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 반대론자들에게

‘주택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안’이 지난 9일 발의됐다. 주택 임차인의 계약갱신청구권을 인정해 통상 2년이던 전세기간을 4년까지 안정적으로 보장해주는 내용이 골자다. 한번의 계약 갱신에서 보증금 상승률은 5%로 제한된다. 하지만 “주거 세입자의 전세기간을 보장해줄 이유가 부족하고 오히려 전세가가 폭등할 것”이라며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문제는 반대론자들의 논거가 허술하다는 점이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전세기간 2년 연장 반대론의 반대론을 살펴봤다. 구본기 구본기생활경제연구소 소장이 논거를 제시했다. 

임차 기간이 길어진다면 임차 주택의 환경을 개선하는 데 투자할 세입자들도 많다.[사진=뉴시스]

무주택자 여러분, 여기를 보십시오. 낭보가 있습니다. 주거 세입자 보호기간을 기존 2년에서 4년 이상으로 늘리는 ‘주택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속속 발의되고 있습니다. 벌써 두건이나 발의됐습니다. 하지만 기뻐하긴 이릅니다. 비보도 있습니다. 

일부 부동산 전문가들이 해당 ‘주택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 봅시다. 주거 세입자 보호 기간 연장을 반대하는 이들의 논거는 뭘까요?

■통계로 장난치기 = 반대론자들은 걱정합니다. “주거 세입자 보호기간이 연장되면 임대인이 곧바로 보증금과 월세를 인상해 전월세 값이 폭등할 수 있다.” 

나름 근거도 제시합니다. ‘1989년 12월 주거 세입자 보호기간이 1년에서 2년으로 연장된 후 1990년의 한국감정원 통계를 보니 전국 전세가격이 16.8%나 올랐다’는 겁니다.

전형적인 아전인수식 해석입니다. 반대론자들은 1990년 전국 전세가 상승률 16.8%를 일컬어 ‘폭등’이라고 표현합니다. 그것이 정말 ‘폭등’이라면, 주거 세입자 보호기간이 1년이던 1989년의 17.5%, 1988년의 13.2%, 1987년의 19.4%도 ‘폭등’입니다. 

오히려 전세가 ‘폭등’은 주거 세입자 보호기간이 2년으로 늘어난 후에야 잡힙니다. 같은 통계에 따르면 1991년 전국 전세가는 1.9%밖에 오르지 않습니다. 1992년 7.5%, 1993년 2.4%, 1994년 4.6% 등 이후 상승률도 안정적이었습니다. 
 

이를 근거로 반대론자들과 완전히 다른 방향의 주장을 펼칠 수도 있습니다. “한국감정원 통계를 분석해 보니 주거 세입자 보호 기간의 연장이 전세가를 안정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론자들, 어떤가요?

■원인과 결과 바꾸기 = 반대론자들은 이런 주장도 펼칩니다. “주거 세입자는 상가 세입자처럼 임차 공간에 상당한 수준의 인테리어 비용 등을 들이지 않기 때문에 현행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 상가 세입자를 10년 보호해주는 것처럼 중장기의 임대차 기간을 보장해줄 이유가 없다.” 이는 인과관계를 호도한 ‘궤변’입니다.

따져봅시다. ‘주거 세입자들이 인테리어 등에 인색해서(원인) 주거 세입자 보호기간이 2년(결과)인 걸까요?’ 아니면 ‘주거 세입자 보호기간이 2년이어서(원인) 주거 세입자들이 인테리어 등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걸까요(결과)?’ 답은 후자입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이 개정돼 주거 세입자 보호기간이 늘어나면(가령 10년), 많은 수의 주거 세입자가 적지 않은 돈을 들여 스스로 임차공간을 가꿀 겁니다. 특히 신혼부부라면 더욱 더 그럴 겁니다. 쾌적하고 아름다운 집에서 살고 싶은 건 인지상정이니까요.
 

주택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됐지만 전세가 폭등을 근거로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사진=뉴시스]
주택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됐지만 전세가 폭등을 근거로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사진=뉴시스]

■생뚱맞은 불의론 = 개업공인중개사들의 모임인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이런 말도 합니다. “(주거 세입자 보호기간이 늘면 2년마다 하던 주택 임대차 중개를 4년 이상마다 해야 해서) 개업공인중개사들의 소득이 감소하기 때문에 주거 세입자 보호기간 연장은 안 된다.” 이건 집단 이기주의에서 기인한 ‘망언’입니다.

이런 논법이 통용된다면 우린 다음과 같은 문장도 만들 수 있습니다. “평화가 찾아오면 무기상들의 수익이 줄기 때문에 전쟁은 계속돼야 한다.” 2년이면 이사를 할 가능성이 높은 주거 세입자의 아픔에 기대 돈을 버는 일도 이젠 그만둘 때가 됐습니다.


■정부의 잘못된 시각 = “이사하기 힘들어서 집 사야겠다.” 세간에 도는 농담 반 진담 반 푸념입니다. 이사하기 힘들다는 말은 진담이고, 집 사야겠다는 말은 농담이겠죠. 집은 마음먹는다고 살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너무 비싸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 43.8%가 무주택 가구입니다.

숫자로 환산하면 874만5000가구입니다(2018년 기준). 이들 모두가 집을 소유하는 것이 과연 ‘정의’일까요? 절대로 그렇지 않을 겁니다. 사실 그럴 방법도 없어 누군가는 평생을 주거 세입자로 살 수밖에 없습니다.
 

부동산 대책이 폭풍처럼 몰아칩니다. 아쉽게도 그 안에 효과적인 주거 세입자 대책은 없습니다. 역대 정부는 주거 세입자의 지위를 하루빨리 극복해야 할 열등과 시련의 상태로 여겨왔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주거 세입자 보호기간을 2년으로 못 박을 이유가 없었을 겁니다. 주거 세입자를 ‘2년 계약’의 도마에 올려놓은 건 역대 정부의 잘못된 시각 때문일지 모릅니다. 올해는 반드시 끝내야 합니다. 

글=구본기 구본기생활경제연구소 소장
kubonki@naver.com | 더스쿠프

정리=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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