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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 아이템의 그림자

벌집 아이스크림, 대만카스테라, 저가 생과일주스, 흑당버블티…. 한때 대박을 친 아이템이거나 현재 유행하고 있는 아이템이다. 하지만 봇물처럼 쏟아졌던 대박 아이템 가맹점들은 어느 순간 하나둘 문을 닫고, 아예 자취를 감추기도 한다. 달콤함은 짧고, 쓰디쓴 뒷맛만 남기 마련이다. 더스쿠프(The SCOOP)가 대박 아이템의 그림자를 밟아봤다. 

줄 서서 먹던 소프트리 아이스크림은 이제 찾아보기가 어렵다.[사진=뉴시스]
줄 서서 먹던 소프트리 아이스크림은 이제 찾아보기가 어렵다.[사진=뉴시스]

뽀얀 소프트아이스크림 위에 얹은 황금색 벌집. 2013년 등장한 ‘소프트리’는 프리미엄 아이스크림의 상징과도 같았다. 유기농 우유와 천연 벌집을 사용해 소프트아이스크림콘 한개 가격이 4800원(허니칩)이나 했지만 손님들은 줄 서기를 마다하지 않았다. 폭발적인 인기에 소프트리 매장은 1년 만에 35개까지 늘었다.

지금은 어떨까.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거래 사이트에 등록된 정보공개서를 살펴보면 2019년 말 기준 소트프리 매장은 전국의 매장을 다 합쳐도 6개뿐이다. 서울과 경기에 각각 2개, 부산과 경북에 1개씩 있다.

2015년부턴 실적도 고꾸라졌다. 2015년 4억원의 손실을 낸 것으로 시작해 수년째 적자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소프트리의 실적을 살펴보면 매출액은 6억868만원, 영업손실은 4억393만원이다. 부채도 점점 늘어 지난해 14억4015만원을 기록했다.

소프트리의 영업 환경이 이토록 어려워진 원인은 단순하지 않다. 일단 벌집 아이스크림 인기에 편승하려는 미투(me too) 업체들이 쏟아진 게 가장 컸다. 소프트리 매장은 1년 만에 35개로 늘었지만 미투브랜드 매장은 6개월 만에 250여개가 생겼다. 미투브랜드 ‘밀크카우’와의 디자인 분쟁도 나쁜 영향을 미쳤다.

‘저가 생과일주스’로 돌풍을 일으킨 쥬씨의 상황도 비슷하다. 2010년 1호점을 내고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가맹사업을 시작한 쥬씨는 그해에만 150개 매장이 문을 열었다. 하지만 역시 달콤함은 짧았다. 2016년 131억3000만원이던 영업이익은 불과 1년 만에 17억원 손실로 뒤바뀌었다. 매장 수도 2016년 805개, 2017년 722개, 2018년 594개로 눈에 띄게 줄었다. 대박 아이템이라는 것만 보고 밀물처럼 밀려들었다가 여기저기 생겨나는 비슷한 매장들에 경쟁력을 잃고 썰물처럼 빠져나간 셈이다.


최근엔 흑당버블티 인기로 어딜 가나 메뉴판에 흑당버블티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과거의 대박 아이템들이 그랬듯 또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아이템이 될 수도 있다. 

지난해 가맹점 폐점률은 9.4%다. 외식업이 10.8%로 평균을 웃돈다. 음료 프랜차이즈 경우 지난해 신규매장 개점률은 13.2%였지만 폐점률은 그보다 높은 16.2%로 집계됐다. 문을 연 매장보다 문을 닫은 매장이 더 많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창업을 원하는 이들이 소위 대박 아이템들만 찾다 보니 생존력이 짧을 수밖에 없다”면서 “창업 아이템을 정할 때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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