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재테크 Lab] 고정지출 210만원, 어느 신혼부부의 ‘고민’
[실전재테크 Lab] 고정지출 210만원, 어느 신혼부부의 ‘고민’
  •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 호수 393
  • 승인 2020.06.18 12: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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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부부 재무설계 上

한국의 신혼부부 대부분은 결혼과 함께 빚더미에 올라앉는다. 집을 구하느라 빌린 대출금은 물론 가전제품과 가구를 사느라 긁은 카드값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달콤한 신혼생활을 즐기느라 부쩍 늘어난 지출은 암울한 상황을 더 악화시킨다. 어떻게 해야 좋을까. 더스쿠프(The SCOOP)-한국경제교육원㈜이 신혼 5개월차인 부부의 고민을 들어봤다.

신혼 초기엔 과소비를 하기 쉽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신혼 초기엔 과소비를 하기 쉽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차예련(가명·29)씨는 올해 초 결혼한 새내기 신부다. 여느 신혼부부가 그렇듯 차씨도 달콤한 신혼생활에 푹 빠져 있다. 남편 이주헌(가명·33)씨와 퇴근 후 술자리도 갖고 마음대로 여행도 다닌다. 급여 통장만 봐도 차씨는 기분이 좋았다. 자기 월급 외에 남편 월급도 함께 들어오니 금세 부자가 될 것만 같았다. 최근 남편과 외식도 자주 하고 고가의 가전제품도 여럿 구매했지만 결혼 전과는 다르게 통장엔 늘 잔액이 남았다. 한달만 지나면 금세 원상 복구되는 통장을 보면서 차씨는 앞으로도 계속 지금처럼만 생활하면 별문제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차씨의 생각이 깨진 건 지난 5월 남편의 친구 부부들과 함께 인근 지역으로 여행을 갔을 때다. 아내들끼리 이런저런 사는 얘기를 나누는 걸 들으면서 차씨는 문득 자신이 엄청나게 과소비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도 그럴게 차씨는 한달에 100만원씩 신용카드 할부금을 내고 있다. 가전제품 비용이 전체 금액의 대부분을 차지했고, 일부 외식비와 여행비를 결제한 것도 한몫했다. 신혼 초인 만큼 여기까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문제는 부부가 전세자금대출 원리금도 꽤 내야 한다는 점이다. 남편 이씨가 8000만원(연이율 2.9%), 차씨가 6000만원(2.95%) 등 총 1억4000만원을 대출했고 이에 따라 부부는 원리금으로 매월 110만원씩 갚고 있다. 두사람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월 210만원이 통장에서 빠져나가는 셈이다. 그렇다고 부부가 열심히 저축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요새 유행한다는 카카오뱅크의 적금상품(5만원)과 연금펀드(20만원)·개인연금(10만원)에 든 게 전부다.

노후 대비가 목적인 연금을 제외하면 사실상 부부가 저축하는 돈은 5만원에 불과하다. 비상금으로 쓰기에도 턱없이 부족한 액수다. 불안해진 차씨는 남편을 설득해 재무상담을 받아 보고 조언을 구하기로 결정했다. 부부의 재테크 방식은 전형적인 ‘세로 저축’ 패턴을 띠고 있다. 이는 모든 저축액을 1~2개의 목적을 위해 쓰는 방식인데, 차씨 부부의 경우엔 신용카드값과 전세자금대출이 해당된다. 단기간에 목표를 이룰 수 있어 성취감과 만족감이 높지만 새로운 목표를 세우기 어렵고 급전이 필요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대응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가령, 전세자금을 전부 갚은 이씨 부부가 곧바로 이사를 가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고 가정해 보자. 이럴 경우 모아둔 돈이 없으므로 또다시 대출을 받는 악순환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필자가 재무상담을 신청한 부부들에게 저축액을 잘게 쪼개는 ‘가로저축’을 권장하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목표를 달성하는 데 시간이 좀 걸리지만, 그만큼 다양한 재무 이벤트에 대응할 수 있어 여러모로 유용하다. 설명을 들은 이씨 부부는 가로저축을 최대한 활용해보기로 결정했다.

그럼 부부의 가계부를 한번 살펴보자. 부부의 월 소득은 620만원이다. 남편이 370만원, 아내가 250만원을 번다. 소비성 지출로는 공과금 17만원, 식비 76만원, 교통비 25만원, 통신비 20만원, 남편 용돈 45만원, 아내 용돈 45만원, 부모님 용돈 20만원, 보험료 39만원, 병원비 8만원, 대출상환금 110만원, 신용카드 할부 100만원 등 505만원이다. 비정기 지출은 여행비(25만원)·미용비(4만원)·의류비(6만원)·명절비(8만원)·경조사비(10만원) 등 53만원을 쓴다. 여기에 적금 5만원과 연금펀드 20만원, 개인연금 10만원까지 합하면 부부는 총 593만원을 쓰고 27만원을 남긴다.

얼핏 이씨 부부의 가계부엔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매번 적자가 나는 것도 아니고 저축도 하고 있다. 필요한 가전제품도 거의 구매했다고 하니 100만원씩 내던 신용카드 할부금도 앞으로 많이 줄어들 것이다. 그런데, 부부는 이번 상담에서 2년 안에 대출금(1억4000만원)을 모두 갚고, 좀 더 넓은 집으로 이사도 가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단기간에 2가지 목표를 이루려면 꽤 큰돈이 필요하므로 지금의 생활패턴을 확 바꿔야 한다. 늘 그랬듯 대대적인 지출 다이어트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번 상담에선 곧바로 줄일 수 있는 지출부터 살펴봤다. 먼저 76만원씩 나가는 식비다. 2인 가구치고 액수가 적지 않았다. 부부의 용돈(각 45만원)에 회사에서 먹는 점심값이 포함돼 있다는 걸 생각해 보면 더욱 그렇다. 저녁에 배달음식을 시켜 먹고, 주말엔 끼니 대부분을 외식으로 해결하다 보니 식비가 많이 늘었다고 한다. 부부는 식비를 50만원까지 줄이는 걸 목표로 삼기로 했다. 인터넷에선 식재료를 대량으로 구입해야 싸게 살 수 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재래시장에서 소량 구입하기로 했다. 아직 요리하는 게 익숙지 않다면 반찬만 사서 먹는 것도 식비를 줄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따라서 식비는 76만원에서 50만원으로 26만원 줄었다.

다음은 부부의 용돈(총 90만원)이다. 친구들과 모임을 자주 갖는 부부는 결혼소식을 알리기 위해서였는지 최근 자주 ‘한턱’을 냈다. 주말엔 둘이서 이른바 ‘카페 투어’를 다니고 술도 자주 마신다. 부부가 돈이 드는 취미생활을 하지 않음에도 용돈에 적지 않은 돈이 빠져나가는 이유다. 지금은 쓰기보단 저축이 더 중요한 시기임을 고려해 용돈을 좀 줄이기로 했다. 각자 45만원 쓰던 용돈을 15만원씩 줄였다.

간단한 지출 줄이기가 끝났다. 이씨 부부는 식비(26만원)·용돈(15만원+15만원) 등 56만원을 절감했고, 잉여자금 27만원을 포함해 총 83만원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물론 아직도 줄일 게 많다. 무엇보다 신용카드 할부금을 손봐야 하고, 보험료도 대폭 수정할 필요가 있었다. 구체적인 방법은 다음 시간에 자세히 다뤄보도록 하겠다.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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