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물은 더 깊숙한 곳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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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아름 기자
  • 호수 395
  • 승인 2020.06.30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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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정부 부동산 정책과 통계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신뢰할 수 없다는 의견도 부쩍 늘어났다.[사진=뉴시스]

아파트 가격이 올랐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정부와 민간의 해석은 14%와 52%로 엇갈렸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이 52% 상승했다고 주장했다. 곧바로 국토교통부가 반박했다. “건물 노후화로 멸실이 유달리 많았던 것을 고려해야 한다. 아파트 가격은 14% 올랐을 뿐이다.” 

부동산 통계는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그래서 정작 중요한 건 ‘체감’이다. 국민들이 “집 사는 게 힘들어졌다”고 말하면 힘든 것이고, “내집 마련이 어렵다”고 하소연하면 어려운 것이다. 그렇다면 국민의 체감을 간접적으로 엿볼 수 있는 지표는 어떨까. 무엇보다 ‘집을 구입하기 좋은 시기인지를 따지는’ 서울 주택구입태도 지수는 한풀 꺾인 지 오래다. 멸실이 늘었다는 정부의 항변을 십분 감안하더라도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 역시 9억원대로 한껏 치솟았다.

당연한 흐름이지만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신뢰할 수 없다는 의견도 부쩍 늘어났다. 부동산 정책의 오판도 있었지만 이를 문재인 정부의 탓만으로 볼 수는 없다. 이명박 정부 때든 박근혜 정부 때든 부동산 시장은 골칫거리였다. 이명박 정부에서 대형 아파트 가격이 내려가자 소형 아파트 가격이 올랐고 “빚내서 집 사라”던 박근혜 정부에서는 시장이 과열하는 조짐이 보이자 급하게 분양권 전매 제한, 청약 1순위 자격 제한 등을 꺼내 들었다.

거품이 잔뜩 낀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하려면 무너뜨려야 할 게 많다. 정책도 정책이지만 ‘부동산은 가격이 올라야 돈을 번다’는 관념이 바뀌어야 한다. 공공임대주택을 향한 불편한 시선, 강남지상주의 등도 깨져야 한다. ‘도심 내 유휴지에 공공임대주택을 만들자’ ‘고층 개발이 가능한 공공청사의 일부분을 임대주택으로 활용하자’는 다소 파격적인 제안도 귀담아들어야 한다. 


더스쿠프(The SCOOP)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성적표를 내봤다. 예상대로 좋지 않았다. 어떤 건 ‘최악’의 수치를 보였다. 이제 우리는 부동산 성적표가 나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찾으려 한다. 이 커버스토리는 그 이유를 찾아가는 사전 작업이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유효한 성과를 내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사진=뉴시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유효한 성과를 내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사진=뉴시스]

2017년 6월 19일 문재인 정부의 첫 부동산 대책이 발표됐다. 당시 6ㆍ19 대책에는 투기가 우려되는 지역을 규제지역으로 설정하고 주택담보대출 비중, 총부채상환비율 비중을 제한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후 20여 차례 이어진 부동산 대책은 모두 대출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수요를 억제했다. 사는 사람이 없으면 가격이 빠르게 내려갈 것이라는 예상에서 비롯된 정책이었다. ‘부동산이 투기 대상으로 거래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정부의 기조가 바뀐 적은 없다. 

이 때문인지 가격이 오르는 지역이 생기면 규제지역으로 지정하는 일이 연이어 벌어졌다. 공급책도 발표됐다. 골자는 청년과 신혼부부를 중심으로 임대를 포함한 공공주택을 늘리겠다는 거였다. 매년 16만호씩 공급해 ‘주거 안정’에 도움이 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그렇다면 현재 ‘내집 마련’에 성공한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자기 집에서 자신이 살고 있는 가구 비중인 ‘자가점유율’을 살펴보자. 2018년 전국 자가점유율은 57.7%였지만 2019년에는 0.3%포인트 상승한 58.0%를 기록했다. 전국 단위로만 보자면 ‘내집 마련’에 성공한 사람들이 조금이나마 더 생겼다는 얘기다. 

하지만 체감하기 어렵다. 인구가 밀집한 서울의 자가점유율은 되레 하락했기 때문이다. 2018년 서울 자가점유율은 43.3%. 2019년에는 42.7%를 기록했다. 전국에서 자가점유율이 0.3%포인트 상승할 때 서울의 자가점유율은 오히려 0.6%포인트 떨어졌다.

이런 상황 때문일까. 서울에서 집을 사기에 좋지 않은 시기라는 평가가 늘어났다. 주택구입태도지수는 특정 기간이 주택을 사들이기 좋은 시점인지 판단하는 지표다. 100을 넘기면 해당 시기에 집을 사야 한다고 판단한다는 뜻인데, 서울의 주택구입태도지수는 2014년 1분기 이후 100을 넘긴 적이 없다. 

서울연구원에 따르면 2014년을 정점으로 2020년까지 주택구입태도지수는 계속 떨어졌다. 특히 2019년 4분기 71.9를 기록했던 구입태도지수는 2020년 1분기 52.8으로 고꾸라졌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도 지금을 주택을 사기에 적당하지 않은 시기로 만들었다. 

쉬지 않고 오르는 주택 가격도 집을 사려는 의지를 꺾었다. KB부동산 리브온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2019년 5월 8억2926만원에서 2019년 11월 8억8014만원을 기록하며 6.1% 올랐다. 2020년 5월에는 6개월 만에 4.5% 상승한 9억 2013만원으로 고가 아파트 기준인 9억원을 넘겼다. 서울의 주택 역시 같은 흐름을 띠었다. 서울 주택 중위가격은 6개월 전인 6억5719만원(2019년 11월)과 비교해 6.7% 오른 7억119만원(2020년 5월)을 기록했다. 다른 때는 어땠을까. 

2019년 5월 6억2661만원이었던 서울 주택 가격은 6개월 뒤인 11월 6억5719만원을 기록하며 4.9% 상승했다. 코로나19로 부동산 매수 심리가 주춤했던 것을 고려하면 중위가격 상승 속도가 빨랐다는 얘기가 된다. 아파트만 따로 떼놓고 봐도 최근 6개월간 중위가격 상승률은 4.5%를 기록하며 약 4000만원 오르기도 했다.

서울의 주택구매부담지수도 2020년 들어 더 상승했다. 주택구매부담지수가 100이면 중위가격 주택을 사들일 때 중위소득가구가 벌어들이는 소득의 25%를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상환에 쓴다는 뜻이다. 

한국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2020년 1분기 기준 서울 주택구매부담지수는 132.2를 기록했다. 지금 서울에서 집을 구매한 사람들은 소득의 약 33%를 매달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상환에 쓰고 있다. 적정 부담액인 소득의 25%(주택구매부담지수 100)를 넘긴 지도 3년째다.

1년 치 소득과 주택 가격을 비교하는 수치인 소득 대비 주거비(PIR)도 꾸준히 올랐다. KB부동산 리브온에 따르면 2018년 1분기 8.9배였던 서울의 PIR은 2019년 1분기 10.5배를 거치며 2020년 1분기 11.7배까지 커졌다. 이 계산에 따르면 서울에서 중위가격 아파트를 사기 위해선 1년에 약 6100만원을 버는 가구가 11년 넘게 소득을 저축해야 한다. [※참고 : KB부동산 리브온 PIR은 KB국민은행 부동산담보대출이 실행될 때 조사된 담보 평가 중위가격을 기준으로 한다.] 

부동산 가격 지표뿐만 아니라 체감하는 사람들의 반응도 부정적이다. 모든 지표가 좋지 않다. 한국갤럽의 2020년 6월 조사에 따르면 ‘1년 이내에 부동산 가격이 올라갈 것’이라는 답변 비중은 응답자의 37.0%였다. 서울을 떼놓으면 가격이 오를 것이란 전망이 40.0%로 높아졌다. 

부동산 시장엔 복잡한 변수들이 숱하다. 이 때문에 정책 하나로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사진=뉴시스]
부동산 시장엔 복잡한 변수들이 숱하다. 이 때문에 정책 하나로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사진=뉴시스]

주택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단순한 전망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부동산 정책을 향한 부정 평가도 숱했다. ‘정부 부동산 정책이 잘못되고 있다’고 평가하는 응답자는 전국 기준 42.0%였고 서울로 범위를 좁히면 48.0%까지 늘었다. 2017년 6월 19일 문재인 정부의 첫번째 부동산 대책이 나온 이후로 3년이 훌쩍 넘었다. 지역을 정조준하는 규제에도 투기자금은 규제가 닿지 않은 지점에 몰렸다. 

가격이 치솟으면 규제가 뒤따라가기를 반복했다. 거래는 묶였지만 매물이 대량으로 풀리는 데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정부는 잡히지 않는 시장에 “마지막 카드까지 쓸 수 있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하지만 효과는 미미할 공산이 크다. 현금이 있거나 늘린 사람들은 계속 더 낮은 가격의 주택을 찾아가며 시장을 부풀릴 게 뻔하고, 실제 수요자들이 가진 자본금으론 이 경쟁에 끼어들 수 없을 것이다. ‘부동산은 가격이 올라야 돈을 번다’는 관념이 바뀌지 않는 한 부동산 정책은 투기꾼의 그림자만 쫓을 공산이 크다. 하지만 이 모든 걸 통째로 바꾸기엔 시간이 너무 없다.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시간은 2년이 채 남지 않았다. 우린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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