픈한 지 11일째 되는 날이었다. [※ 참고 : 지난해 3월 ‘서울 1호점’으로 문을 연 창고형 할인점 이마트 트레이더스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월계점은 ‘이마트타운’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더 타운 몰(THE TOWN MALL)이 더해지면서 복합쇼핑몰로 변모한 거다.] 

1층에 들어선 첫 느낌은 “마트는 어디 있어?”였다. 기자를 가장 먼저 반긴 건 팝업스토어 ‘스위트스팟(sweetspot)’이었다. 유아용품 브랜드를 비롯해 고구마칩·수제청 등 소소한 간식거리 브랜드가 수줍게 브랜드를 알리고 있었다. 유니클로 등이 있던 입구 오른쪽으론 ‘월계 미식가美食街’라는 간판 아래 음식점들이 양옆으로 길게 늘어서 있었다.

스타벅스를 시작으로 유명 브런치 카페 ‘카페 마마스’, 가로수길에서 꽤나 유명하다는 일본 가정식 브랜드 ‘온기정’, 독특한 인테리어의 중식당 ‘매란방’ 등 내로라하는 맛집들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만 같았다. 떡볶이·회전초밥·착즙주스·도넛 등 품목도 다양했다. 이곳엔 평일 낮시간인데도 사람들이 북적였다. 스위트스팟을 중심으로 왼쪽으론 베이커리·뷰티편집숍·플라워카페 등이 자리 잡고 있었다.

2층은 어떨까. 1층이 맛집을 옮겨 놓은 것 같다면, 2층은 백화점 또는 신세계의 복합쇼핑몰 스타필드를 축소해놓은 것 같았다. 스튜디오 톰보이, 쉬즈미즈 등 마트에선 좀처럼 보기 힘든 브랜드들이 입성한 게 일단 그랬다.

2층 매장 한가운데에 최근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는 ‘아크앤북(Arc N Book)’이 널찍하게 들어선 점도 눈에 띄었다. 다양한 스포츠 액티비티를 체험할 수 있는 놀이터 ‘바운스트램펄린’도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었다. 2층 푸드코트 ‘엘리펀트’에선 또 한번 맛집 향연이 펼쳐졌다.

마트의 중심은 그로서리

그렇다면 마트는 어떻게 변했을까. 새롭게 바뀐 이마트는 지난해 공헌한 대로 그로서리가 강화됐다. 리뉴얼 전 3636㎡(약 1100평)였던 그로서리 매장을 3966㎡(약 1200평)으로 확대했다. 델리(즉석조리 매장)를 넓혔고, 반찬존 ‘오색밥상’을 론칭했다. 수산·축산 코너엔 ‘오더메이드’를 도입, 고객이 원하는 대로 손질해주는 서비스가 이뤄진다. 

지난 4일 정용진 부회장이 월계점을 방문해 가장 먼저 둘러본 곳도 그로서리다. 그만큼 이마트가 공들이고 있다는 얘기다. 대신 비식품 매장은 1만1900㎡(약 3606평)에서 1652㎡(약 500평)로 86.1% 줄었다. 전체 이마트 점포 중 처음으로 그로서리 매장 규모가 비식품매장 규모를 넘어섰다.

그로서리 매장이 확대됐다는 게 핵심이지만, 그에 못지않게 큰 변화는 이마트 비중이 확 줄었다는 데 있다. 리뉴얼 전 전체 면적 중 80%를 차지했던 이마트는 리뉴얼 후 30%까지 줄어들었다. 대신 테넌트의 면적이 20%에서 70%로 늘어났다. 기자가 “이마트는 어디 있어?”라고 느낀 게 그저 개인적인 느낌이 아니었다는 얘기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테넌트가 늘어난 건 실적 부진에 빠진 대형마트의 고육지책일 수 있다”고 해석했다. “테넌트가 늘어나면 그만큼 임대료를 받는 거니까 이마트 입장에선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대신 고객 입장에선 마트에서 누리던 가격 혜택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이마트는 극심한 침체에 빠져있다.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4.8% 역신장했다. 지난해 4분기에도 영업이익이 67.4% 줄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충격적인 성적표임에 분명하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어떻게든 수익구조 개선에 나설 수밖에 없고, 복합쇼핑몰로의 변화, 테넌트 확대가 그 방법일 수 있단 얘기다. 

도대체 혁신은 어디에… 

여준상 동국대(경영학) 교수는 “과거엔 고객의 지갑을 열게 만드는 것이 1차 목적이었지만 이젠 시간점유율 경쟁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무슨 말일까. “오프라인 매장들의 성적이 워낙 안 좋다보니 ‘일단 오게라도 하자’란 심정으로 매장 형태가 바뀌고 있다. 그게 복합쇼핑몰이다. 일단 소비자를 어떻게든 매장으로 오게 하는 게 1차 목표다. 와서 맛있는 것 먹으면서 재미있게 시간을 보내다 보면 지갑을 열 수도 있지 않겠는가. 이런 전략으로 변화하고 있는 거다. 유통업체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맛집 유치에 열을 올리는 것도 고객들의 시간을 뺏기 위해서다.”

이마트 월계점이 10개월 간의 리뉴얼을 거쳐 이마트타운으로 거듭났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이마트 월계점이 10개월 간의 리뉴얼을 거쳐 이마트타운으로 거듭났다.[사진=더스쿠프 포토]

그런 점에서라면 월계점의 변화는 일단 합격점을 받을 수 있다. 2층에서 쇼핑을 하던 김은정(37)씨는 “리뉴얼을 하는 동안 너무 목말랐다”며 “볼거리들이 많아져서 쇼핑하는 재미가 있다”며 월계점의 변화를 반겼다. 

물론 이전의 월계점을 그리워하는 이도 있다. 공릉동에 거주한다는 선우진(38)씨는 “주말에 가족끼리 시간 보내러 오기엔 좋은 거 같다”면서도 “마트로 쇼핑하러 자주 왔었는데 뭔가 마트만의 매력은 크게 줄어든 느낌”이라며 아쉬워했다. “바로 옆에 트레이더스가 있긴 한데 식구가 많지 않다 보니 대용량은 좀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이런 변화가 이마트가 내세운 ‘미래형’인가라는 점이다. 먹을거리와 즐길 거리가 늘어난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어딘가에서 본 것들의 집합체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재미는 있을지 모르지만 기대했던 새로움과 혁신은 없었다. 과연 미래 마트도 이런 모습일까.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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