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찬의 프리즘] 코로나 경제위기 터널 함께 지나려면…
[양재찬의 프리즘] 코로나 경제위기 터널 함께 지나려면…
  • 양재찬 편집인
  • 호수 396
  • 승인 2020.07.06 08: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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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법정시한 넘긴 최저임금 결정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는 지금 같은 전시경제 상황에선 노사 양쪽의 취약계층을 함께 보듬는 최저임금 동결이 필요해 보인다.[사진=뉴시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는 지금 같은 전시경제 상황에선 노사 양쪽의 취약계층을 함께 보듬는 최저임금 동결이 필요해 보인다.[사진=뉴시스]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앞두고 1일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노동계와 경영계의 공식 요구안이 나왔다. 노동계는 올해보다 16.4% 오른 시급 1만원을, 경영계는 2.1% 인하한 8410원을 제시했다. 노동계는 2020년 1만원 달성이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 맞추고, 경영계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에 기초한 것으로 보인다.

임금 수준은 노사 모두에게 중요하고 민감한 사안이다. 근로자 입장에선 더 많이 올리려 들고, 사용자로선 가능한 한 인상폭을 줄이려 한다. 노사 양측 모두 명분과 논리를 내세운다.

우리가 6월 29일까지 이듬해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해 8월 5일자로 고시하도록 법으로 정한 것은 노사 모두 변화하는 경제ㆍ사회 환경에 적응할 시간을 주기 위해서다. 최근 우리 경제 여건과 사회 환경은 몇가지 특수한 상황에 처해 있다. 첫째, 올해 우리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이 불가피해 보인다는 점이다. 

국내외 경제예측기관들이 잇달아 성장률 전망치를 마이너스로 하향조정했다. 정부조차 기존 2.4%에서 0.1%로 낮췄다. 이 수치조차 세차례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는 등 적극적인 재정 투입으로 역성장만은 막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둘째,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이뤄진 최저임금 과속인상의 폐해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의 최대 피해자는 아이러니컬하게도 수혜자여야 할 취약계층이었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이들 사업장에서 일하던 근로자들이 대거 일자리를 잃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최저임금이 16.4% 인상된 2018년 최저임금이 처음 적용된 근로자의 30%가 1년도 안 돼 실직했다. 셋째,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기는커녕 2차 대유행 단계라는 점이다.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자가 1000만명을 돌파했다. 2차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공포가 확산하며 경제충격 우려가 커지고 있다.

노사 양측은 임금 인상폭만 고집하지 말고, 주변 상황을 고려해야 마땅하다. 노동계는 취약계층을 보호하기 위해 최저임금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취약계층은 비단 노동자만이 아니다. 영세 사업장을 운영하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도 취약계층이다. 경제가 역성장하고, 지난 2년 과속 최저임금 인상의 폐해가 상존하며,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는 전시경제 상황에선 노사 양쪽의 취약계층을 함께 보듬는 최저임금 동결이 필요해 보인다.

과속 최저임금 인상 후유증에 대한 우리 사회의 피로도 또한 고려돼야 할 것이다. 한국갤럽이 성인 1001명을 대상으로 내년도 최저임금에 대해 물은 결과, ‘올해 수준으로 동결해야 한다’는 응답이 56.0%로 절반을 넘었다. ‘인상해야 한다’는 의견은 28.0%였고, 11.0%는 ‘올해보다 인하해야 한다’고 답했다. 연령대나 지지하는 정당 등 대부분 응답자 특성에서 동결 의견이 우세했다.

최저임금의 직접 영향을 받으며 민감한 곳이 중소기업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최저임금 근로자를 고용하는 중소기업 6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내년도 최저임금은 동결해야 한다’는 응답이 80.8%였다. 7.3%는 ‘올해보다 낮아져야 한다’고 답했다. 최저임금 동결 의견은 2017~2019년 36.3%, 48.2%, 69.0%로 매해 높아져왔다.

중소기업 근로자의 절반(51.7%)도 ‘고용 유지를 조건으로 최저임금을 동결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중소기업중앙회 중소기업 근로자 400명 대상 조사). 근로자의 43.3%는 ‘인상해야 한다’, 5.0%는 ‘인하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ㆍ자영업을 살리고, 기존 일자리도 지키려면 최저임금을 상황 변화와 시장 현실에 맞춰 결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노동계는 주변 상황이 어떻든 임금은 매해 올라야 한다는 인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

앞서 7월 1일에는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협약식이 강경파 저지로 민주노총 위원장이 참석하지 못해 취소됐다. 외환위기 이후 22년 만에 노사 간 고통 분담이 담긴 사회적 대타협이 무산됐다. 비록 선언적 내용이지만 노사정 합의문은 ‘경영계는 고용이 유지되도록 최대한 노력하며, 노동계는 경영위기를 겪는 기업에서 휴업 등 고용유지 조치에 협력하고, 정부는 고용을 위해 재정ㆍ금융 지원을 한다’는 것이 골자였다.

최저임금 결정은 올해도 법정기일을 넘겼다. 최저임금 고시와 이의신청 등 행정절차를 감안하면 7월 중순까진 결정해야 한다.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는 높은 시민의식에 걸맞은 노사 대타협을 기대한다.

양재찬 더스쿠프 편집인
jaya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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