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다 씻겨내려가길

# 어릴 땐 비오는 날을 참 좋아했습니다. 물 고인 곳만 찾아 첨벙첨벙 밟고 다녔지요. 신발 젖는다고 엄마한테 꾸지람을 들어도 신바람이 났습니다. 요즘 막내가 그렇습니다. 물만 보면 찰박찰박. 저를 닮은건지 아이들은 다 그런건지 모르겠습니다. 

# 윤홍길 작가의 소설 「장마(1973년)」는 한국전쟁이 배경입니다. 전쟁 중 한 가정에서 벌어진 이념적 대립과 갈등을 극복해가는 과정을 생생하게 그려냅니다. 우리가 장마 때 느끼는 ‘흐리고 축축한’ 분위기가 소설 전체를 지배합니다. 

# 장마 기간입니다. 쏟아지는 빗줄기를 보며 생각합니다. ‘세상 바이러스가 저 빗물에 다 씻겨내려가면 좋겠다.’ 소설 속에서 대립하던 가족들은 화해를 합니다. 그제야 질기게 이어지던 장마도 걷히죠. 우리와 바이러스의 싸움도 언젠간 끝날 겁니다. 장마가 걷힐 즈음, 그날이 왔으면 합니다. 

사진·글=오상민 천막사진관 작가
studioten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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