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부부 재무설계 中

대한민국 신혼부부 중 부채 1억원 이상을 갖고 있는 이들은 얼마나 될까. 놀랍게도 절반(45.1%)에 육박한다. 신혼부부일수록 가계지출을 줄여야 하는 이유다. 혹자는 이렇게 말한다. “월급이 늘지 않는데, 지출을 어떻게 줄입니까?” 결론부터 말하면, 월급과 무관하게 지출을 줄일 수 있다. 어떤 가계든 ‘당장 필요하지 않은 지출’이 있게 마련이어서다. 신혼 5개월 차인 이주헌씨 부부에게도 이런 지출 항목이 있었다. 낚시였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여행비가 불필요한 지출 1순위로 떠올랐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여행비가 불필요한 지출 1순위로 떠올랐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신혼 5개월 차인 이주헌(가명·33)씨와 차예련(가명·29)씨 부부. 두 사람은 남부럽지 않은 결혼식을 올리고 알콩달콩 신혼생활을 즐겨왔다. 하지만 다른 부부들이 사는 얘기를 하나둘씩 접하면서 지금의 생활방식에 의문을 가졌다. 무엇보다 부쩍 늘어난 지출을 어떻게 해야 할지가 고민이었다. 그도 그럴 게 이씨 부부의 가계부에선 매월 210만원씩 고정지출이 발생한다. 전셋집을 얻기 위한 대출 상환금(110만원)과 신용카드 대금(100만원) 때문이다. 전세 대출금만 놓고 보면 부부는 이씨 8000만원(연 이율 2.9%), 차씨 6000만원(2.95%) 등 총 1억4000만원의 빚을 지고 있다.

물론 이씨 부부가 유별나게 부채가 많은 건 아니다. 통계청(2018년)에 따르면 초혼 신혼부부 중 83.3%가 금융권 대출을 받고, 45.1%의 대출 잔액이 1억원 이상이었다. 이씨 부부의 사례는 신혼부부라면 누구나 고민할 만한 수준이란 얘기다. 문제는 이씨 부부의 고정지출이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집주인이 덜컥 전세금을 올려 대출금이 늘거나 임신을 해 관련 비용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이런 이유로 부부의 지출이 앞으로 늘면 늘었지 줄진 않을 거란 부분을 염두에 둬야 한다. 출산으로 차씨가 회사를 그만 둘 수도 있다.

이제 부부는 어떻게 해야 할까. 1편에서 언급했던 부부의 가계부를 다시 살펴보자. 매월 620만원(남편 370만원·아내 250만원)을 버는 부부는 소비성 지출 505만원, 비정기 지출 53만원, 금융성 상품 35만원 등 총 593만원을 매월 쓰고 있다. 통장에 27만원씩 돈이 남았지만 식비(76만원→50만원), 부부 용돈(총 90만원→60만원) 등 56만원을 줄이기로 결정했다. 2년 안에 대출금을 모두 갚고 좀 더 넓은 집으로 이사하는 걸 목표로 삼고 있는 부부에겐 더 강도 높은 ‘지출 다이어트’가 필요했다. 부부가 아이를 갖길 원한다는 점도 감안해야 했다.

그럼 부부가 줄여야 할 항목들을 살펴보자. 먼저 39만원씩 내는 보험료다. 남편 이씨의 보험(7만원)은 보장도 괜찮고 보험료도 적당해 손볼 필요가 없었다. 문제는 아내 차씨의 보험(32만원)이었다. 차씨는 “처음엔 7만원대의 건강보험료만 내고 있었는데 보험설계사의 꾸준한 권유로 해마다 보장항목을 늘려갔다”고 말했다. 자세히 살펴보니 차씨에게 불필요한 보장항목이 너무 많아 7만원 건강보험을 제외하고 전부 해지했다. 그 결과, 보험료는 39만원에서 14만원으로 25만원 줄어들었다.

보험료를 해지하고 받은 환급금 250만원 중 일부는 스마트폰 할부금을 내는 데 쓰기로 했다. 결혼 전 각자 최신 스마트폰을 구입했던 두 사람은 매월 총 8만원씩 할부로 기기값을 내고 있었다. 2인가구인 이씨 부부의 통신료가 월 25만원에 달했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기기 할부금엔 5.9~6.1%에 달하는 할부 수수료가 추가되므로 가능하면 빨리 갚는 게 좋다. 앞서 언급했듯 보험 해지환급금 250만원 중 210만원을 활용해 남은 기기값을 갚았다. 데이터 사용량이 그리 많지 않아 7만원씩 내던 요금제도 각각 6만원으로 줄였다. 이에 따라 통신료는 25만원에서 15만원으로 10만원 절감됐다.

비정기 지출에선 여행비(25만원)를 10만원으로 대폭 줄였다. 이 비용은 주로 낚시에 쓰였다. 낚시를 좋아하는 이씨가 아내를 데리고 이씨 친구들과 낚시터를 종종 찾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정작 차씨는 그 모임이 부담스러웠다. 낚시를 즐기지도 않는 데다 그 모임에서 여성이 자신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코로나19 사태로 여행을 자중해야 하는 시기라는 점도 마음에 걸렸다. 이에 따라 부부는 낚시터 가는 횟수를 줄이기로 합의했다.

신용카드 할부금(100만원)은 다행히 5월을 끝으로 정산됐다. 신용카드는 급하게 돈이 필요할 때 유용하게 쓸 수 있지만, 알게 모르게 소비를 부추기고 저축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특히 이씨 부부처럼 저축경험이 없는 경우엔 신용카드를 쓰는 것보다 비상금을 모으는 습관을 들이는 게 더 필요하다. 이씨 부부는 당분간 신용카드 없이 살아보기로 결정했다. 할부가 종료됨에 따라 부부가 쓸 수 있는 자금도 100만원 더 늘었다.

양가 부모님 용돈(각 10만원씩 총 20만원)은 그대로 뒀다. 필자는 양가 부모님의 세금과 부동산에 관해 재무상담을 진행한 바 있는데, 부모님들은 이씨 부부의 돈을 받길 원하지 않았다. 하루라도 빨리 자녀들이 자립하길 바라는 데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일 것이다. 반대로 이씨 부부는 부모님들이 전세자금을 보탰고, 특히 차씨 부모님의 형편이 넉넉하지 않았기에 조금이라도 돈을 드리고 싶어 했다. 부부는 일단 차씨가 임신하기 전까지만 용돈을 계속 드리기로 결정했다.

이것으로 이씨 부부의 지출 줄이기가 모두 끝났다. 부부는 1·2차 상담에서 식비(26만원), 용돈(30만원), 보험료(25만원), 통신비(10만원), 여행비(15만원) 등 106만원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 여기에 5월을 끝으로 중단된 신용카드 할부금(100만원)과 잉여자금 27만원을 합하면 총 233만원을 여유자금으로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이제 재무 솔루션이 남았다. 부부가 앞서 정한 2가지 목표(대출금 상환·넓은 집 이사) 외에 비상금, 임신·출산 비용을 목표로 추가했다. 여유자금이 예상보다 많이 확보됐기 때문이다. 이씨 부부가 빠른 시일 내에 자녀를 갖길 원하고 있는 만큼 관련 비용도 일찍 모아두면 좋겠다고 판단했다. 모두 준비 기간이 짧은 단기 목표에 해당하므로 수익성보다는 안전성을 중시해야 하는데, 그러자니 자금을 불리기가 쉽지 않다. 어떻게 해야 부부가 목표를 수월하게 이룰 수 있을까. 다음 시간에 자세히 소개하도록 하겠다.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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