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살림연구소 공동기획
고용노동부 산재 예방사업의 자화상

지난 1월 고용노동부가 생뚱맞은 보도자료를 냈다. “2019년 산재사고 사망자가 지난해에 비해 116명(-11.9%) 감소했다.” 산재사고 사망자가 줄었다는 걸 홍보한 셈이다. ‘사망자 제로’를 목표로 삼아야 할 정부 부처가 ‘사망자 감소’를 자화자찬한 것도 민망하지만, 이들이 정말 산재사고 예방을 위해 혼신의 힘을 쏟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더스쿠프(The SCOOP)와 나라살림연구소가 공동으로 이 문제를 짚어봤다.

정부는 산재 사망자 감소가 아니라 산재 사망자 제로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사진=연합뉴스]
정부는 산재 사망자 감소가 아니라 산재 사망자 제로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사진=연합뉴스]

2020명. 지난해 각종 산업재해로 생을 마감한 노동자 숫자다. 하루 평균 5.5명꼴이다. 올해 1분기에 산재로 사망한 노동자는 562명이다. 일 평균 6.2명으로 좀 더 늘었다. 1분기 산재 사망자 중 사고로 인한 사망자 역시 253명으로 전년 동기(241명) 대비 5% 증가했다. [※참고 : ‘산재’는 사고와 질병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따라서 사고와 질병 등으로 인한 사망자는 ‘산재 사망자’, 산재 중 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산재사고 사망자’로 구분했다.] 

이렇게 수치를 나열한 데는 이유가 있다. 지난 1월 고용노동부가 “2019년 산재사고 사망자가 지난해에 비해 116명(-11.9%) 감소했다”면서 “1999년 통계 작성 이후 최초로 800명대에 진입했다”고 홍보했기 때문이다. 자화자찬이 고작 1분기 만에 부끄럽게 된 셈이다. 그렇다고 산재사고 사망자 수치가 줄어든 걸 부정하려는 게 아니다. 과거에 비하면 많이 개선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산재로 가족을 잃은 이들에게 이런 숫자 놀음이 무슨 의미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산재 사망자 혹은 산재사고 사망자가 단 한명도 없었다면 몰라도 1명이라도 있었다면 수치 감소를 ‘성과’로 홍보할 일은 아니다. 더구나 고용노동부는 ‘산재사고 사망자’만을 거론했을 뿐, 질병 사망자나 부상자는 아예 따지지도 않았다. 전체 산재 사망자 수치로 보면 2019년 사망자(2020명)는 2018년보다는 적지만 이전 연도와 비교하면 확 늘었다. 꾸준한 감소세가 아니었으니, 이를 ‘성과’라고 하기도 민망하다. 

더 중요한 건 고용노동부가 산재를 줄이기 위해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느냐다. 고용노동부는 산재 예방을 위해 ‘산업재해보상보험 및 예방기금(산업재해보상보호법에 근거)’을 운영하면서 다양한 사업들을 펼치고 있는데, 더스쿠프와 나라살림연구소가 이 기금의 결산자료(2018년 기준)를 분석해보니 의아한 점이 숱했다. 

하나씩 살펴보자. 고용노동부가 이 기금으로 산재 예방을 위해 하는 활동은 ▲근로자 건강 보호 ▲안전인증ㆍ안전검사 ▲업종별 재해 예방 ▲유해 작업환경 개선 ▲산재 예방시설 융자 ▲클린사업장 조성 지원 ▲안전보건 연구개발 및 국제협력 ▲산재 예방시설 건립 ▲안전보건 관리정보시스템 운영 ▲안전보건 문화 정착 ▲건강진단 ▲건강진단 지원금 지급 등으로 다양하다. 사업 예산의 평균 집행률은 87.7%다.

그런데 이 가운데 한 사업만 골라내면 평균 집행률이 98.1%로 치솟는다. 집행률이 신통치 않은 사업이 하나 있다는 건데, 바로 ‘유해 작업환경 개선사업’이다. 이 사업은 490억2600만원의 예산 중 378억9700만원만 집행하고, 111억2900만원을 고스란히 남겼다. 더구나 이 사업의 집행률은 2017년에도 74.4%로 낮았다. 

‘유해 작업환경 개선’은 노동자의 건강을 해칠 만한 유해인자(화학물질ㆍ소음ㆍ분진 등)를 보유한 소규모 사업장의 작업환경을 개선하고, 보건관리 기술을 지원해주는 사업이다. 이 사업의 예산이 산재 예방사업 전체 예산(3607억원)의 13%가량을 차지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중요도가 낮지도 않다. 소규모 사업장의 안전문제가 심각한 것도 사실이다. 

고용노동부 자료(2019년 기준)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노동자 수 대비 재해율은 0.58%, 사망만인율(1만명당 비율)은 1.08 %, 사고성 사망만인율은 0.46%다. 하지만 5인 미만 사업장의 노동자(299만6744명)로 범위를 좁혀보면 재해율은 1.15%(전체의 2.0배), 사망만인율은 1.65%(1.5배), 사고성 사망만인율은 1.00%(2.2배)로 올라간다. 소규모 사업장의 노동자들이 산업안전보건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얘기다. 

관련 통계는 이뿐만이 아니다. 전체 산재사고 사망자 중엔 하청노동자의 비중이 상당히 높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산업재해를 경험한 비율은 간접고용 비정규직이 38.0%로 정규직(21.0%)보다 높고, 산재보험 처리 비율은 간접고용 비정규직이 34.4%로 정규직(66.1%)보다 낮다.

두 통계자료를 종합하면 ‘소규모 사업장에서 일어나는 산재만 잘 예방해도 전체 산재 감소에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는 기업들이 위험도가 높은 업무들을 외주화하고 있는 탓에 산재가 제대로 줄지 않는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실례實例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유해 작업환경 개선사업’의 예산 불용률이 높았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나라살림연구소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불용률이 높다는 건 관계기관이 해당 사업을 체계적으로 만들지 않았거나 사업 추진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았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고용노동부가 산재 예방에 꼭 필요한 활동(유해 작업환경 개선)조차 허술하게 했다는 의미다. 

실제로 유해 작업환경 개선사업이 체계적이지 않다는 증거도 있다. 고용노동부의 산재 예방사업 중 ‘클린사업장 조성 지원’과 ‘산재 예방시설 융자’ 사업을 비교하면 중복 지원되는 품목이 상당했다. 두 사업의 예산 비중이 전체 산재 예방사업 예산의 53%에 달할 뿐만 아니라 매년 증가 추세란 점에서 산재 예방사업의 허술함을 엿볼 수 있다. 

우지영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두 사업은 산재 예방시설이나 설비 구입비용을 사업주에게 융자 혹은 보조해주는 것으로 그 목적이 유사하기 때문에 중복 지원이 되지 않도록 조치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산재를 줄이려면 정부 차원에서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는 거다. 

그럼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오민규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 정책위원의 말을 들어보자. “사업주에게 당근책을 주는 방법으로 산재를 줄이려 하니 산재를 제대로 예방하지 못하는 것이다. 산재 위험성이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원청에서 하청으로, 정규직에서 비정규직으로 옮겨가는 시스템부터 막아야 한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우지영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ccej100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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