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피자 광고 나오는 톱스타들
천문학적 모델료 뒤 불편한 진실

이병헌·이민호·전지현…. 이들 톱스타의 공통점은 뭘까. 바로 치킨이나 피자 광고의 모델로 활동한 적이 있다는 점이다. 가맹업체가 톱스타를 광고 모델로 쓰는 경우는 흔하다. 광고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면 매출도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서다. 십수억원의 비용을 써가며 톱스타를 섭외하는 이유다. 그런데 막대한 광고비는 대체 어디서 나오는 걸까. 가맹점주들도 이들을 섭외하고 비용을 내는 데 동의한 걸까. 더스쿠프(The SCOOP)가 프랜차이즈 톱모델에 숨은 불편한 진실을 취재했다. 

가맹사업법 개정안은 20대 국회에서 끝내 통과되지 못했다. [사진=연합뉴스]
가맹사업법 개정안은 20대 국회에서 끝내 통과되지 못했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피자알볼로가 이병헌을 모델로 세워 화제가 됐다. 프랜차이즈 외식업체가 톱스타를 모델로 쓰는 경우는 흔하다. 전지현(BHC)·강다니엘(멕시카나)·이민호(도미노피자) 등 수많은 스타가 치킨다리나 피자조각을 들었다. 톱스타를 모델로 세운 프랜차이즈 업체 중엔 치킨처럼 단가가 낮은 제품을 파는 곳이 많다. 그런데도 이들이 10억원 안팎의 섭외비를 지불하며 유명 모델을 쓰는 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A프랜차이즈 본부 관계자는 “인기 연예인의 광고가 소비자에게 각인되면 매출 증가로 이어진다”며 “섭외비가 많이 들어도 그만큼 효과가 좋다”고 말했다. 하지만 섭외비에 제작비·행사비·전단홍보비 등을 포함하면 광고·판촉비는 급격히 늘어난다. 그렇다면 대체 비용을 어떻게 감당하는 걸까.

방법은 간단하다. BHC처럼 가맹본부에서 100% 비용을 부담하는 곳도 있지만, 프랜차이즈 대부분은 가맹점과 분담을 통해 광고비를 마련한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가맹사업거래 정보공개서엔 광고비(상품광고·가맹점 모집광고 등)와 판촉비(할인·증정행사 등)의 비용 산정 비율이 명시돼 있다. 가맹점과 본부의 비용 분담 비율은 업체마다 다르다. 통상적으로 가맹점과 본부가 50대 50으로 분담하거나, 가맹점 월매출의 일정 비율을 광고비로 책정한다. 

문제는 광고·판촉행사 과정에서 가맹점주의 선택권이 없다는 점이다. 가맹거래법상 본부가 행사를 실시할 때 가맹점에 사후통보할 의무는 있지만 사전동의를 얻을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다만, 사업연도가 끝나면 가맹점에 행사의 내용과 비용 등을 통보하고, 가맹점주가 요구하면 자세한 집행 내역이 담긴 자료를 제공해야 한다(가맹사업법 제12조의 6). 결국 가맹점주는 비용을 함께 냈는데도 광고 집행 과정이나 결정엔 관여할 수 없단 얘기다.

문제는 또 있다. 광고가 반드시 매출 증대로 이어지는 건 아니라는 점이다. 가맹점주로선 원치 않은 광고비를 지불하고도 효과를 보지 못할 수 있다는 거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 관계자는 “고비용 광고라고 반드시 매출이 증가하는 건 아니지 않느냐”며 “로열티를 포함해 매출의 9~11%까지 지불하는 점주 입장에선 갑작스러운 광고비 통보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반드시 매출 증대로 이어지진 않아

광고비 집행 내역의 투명성 논란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치킨업체 가맹점주는 이렇게 토로했다. “법적으론 집행 내역을 통보하게 돼있지만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안 하는 업체가 적지 않다. 먹고 살기 바쁜 점주 중에 자료 열람을 요청하는 이들이 몇이나 되겠나. 집행 내역을 봐도 영업비로 썼는지, 홍보비로 썼는지 명확히 구분할 수 없다.” 실제로 지난해 공정위가 가맹본부 1만2000개를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에서 집행 내용을 통보받지 못한 가맹점은 21.7%에 달했다.

이 때문인지 광고비를 둘러싼 갈등은 끊이지 않는다. 2017년 피자헛가맹점협의회는 광고비 유용 혐의로 한국피자헛 본사를 고소하기도 했다. 당시 가맹점협의회 측은 본사가 광고비 수입·지출 내역을 공개하지 않아 100억원대 광고비가 어떻게 사용됐는지 알 수 없다고 주장했다.

2018년에는 BHC 가맹점협의회와 BHC 본사가 극심한 갈등을 겪었다. BHC 가맹점협의회 측은 정보공개서 상에는 본사가 광고비를 모두 부담한다고 돼있지만 실제론 닭고기 가격에 광고비를 합산해서 받았고 주장했다. 
BHC 관계자는 “광고비 건은 공정위 조사에서 무혐의로 나왔고, 현재는 본사가 광고비를 100% 부담하기 때문에 사전동의가 필요 없다”고 밝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광고·판촉행사를 할 때 가맹점주의 사전동의를 반드시 얻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공정위 실태조사에서도 무려 92.2%의 가맹점주가 사전동의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필요한 동의 비율로는 70%를 가장 많이 꼽았다(40.6%).  [※ 참고 : 업계의 목소리와 달리, 실태조사에서 가맹본부의 54.4%가 공동 비용 부담 행사 시 가맹점주의 사전동의를 얻는다고 답했다. 가맹점주들은 “점주가 동의를 거부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고, 일부 점주협의체에게만 동의 절차가 이뤄지기도 한다”며 더 정확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긍정적인 움직임도 있다. 광고 집행 전 가맹점의 의견을 묻는 업체가 조금씩 늘고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피자알볼로는 광고를 진행하기 전 점주를 대상으로 찬반 투표를 진행한다. 써브웨이는 점주 대표로 구성한 광고위원회와 협의 과정을 거친다. 김도원 원프랜차이즈 시스템 가맹거래사는 “광고비를 내지 않으면 불이익을 주는 업체도 있다”며 “가맹점주의 사전동의권을 법제화하면 원치 않는 비용을 내는 점주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맹점주 92.2%가 광고·판촉행사 시행 전 사전동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가맹점주 92.2%가 광고·판촉행사 시행 전 사전동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하지만 법제화까진 갈 길이 멀다. 20대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수차례 발의됐지만 전부 폐기된 탓이다. 2017년 7월 김경수 의원안(광고·판촉행사 시행 시 미리 일정비율 이상의 가맹점 동의 필요)을 시작으로 정재호 의원안(광고·판촉행사 업체 선정 시 가맹점 의견 수렴·2018년 4월), 박홍근 의원안(광고·판촉행사 비용 발생 시 가맹점 100분의 70 이상 동의 필요·2018년 11월) 등이 발의됐지만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정부가 직접 나서기도 했다. 2018년 8월 발표한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 대책’에 가맹점주 사전동의 의무화가 포함됐다. 발표 당시엔 공정위 법률 개정 후 2019년 시행 예정이었지만 이 또한 불발됐다. 그렇다고 희망이 없는 건 아니다. 가맹사업법 개정을 추진했던 민주당이 4·15 총선에서 압승해서다. 21대 국회에선 법안이 세상의 빛을 볼 수 있을까. 

심지영 더스쿠프 기자
jeeyeong.shim@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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