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21번째 부동산 대책

6ㆍ17 대책도 초강력 수요억제책이다. 수도권 거의 전부를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로 지정했다. 공급확대책을 병행함으로써 주택공급에 대한 불안심리를 잠재워야 필요가 있다.[사진=연합뉴스]
6ㆍ17 대책도 초강력 수요억제책이다. 수도권 거의 전부를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로 지정했다. 공급확대책을 병행함으로써 주택공급에 대한 불안심리를 잠재울 필요가 있다.[사진=연합뉴스]

벌써 21번째 부동산 대책이다. 6ㆍ17 대책을 발표하면서 국토교통부 장관은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강력하고 즉각적인 조치를 일관되게 이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22번째 대책을 내놓을 수도 있다는 예고다. 정부가 이기는지, 시장이 이기는지 해보자는 식의 오기가 읽힌다. 

집(아파트)값 상승세와 이에 맞서는 정부 대책은 악순환의 연속이다. 아파트값이 뛰어 정부가 대책을 발표하면 잠시 주춤하다 또 오르고, 그러면 정부가 더 강한 대책을 내놓는 과정이 반복되고 있다.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6ㆍ17 대책까지 3년 1개월(37개월) 사이 총 21차례 대책이 나왔다. 약 50일 만에 한 번꼴로 대책이 나온 셈이다. 그 사이 서울 아파트 3.3㎡당 평균가격은 2322만원에서 3515만원으로 51%(1193만원)나 올랐다(KB부동산 통계). 

빈번한 부동산 대책에도 아파트값이 급등한 것은 주택정책 담당 부처를 포함한 정부가 실력이 부족하든지, 정부 대책의 판단 근거와 정책 방향에 심각한 오류가 있다는 방증이 아닐 수 없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3년 새 서울지역 중위 아파트 가격은 50% 이상 올라 9억원을 넘어섰다. 강남을 규제하니 비강남 지역 중저가 주택 가격이 뛰고, 서울 전역을 규제하자 수도권 비규제지역과 지방으로 매수세가 번지는 풍선효과가 나타나며 집값을 끌어올렸다. 6ㆍ17 대책도 마찬가지다. 발표 이튿날 규제지역에서 빠진 경기도 김포, 파주와 충남 천안 등지에 매수세가 몰리며 가격이 급등했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늘 뒷북 땜질이다. 반복된 규제가 백신처럼 투기세력의 내성을 키우면서 정책의 불신을 초래했다. 결국은 집값이 오르는 결과를 초래함으로써 집값 상승을 막아 서민들에게 내 집 마련의 희망을 갖게 하겠다는 정책 취지를 무색하게 만든다.

최근의 집값 상승은 넘쳐나는 시중 유동성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고 경기를 자극하기 위해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0%대로 낮추고 양적완화 카드를 꺼내들었다. 정부는 올해에만 벌써 3차례 추가경정예산 편성으로 60조원의 재정을 추가로 투입한다. 

인화성이 강한 유동성이 부동산 시장으로 번지는 것을 수요억제책으로는 차단하기 어렵다. 넘치는 유동성을 건전한 투자로 돌리는 정책 대응이 요구된다. 경제부총리가 언급했듯 BTO(수익형 민자사업)나 BTL(임대형 민자사업) 등을 활용한 민자사업으로 시중 유동성을 돌린다면 일자리 창출과 자금의 선순환이라는 일석이조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디지털 벤처 등 미래산업으로 유동성을 흡수하는 아이디어도 적극 발굴해야 한다. 

한계가 드러난 수요억제 대책에만 매달려선 안 된다. 6ㆍ17 대책도 초강력 수요억제책이다. 수도권 거의 전부를 조정대상지역ㆍ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해 대출을 규제하고 세금 부담을 늘렸다. 전세대출을 끼고 집을 사지 못하도록 했다. 투기지역이나 투기과열지구에서 3억원 넘는 집을 사면 대출금을 토해내야 한다. ‘갭투자’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라지만, 전ㆍ월세 급등 같은 부작용이 우려된다.

공급확대 정책을 병행함으로써 주택공급에 대한 불안심리를 잠재워야 할 것이다. 정부는 주택공급이 부족하지 않다고 주장하지만, 서울 주택보급률은 96%로 100%에 못 미친다. 특히 저소득층과 청년층의 주거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공공 임대주택 공급을 획기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서울 시내 지하철 및 철도 차량기지나 유수지를 복개하고, 그 위에 초고층 공공 임대주택을 지어 신혼부부나 청년들에게 저렴한 임대료로 우선 공급하자. 주민센터를 포함한 공공기관 청사 부지도 고층으로 복합 개발하면 저층부는 사무실로 쓰면서 고층부는 주거 용도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교통이 편리한 이런 곳들이 신혼부부와 청년들이 임대료 부담 없이 기거할 수 있는 장소로 변모하면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보탬이 될 것이다.

강남을 포함해 실수요가 몰리는 서울 도심지역의 공급확대책도 전향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층고나 용적률 규제완화를 통해 도심 노후주택 밀집지역의 재개발과 재건축을 활성화하면서 임대주택 공급을 확충하는 것도 검토해보자. 

양재찬 더스쿠프 편집인
jaya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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