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공인중개사사무소 추적기 

빌라를 찾고 있는 당신이 직방에 올라가 있는 ‘매물’을 보고 연락처를 남겼다고 가정해보자. 연락처를 남긴다는 건 직방의 플랫폼을 신뢰한다는 소리다. 운영사인 직방 역시 신뢰성을 담보하기 위한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그런데, 당신의 개인정보가 실체도, 심지어 주소지도 불분명한 유령 같은 곳으로 넘어가 있다면 어떻겠는가. 더스쿠프(The SCOOP)가 직방과 브이랩스, 박○○공인중개사사무소에 숨은 비밀을 단독 취재했다.

지난 5월 직방과 계약을 맺은 박○○공인중개사사무소는 불분명한 게 너무 많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더스쿠프 포토]
지난 5월 직방과 계약을 맺은 박○○공인중개사사무소는 불분명한 게 너무 많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더스쿠프 포토]

2019년 5월 직방은 ‘신축 빌라 분양’ 상품을 광고하기 시작했다. 이 서비스를 1년여 단독 이용하던 곳은 분양컨설팅 회사인 ‘브이랩스’였다. 여기에 분양컨설팅 회사인 브이랩스는 고객에게 전세 매물을 안내하기도 했다. 분양컨설팅 회사의 전세 매물 소개는 관행처럼 이뤄지고 있지만 시장교란 행위다. 전월세 매물을 알선할 수 있는 자격은 공인중개사에게만 있다. 

이 때문인지 직방은 더스쿠프의 취재가 시작되자 ‘이 지역 신축 빌라’ 탭 매물 정보제공자에 ‘브이랩스’와 함께 전세 매물을 중개할 자격이 있는 ‘박○○공인중개사사무소’를 추가했다. 이는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분양컨설팅 회사인 ‘브이랩스’는 상단에 고정되는 매물의 전ㆍ월세 중개를 할 수 없지만 박○○공인중개사가 추가되면서 전ㆍ월세 중개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분양뿐만 아니라 임대계약까지 맺어도 절차상의 문제가 사라진다. 당연히 직방 이용자의 정보도 공유한다. 직방 이용자가 남긴 전화번호가 분양컨설팅업체인 브이랩스뿐만 아니라 박○○공인중개사사무소에도 넘어가게 된 셈이다.

[※참고: 직방의 ‘이 지역 신축빌라’ 광고는 다른 매물과는 다르게 이용자가 자신의 전화번호를 남겨야 브이랩스 혹은 박○○공인중개사로부터 연락이 오는 구조다. 이용자가 직접 원하는 매물을 선택해 공인중개사에게 연락을 취하는 것과는 다르다.] 

그럼 갑자기 등장한 박○○공인중개사사무소는 어떤 곳일까. 만약 박○○공인중개사사무소의 실체가 불투명하다면 고객 정보가 ‘이상한 곳’에서 떠도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직접 찾아가 보기로 했다. 일단 원론부터 살펴보자. 모든 공인중개사는 개업할 때 국토교통부에 사업지 주소와 이름을 등록해야 한다. 

무등록 중개행위나 사기계약을 최대한 막기 위해서다. 국토부 포털(국가공간정보포털)에 접속해 확인한 결과, 박○○공인중개사사무소의 소재지는 성북구 동소문로(돈암시장이 시작되는 골목 앞 빌딩 2층)였다. 그런데 2층으로 올라가니 공인중개사사무소는 없었다. 대신 자리한 것은 ‘○○비즈니스 센터’였다. 소호 사무실이었다.

개업 공인중개사는 간판 등에 공인중개사 자격증이 있는 대표의 이름을 적어야 한다. 정상 영업하는 공인중개사사무소를 구분하기 위한 가장 기초적 기준이다. 하지만 ○○비즈니스 센터의 안내판과 각 사무실의 외벽에도 박○○공인중개사사무소가 없었다. 직방에서 이용자의 전화번호를 넘겨받는 박○○공인중개사사무소는 마치 ‘유령’ 같았다. 

어디서 박○○공인중개사사무소를 찾을 수 있을까. 박○○공인중개사사무소의 직원부터 찾아보기로 했다. 직방 측은 5월 14일 브이랩스 직원 중 일부가 박○○공인중개사사무소로 이직했다고 밝혔다. 직방의 전 직원 윤모(광고영업)씨는 직방 퇴사 후 2019년 상반기부터 브이랩스에서 근무했고, 지난 5월께 박○○공인중개사사무소의 중개 보조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럼 윤씨는 어디서 일하고 있을까. 윤씨의 명함에 적혀 있는 주소는 ○○비즈니스 센터가 아닌 오피스텔 상가(성북구 동선동 1가)였다. 박○○공인중개사사무소의 공식 주소와 직원의 명함 주소가 다른 셈이었다. 다른 회사라면 몰라도 공인중개사사무소는 사무실을 1곳 이상 사용할 수 없다. 여러 지점을 내고 싶다면 공인중개법인으로 등록을 해야 한다. 이마저도 같은 자치구 안에선 지점을 낼 수 없다. 

그렇다면 박○○공인중개사사무소는 왜 두가지 주소를 사용하고 있을까. 박○○ 공인중개사사무소의 사업자 등록이 돼있는○○비즈니스 센터와 직원 윤씨의 명함에 적힌 곳까진 걸어서 5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오피스텔 상가 2층에 도착하자 ‘W’라는 상표와 함께 ‘직방 회원공인중개사사무소’를 알리는 간판 2개가 붙어 있었다. 직방 전속 광고 모델의 입간판도 눈에 띄었다.

브이랩스에 이어 직방의 ‘이 지역 신축 빌라’에서 영업을 시작한 박○○공인중개사사무소는 실체가 불분명하다.[사진=더스쿠프 포토]
브이랩스에 이어 직방의 ‘이 지역 신축 빌라’에서 영업을 시작한 박○○공인중개사사무소는 실체가 불분명하다.[사진=더스쿠프 포토]

 

박○○공인중개사사무소 직원이 올려둔 주소에서 발견된 'W' 상표는 공인중개법인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사진=더스쿠프 포토]
박○○공인중개사사무소 직원이 올려둔 주소에서 발견된 ‘W’ 상표는 공인중개법인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사진=더스쿠프 포토]

가까이 다가가니 ‘W’라는 상표 아래에는 ‘원룸ㆍ투룸ㆍ전월세 전문’이라는 문구가 붙어 있었다. 마치 공인중개사사무소의 간판처럼 보였다. ‘W’가 전부가 아니었다. 문 앞에는 박○○공인중개사의 이름 대신 또다른 4명의 공인중개사들의 이름과 전화번호가 붙어 있었다. 국토부 포털을 검색하니 이 4명의 중개사들은 별도로 공인중개사사무소를 운영하고 있었다. 한 지붕 아래에 있지만 사장만 4명으로, 이곳은 ‘합동 사무실’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박○○공인중개사사무소의 직원인 윤씨는 자신의 명함에 이곳을 주소로 적어뒀지만 사무실에서 박○○공인중개사의 자격증은 찾을 수 없었다. 사무실에 앉아있던 다른 직원에게 박○○공인중개사의 행방을 물어보니 “직접 전화해보시라”며 대답을 피했다. 

박○○공인중개사를 만나지 못하고 건물 밖으로 나가기 위해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 엘리베이터가 도착하기 전, 갑자기 ‘W’ 사무실에서 나온 직원이 비상계단 입구를 열고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상가 지하에는 보통 주차장이 있다는 것이 떠올랐다. 

박○○공인중개사의 행방을 알 수 있을까 싶어 엘리베이터를 타고 주차장으로 향했다. 내리자마자 본 것은 주차장 밖으로 빠져나가는 상아색 경차였다. 지하 주차장을 돌았다. 주차장을 빠져나간 차와 동일한 색의 경차가 눈에 들어왔다. 가까이 다가가니 대시보드 위에 박○○공인중개사의 명함이 있었다. 명함에 적혀있는 주소는 고양시 삼송동이었다. 사무소를 검색했더니 폐업한 곳이었다.

다시 원점. ‘W’라는 간판에서 다시 출발했다. 국토부 포털에서 공인중개사나 공인중개법인을 검색해봤지만 같은 이름으로는 나오지 않았다. ‘W’라는 이름을 가진 부동산은 없다는 얘기다. 

이번엔 ‘W’란 합동사무실에 붙어 있던 분홍색 집 모양의 독특한 상표를 특허청 검색 시스템을 통해 찾아봤다. 서울시 강남구 테헤란로에 있는 ‘W파트너’가 상표를 등록한 법인으로 확인됐다. 등기부등본을 확인하니 ‘공인중개법인’은 아니었다. 중개업을 할 수 없지만 ‘W’ 상표가 붙은 간판에는 ‘원룸ㆍ투룸ㆍ전월세 전문’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법인 등기를 다시 자세히 확인했다. ‘W파트너’는 테헤란로 본점 외 다섯곳에 지점이 있었다. 직방 전 직원 윤씨가 박○○공인중개사사무소의 명함을 이용하면서 적어뒀던 성북구 동선동 1가를 포함해 광진구 화양동, 마포구 동교동, 영등포구 당산동, 관악구 봉천동이 ‘W파트너’의 지점이었다. 

공교롭게도 모두 인근에 대학교가 있거나 원룸 수요가 많은 곳이다. 성북구 동선동 1가를 제외한 나머지 사무실도 모두 방문했다. 똑같이 ‘원룸ㆍ투룸ㆍ전월세 전문’이라는 ‘W’ 간판과 함께 직방 회원공인중개사사무소라는 간판이 함께 붙어 있었다. W파트너는 공인중개법인이 아니지만 각 지점은 모두 공인중개사사무소처럼 운영되고 있었다. 3~5명의 공인중개사가 각 지점에 개별적으로 사업자 등록을 한 것도 모두 동일했다. 해당 중개사들은 모두 직방 플랫폼에서 원룸 등의 매물도 광고하고 있었다.

‘이 지역 신축 빌라’에서 넘어온 직방 이용자들의 개인정보가 결국 축적되는 곳은 찾아내지 못했다. 박○○공인중개사사무소는 정상적인 공인중개사사무소가 아니었고 또 다른 주소마저도 공인중개법인이 아닌 회사의 지점들이 엮인 곳이었다. 그렇다면 고객들의 정보는 어디에 쌓이고 있는 걸까.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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