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깜이 관리용역비의 비밀

4월 24일부터 150세대 미만 공동주택도 의무관리주택 전환이 가능해졌다.[사진=연합뉴스]<br>
4월 24일부터 150세대 미만 공동주택도 의무관리주택 전환이 가능해졌다.[사진=연합뉴스]

오피스텔에 사는 사람들의 불만 중 하나는 ‘공용 관리비’다. 내가 쓴 것도 아닌 관리비 비용이 전체 관리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기 일쑤여서다. 면적에 비례하는 것도 아니다. 23㎡(약 7평)짜리 오피스텔보다 3배 넓은 아파트의 평균 관리비는 오피스텔의 2배를 넘지 않는다. 오피스텔의 관리비, 대체 왜 비싼 걸까. 더스쿠프(The SCOOP)가 오피스텔의 깜깜이 관리용역비의 비밀을 취재했다. 

‘또다른 임대료’라고 불리는 관리비는 다른 공동주택보다 오피스텔이 비싸다는 게 속설이다. 사실일까. 먼저 아파트와 오피스텔의 관리비를 비교해보자. 아파트의 관리비는 쉽게 확인할 수 있다. 300세대가 넘거나 승강기가 있는 150세대 이상의 공동주택단지는 의무적으로 공용관리비를 공개할 의무가 있어서다. 

한국감정원이 관리하는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K-APT)에 따르면, 올  1분기 기준 전국 아파트 공용 관리비는 1㎡당 1194원. 전용면적 59㎡ 아파트로 환산하면 7만446원이다. 물론 분양 아파트와 임대 아파트의 관리비는 다르다. 같은 면적을 기준으로 각각 6만4054원, 7만6818원이다. [※ 참고 : 임대 아파트의 관리비를 추산하기 위해 59㎡를 기준으로 삼았다.] 

그렇다면 아파트가 아닌 오피스텔의 관리비는 어느 정도일까. 서울 강남구에 있는 A오피스텔(500세대 이상)의 실제 관리비 명세서를 보자. 공급면적은 46㎡, 실주거면적은 22㎡다. 지난 3월 한달간 이곳에 부과된 관리비는 6만6110원. 이중 공용 관리비는 82%에 달한다. 1㎡당 공용 관리비는 2464원이다. 서울시 평균 분양 아파트의 1㎡당 공용 관리비가 1311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약 2배 비싸다. 

오피스텔의 공용 관리비가 아파트보다 비싼 까닭은 뭘까. 첫째 이유는 간단하다. 오피스텔의 특성상 주거 면적이 좁고 공용 면적은 넓기 때문에 공용 관리비가 높을 수밖에 없다. 둘째 이유는  ‘깜깜이 관리용역비’에 있다. 무슨 말일까. 

A오피스텔 관리비 명세서의 세부 항목을 다시 보자. 전체 관리비(6만6110원) 중 세대 난방비, 세대 급탕비, 세대 수도료, 세대 전기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1만1960원으로 약 18%다. 이를 제외한 나머지는 용역(관리ㆍ경비ㆍ청소), 승강기 유지비, 수선 유지비, 청소용품, 기본 냉난방, 공동난방, 화재보험, 소독비, 인터넷 이용료 등으로 빠져나간다. 언급했듯 공용 관리비는 전체의 82%로, 5만4150원에 이른다.

이중 가장 금액이 큰 건 ‘관리용역비’다. 공용 관리비의 50% 이상을 차지한다. 오피스텔(소규모 공동주택)에 관리용역비를 노리고 들어오는 업체들이 숱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등기부등본을 통해 확인한 집주인(개별 호실 소유자)에게 연락해 동의서를 받고 오피스텔의 관리업체로 눌러앉는 식이다. 집주인은 관리비가 많이 책정되든 말든 상관없다. 모든 관리비는 실제로 거주하고 있는 세입자의 부담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관리비가 정확하게 드러나는 것도 아니다. 오피스텔과 같은 소규모 공동주택은 관리업체가 겉으로 드러나지도 않고 관리비가 공개되지도 않기 때문에 얼마든지 꼼수를 부릴 수 있다. 

다행스러운 건 최근 제동장치가 마련됐다는 점이다. 150세대 미만의 공동주택에서도 관리비를 의무 공개하도록 하는 게 골자인 공동주택관리법 개정안이 지난 4월 시행되면서다. 이에 따라 입주민의 3분의 2 이상만 동의하면 150세대 미만의 공동주택도 관리업체를 선정해 관리비를 공개해야 한다. 아울러 입주민대표자회의는 관리용역업체를 선정한 후 계약 내용을 고시해야 한다. 

의무관리주택으로 전환하기 위해선 최소 6개월에서 약 1년이 소요될 가능성이 높다.[사진=뉴시스]<br>
의무관리주택으로 전환하기 위해선 최소 6개월에서 약 1년이 소요될 가능성이 높다.[사진=뉴시스]

하지만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입주민 동의서를 조작하는 게 어려운 일이 아닌 데다, 단기 임대가 많은 오피스텔 특성상 입주민대표자회의가 선정하는 관리ㆍ경비용역업체를 감시하는 게 여간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관리업체를 선정하는 것이 필수가 돼버린 탓에 관리비가 더 상승할 여지도 있다. 

한국감정원 공동주택관리단은 “공동주택관리법 개정안이 실제 시행되기까진 6개월에서 1년이 걸릴 것”이라며 “입주민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구해야 하고 관리업체도 선정해야 하기 때문에 많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관리비 고지서가 투명해지기까지 아직 여러 산이 남아있다.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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