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체인증의 덫, 내 몸을 호환할 수 있으랴
생체인증의 덫, 내 몸을 호환할 수 있으랴
  • 강서구 기자
  • 호수 393
  • 승인 2020.06.19 14: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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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 생체인증 왜 더딘가

생체정보를 활용한 은행의 인증 서비스가 확산하고 있다. 핀테크·비대면 거래가 활성화하면서 안전한 보안시스템을 찾는 고객과 기업의 니즈가 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프라인에서의 활용도는 그리 높지 않다. 생체인증 서비스를 활용하고 싶어도 시중은행을 모두 찾아다니면서 등록절차를 밟아야 하기 때문이다. 은행 입장에서도 비중이 낮아진 오프라인에 돈을 투자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다. 더스쿠프(The SCOOP)가 금융권 생체인증의 덫을 취재했다. 

국내 은해이 생체정보를 활용한 은행 거래 서비스에 나섰지만 고객의 이용률은 높지 않다.[사진=뉴시스] 

지문, 홍채, 정맥, 얼굴, 서명, 목소리 등 사람의 생물학적·행동학적 특징을 활용해 사용자를 인증하는 생체인증시장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스마트폰 사용이 대중화하면서 보안성 문제에 관심이 커졌기 때문이다. 한국과학기술정보원에 따르면 2016년 2970억원에 불과했던 국내 생체인증기술 시장의 규모는 2021년 5634억원으로 2배 이상 증가할 전망이다.

생체인증은 낯선 기술이 아니다. 하루에 수십번씩 들여다보는 스마트폰의 잠금은 지문인식으로 해제한다. 최근엔 아파트 현관문에 안면인식 기능을 탑재한 곳도 많다. 생체인증기술 도입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금융업계다. 해킹·고객정보 유출과 같은 보안문제에 노출돼 있는 금융업계에 보안성이 높고 복제가 어려운 생체인증이 좋은 대안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가장 발빠르게 움직인 곳은 고객의 돈을 보관하고 예금·대출과 같은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은행이다.


핀테크 열풍이 불기 시작한 2015년 시중은행은 앞다퉈 생체인증 서비스를 도입했다. 그해부터 사업을 본격화한 인터넷전문은행의 출범도 영향을 미쳤다. 주요 은행은 관련 조직을 가동하고 핀테크·IT기업과의 협업을 통한 역량 강화에도 나섰다. 시중은행의 무인화 바람도 생체인증 서비스를 확산하는 데 한몫했다. 시중은행이 고기능 무인자동화기기(STM·Self Teller Machine)의 도입에 속도를 내면서 생체인증처럼 고도화된 보안시스템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내 몸이 비밀번호가 되는 시대가 도래했다는 얘기다.

지난 4일 KB국민은행은 은행창구와 ATM(무인자동화기기)에서 예금을 인출할 수 있는 ‘KB바이오인증 서비스’ 가입 고객이 100만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4월 손바닥 정맥을 활용한 출금 서비스를 출시했다”며 “1년 만에 가입자가 유의미한 증가세를 보인 셈”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관심을 끈 것은 따로 있었다. KB국민은행에 손바닥 정맥을 등록한 고객이 금융권 통틀어 82%를 차지한다는 내용이다.

핀테크·비대면 강화·디지털 전환을 강조하는 시중은행의 실적치고는 초라한 수준이다. 전체 은행의 손바닥 정맥 등록 고객이 120만명에 불과하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된 일일까. 시중은행 관계자는 “손바닥 정맥과 같은 생체인증 서비스가 본격화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점차 핵심적인 서비스로 자리 잡아 갈 것”이라고 말했다.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는 것이다.

하지만 KB국민은행을 제외한 주요 시중은행의 손바닥 정맥 인증 등록고객이 1000~5만명 수준이라는 걸 감안하면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이유는 간단하다. 손바닥 정맥과 같은 생체인증이 쓰이는 곳이 갈수록 숫자가 줄고 있는 오프라인 점포들이기 때문이다. [※ 참고: 사실 생체인증은 핀테크 등과 함께 설명된 탓에 ‘온라인용’으로 인식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생체인증이 필요한 분야는 ‘오프라인 점포’다.]

한국은행의 ‘2019년 중 국내 인터넷뱅킹서비스 이용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은행 창구와 ATM을 이용한 입출금, 자금이체 거래 건수 비중은 각각 7.9%, 26.4%를 기록했다. 2016년(창구 10.9%·ATM 35.7%)과 비교해 창구 비중은 3%포인트, ATM은 9%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인터넷뱅킹의 비중은 같은 기간 42.1%에서 59.3%로 17.2%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은행 점포가 가파르게 줄 수밖에 없음을 보여주는 통계다.

실제로 국내 시중은행의 영업점포 수는 2015년 3851곳에서 지난해 3256곳으로 5년간 595곳 줄었다. 이는 2010~2015년 줄어든 점포 376곳보다 200곳 이상 많다. ATM 역시 2015년 2만9249개에서 지난해 2만2244개로 7005개 감소했다. 가파르게 늘어나던 STM 역시 최근엔 둔화기를 맞았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2019년 3분기 224개까지 늘었던 STM의 수는 올해 5월말 기준 231개로 7개 증가하는 데 그쳤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오프라인 점포가 줄고 있는 상황에서 창구와 ATM의 생체인증 서비스가 빠르게 확산하긴 쉽지 않아 보인다”면서 “생체인증 서비스를 고객이 얼마나 사용하는지도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생체인증 서비스가 확산하기 힘든 이유는 또 있다.바로 고객이다. 고객 입장에서도 생체인증은 아직 불편한 서비스다. 오프라인 점포에서 생체인증정보를 사용하기 위해선 은행마다 정보를 등록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금지급카드는 은행 간 호환이 되는데 생체정보는 안 된다는 푸념이 나오는 이유다.

물론 이를 해소하기 위한 움직임이 없었던 건 아니다. 금융결제원은 2016년 ‘바이오 정보 분산관리 시스템’을 구축해 생체정보를 분산해 관리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었다. 하지만 은행 간 호환은 여전히 답보 상태다. 생체정보를 호환할 시스템은 갖췄지만 은행들의 참여가 저조하다. 비밀번호와 달리 변경할 수 없는 생체정보가 유출될 경우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오프라인 찾는 고객 주는데…

시중은행 관계자는 “2016년 바이오 정보 분산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관련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졌지만 문제점만 확인하고 흐지부지됐다”며 “시스템·기기 교체에 따른 비용문제와 생체정보 공유 문제가 얽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은행 간 생체정보를 공유하기 위해선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다”며 “아직 생체인증 사업이 초창기인 데다 비용 대비 효용성이 클지 의문이어서 사업 추진이 조심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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