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나물, 인덕션, 탈모
조롱을 찬사로 바꾸는
애플의 힘은 무엇일까

애플이 ‘선線 없는 스마트폰’을 만들 거란 소문이 돕니다. “불편해서 어떻게 쓰냐”는 반응이 벌써부터 나옵니다. 하지만 이런 논란도 애플이란 이름 앞에선 별 힘을 내지 못합니다. 애플이 콩나물(에어팟)·인덕션(아이폰11)·탈모머리(아이폰X) 등 숱한 조롱을 받고도 번번이 제품을 흥행시킨 저력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비결이 무엇일까요? 더스쿠프(The SCOOP)가 ‘애플 흥행공식’의 발자취를 살펴봤습니다.

애플이 충전 단자가 없는 스마트폰을 출시할 거란 소문이 나온다.[사진=뉴시스]
애플이 충전 단자가 없는 스마트폰을 출시할 거란 소문이 나온다.[사진=뉴시스]

“충전 단자 없는 아이폰이 나온다.” 지난해 말부터 스마트폰 업계에서 애플이 충전 단자를 없앤 스마트폰을 출시할 거란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이 소문대로라면 애플의 신제품에선 어떤 단자도 찾아볼 수 없게 됩니다. 세계 최초로 ‘와이어리스(Wirel ess)’ 스마트폰이 탄생하는 셈입니다.

그래서인지 스마트폰 업계에선 애플을 둘러싼 소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애플이 와이어리스 아이폰으로 스마트폰 시장을 선도할지, 아니면 ‘시대착오적 제품을 만들었다’는 꼬리표를 달게 될지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사실 애플은 예전에도 스마트폰의 ‘선’을 없앤 바 있습니다. 2016년 아이폰7을 출시하면서 3.5㎜ 이어폰 단자를 아이폰에서 제거했었죠. 꽤 파격적인 시도임엔 분명했습니다. 음악을 들으려면 무선 이어폰을 별도 구매하거나 충전 단자에 3.5㎜ 어댑터를 꽂는 방식을 써야 했으니까요.

당연히 소비자 입장에선 불편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업계에서도 “소비자 편의를 생각하지 않는다”는 부정적인 견해를 쏟아냈습니다. 그럼에도 애플은 아이폰7으로 역대급 ‘히트’를 쳤습니다. 2017년 2분기에만 3200만대(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가 팔리면서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 1위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흥미로운 건 애플을 향한 비난과 조롱이 역대급 흥행으로 탈바꿈한 사례가 한두 번이 아니란 점입니다. 시계추를 2014년 9월로 돌려볼까요? 당시 애플은 신제품 ‘아이폰6’를 내놓으면서 디자인에 큰 변화를 줬습니다. 기존 디자인의 직각 모서리를 곡면으로 바꾸고, 테두리에는 흰색 띠를 둘렀습니다.

새로운 아이폰 디자인을 놓고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애플답지 않은 디자인”이란 반응을 보였습니다. 흰색 띠엔 “지저분해 보인다”면서 ‘절연띠’란 별명을 붙이기도 했죠. 하지만 이런 우려를 비웃기라도 하듯 아이폰6는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예약 판매 첫날에만 400만대가 팔렸고, 출시 후 10개월 연속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 순위에서 1위를 차지했습니다.

2년 뒤인 2016년 9월, 애플은 또 한번 파격적인 제품을 선보입니다. 바로 무선 이어폰 ‘에어팟’입니다. 기존 애플 이어폰에 선을 없앤 대신 블루투스를 탑재해 스마트폰과 연동하도록 했습니다. 생김새 때문인지 에어팟은 ‘콩나물’과 비교되며 숱한 조롱거리를 낳았습니다. 미국의 한 방송에선 대놓고 에어팟을 웃음거리로 삼았습니다. 에어팟을 끼고 춤을 추다 에어팟을 잃어버려 계속 새 제품을 사는 소비자를 연출했죠.

하지만 에어팟은 출시되자마자 대박을 쳤습니다. 시장조사업체 슬라이스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애플은 에어팟을 출시한 지 2주 만에 온라인 무선이어폰 시장점유율의 26%를 차지했고, 단숨에 업계 1위로 올라섰습니다. 에어팟 인기 덕분인지 2016년 170만대였던 무선 이어폰 판매량도 2018년 3360만대로 껑충 뛰었습니다(SA). 에어팟이 이어폰 시장의 판도마저 바꿔놓았다고 볼 수 있죠.

4년이 흐른 지금도 에어팟은 압도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지난해 에어팟은 세계 무선 이어폰 시장의 54.0%를 차지했습니다(SA). 같은 해 매출도 120억 달러(14조4012억원·업계 추정치)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에어팟은 사실상 아이폰 다음으로 애플의 ‘효자상품’이 됐습니다.

비난 뒤엎은 아이폰6

또 하나 예를 들어볼까요? 지난해 10월 애플이 출시한 아이폰11도 에어팟처럼 소비자들의 손가락질을 받았습니다. 후면 카메라가 일렬로 배치된 다른 제조사의 제품들과 달리 아이폰11은 카메라 3개가 밀집해 있는 구조로 만들어졌습니다. 그 모양 때문에 아이폰11은 출시 전부터 “생긴 게 인덕션을 닮았다”며 웃음거리가 됐습니다.

하지만 출시 이후 아이폰11의 평가는 180도 바뀌었습니다. 출시한 지 4개월 만에 전세계에서 6100만대가 팔렸습니다(카운터리서치포인트), 전작인 아이폰X이 10개월간 6300만대가 팔렸던 걸 생각하면 아이폰11의 인기가 얼마나 뜨거웠는지 알 수 있습니다.

참, 아이폰X도 화면 상단에 적용됐던 ‘노치 디자인’이 탈모 머리와 비슷하다며 놀림을 받았지만 마찬가지로 흥행에 성공했죠. 이후 화웨이·샤오미 등 내로라하는 스마트폰 업체들이 모두 이 디자인을 채택하기도 했습니다.

애플이 무수한 조롱과 비난에도 매번 역대급 흥행을 일으킬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요? 제품 속에 담겨진 ‘디테일’을 보면 그 답이 나올 듯합니다. 먼저 아이폰11의 카메라를 살펴보죠. 애플이 인덕션 모양의 카메라 배치를 고집한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스마트폰 업계의 한 관계자는 “카메라가 일렬로 배치돼 있으면 각각의 카메라로 화면이 넘어갈 때 카메라 사이의 간격 때문에 피사체가 화면 중심에서 조금씩 어긋나게 된다”면서 “애플은 3개 카메라의 거리가 모두 동일해 이런 현상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인덕션 모양이 소비자들이 카메라를 이용할 때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고민한 결과임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에어팟의 흥행도 디테일이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힙니다. 당시 에어팟은 유선 이어폰엔 없는 편리한 기능들을 대거 갖추고 있었습니다. 귀에 꽂기만 하면 자동으로 전에 들었던 음악의 멈췄던 부분부터 들려줍니다.

손가락으로 에어팟을 두드리는 것으로 쉽게 멈추고 재생할 수 있습니다. 충전 케이스에 넣으면 전원이 꺼지고, 꺼내면 자동으로 켜집니다. 사소하지만 이용자를 배려하는 애플의 기술이 소비자를 움직인 셈입니다. 디자인은 그다음이란 얘기죠.

애플의 힘은 디테일

다시 와이어리스 스마트폰 얘기로 돌아가 볼까요?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경쟁사들의 제품 판매량이 꾸준히 늘고 있어서인지 최근 애플의 전체 매출에서 아이폰이 차지하는 비중이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쉽게 말해 아이폰이 흥행 돌풍을 일으키기가 예전보다 쉽지 않은 상황이 됐다는 얘기입니다.

그럼에도 새 아이폰을 둘러싼 소문을 무시하긴 어렵습니다. 앞서 언급한 와이어리스 스마트폰도 다른 흥행작처럼 소비자의 편의성을 극대화한 제품이기 때문입니다. 충전 케이블을 일일이 꽂을 필요 없이 아이폰을 충전 포트에 올려놓기만 하면 손쉽게 충전할 수 있으니까요.

애플은 지금까지 거의 모든 제품을 흥행 반열에 올려놨습니다. 애플은 와이어리스 스마트폰을 내놓아 또한번 “애플이 옳았다”는 찬사를 받을 수 있을까요? 2021년이 기다려집니다.

이혁기 더스쿠프 IT전문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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