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비 · 하이트 해외 성적표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선보인 맥주 신제품 ‘테라’로 돌풍을 일으켰다. 오비맥주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맥주 브랜드 ‘카스’를 보유하고 있다. 두 업체는 국내 맥주시장을 과점한 큰손들이다. 그렇다면 이들의 해외 사업 성적은 어떨까. 더스쿠프(The SCOOP)가 치열한 글로벌 맥주시장에서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의 현주소를 살펴봤다.

오비맥주는 당초 카스를 아시아 ‘톱 10’ 브랜드로 만든다는 전략을 내놨지만 목표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오비맥주는 당초 카스를 아시아 ‘톱 10’ 브랜드로 만든다는 전략을 내놨지만 목표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국내 맥주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 두 업체는 쌍둥이처럼 1933년 ‘소화기린맥주주식회사(오비맥주)’와 ‘조선맥주주식회사(하이트진로)’라는 이름으로 맥주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국내 맥주시장을 과점하며 엎치락뒤치락을 반복해 왔다. 

최근 수년 새 수입맥주의 인기가 높아졌다곤 하지만 두 업체의 맥주 시장점유율은 여전히 공고하다. 지난해 4분기 맥주 소매시장(닐슨코리아ㆍ판매액 기준)에서 오비맥주의 카스ㆍ카스라이트, 하이트진로의 테라ㆍ하이트 등 4가지 제품이 차지한 비중은 전체의 60.9% (6932억원 중 4227억원)에 달했다. 

그렇다면 ‘안방’을 장악한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의 해외 사업 성적표는 어떨까. 국내에서만큼 한국 맥주의 위상을 높이고 있을까. 이들 업체는 해외시장의 문을 꾸준히 두드려 왔다. 하이트진로의 경우 미국ㆍ일본ㆍ러시아ㆍ중국ㆍ베트남에 이어 지난해 5월에는 필리핀에 6번째 해외 법인을 설립했다. 해외 법인을 전진기지 삼아 맥주 수출도 이어왔다. 

미국과 일본에 ‘하이트’ 수출을 시작으로, 현지 맞춤화 전략도 펼쳤다. 2017년 알코올 도수를 8%로 높인 ‘하이트 엑스트라 스트롱’을 개발해 중동ㆍ몽골ㆍ동남아시아ㆍ뉴질랜드 등에 수출한 건 대표적인 예다. 2018년엔 중국 수출을 위해 알코올 4% 이하의 저도수 라거 맥주를 선보이기도 했다.  

성과도 있었다. 홍콩에선 하이트가 인기를 끌면서 판매 순위 6위(2018년 기준 시장점유율 5.4%ㆍ유로모니터)를 기록하기도 했다. 회사 관계자는 “해외 60여개국에 맥주를 수출하고 있다”면서 “지역별 소비자의 니즈에 맞춘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성과는 기대에 못 미친다는 분석이 많다. 하이트진로의 맥주 수출액은 최근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2017년 590억원이던 맥주 수출액은 지난해 459억원으로 22.2% 줄었다. 업계 관계자는 “AB인베브, 사브밀러, 하이네켄 등 글로벌 맥주 업체들의 경우 맥주 브랜드가 다양한 데다 세계 각지에 생산 공장과 유통망을 갖추고 있다”면서 “국내 업체가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세계 최대 맥주회사인 AB인베브를 모기업으로 둔 오비맥주는 어떨까. 2014년 오비맥주가 AB인베브에 인수되면서 카스를 비롯한 오비맥주 브랜드가 해외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거란 전망이 쏟아졌다.

이듬해 오비맥주 측은 “카스ㆍ오비 등의 수출을 2배로 늘리고 2~3년 내 아시아 ‘톱10’ 브랜드로 만든다”는 청사진을 내놓기도 했다. 당시 중국의 설화ㆍ칭타오, 일본의 아사히ㆍ기린 등에 밀려 아시아 지역 판매 순위 15위(2013년)를 기록한 카스를 글로벌 브랜드로 만들겠다는 거였다. 

오비맥주의 흔들리는 수출 청사진  

실제로 오비맥주는 현재 중국ㆍ대만ㆍ홍콩ㆍ미국ㆍ호주ㆍ동남아시아 등 20여개국에 카스를 수출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카스 수출 활성화를 위해 해외 시장을 적극 개척하고 있다”면서 “교민 중심에서 벗어나 현지인을 대상으로 한 유통채널로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맥주업체들의 해외 사업 성적표가 기대에 못 미친다는 분석이 많다.[사진=연합뉴스]
국내 맥주업체들의 해외 사업 성적표가 기대에 못 미친다는 분석이 많다.[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카스를 아시아 톱10 브랜드로 만든다는 계획은 아직 달성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오비맥주의 연간 맥주 수출액이 1억 달러(약 1200억원)대에 머물러 있다. 이는 국내 맥주 수출의 80%가량을 차지하는 액수다. 

하지만 여기엔 해외 ODM(제조업자개발생산) 물량이 포함돼 있다. 오비맥주가 2012년 처음으로 ‘1억 달러 수출’을 달성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8년째 제자리걸음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국내 맥주의 ‘세계화’까진 갈 길이 멀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예컨대 국내 맥주 최대 수출국인 중국에선 로컬 브랜드와 글로벌 브랜드의 벽이 높다. 중국 맥주 시장은 설화(23.2%ㆍ이하 2018년 기준), 칭타오(16.4%), 버드와이저(16.2%), 옌징(8.5%), 칼스버그(6.1%) 등이 차지하고 있다. 2017~2018년 ‘한류 열풍’과 ‘깔끔한 맥주맛’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한국맥주가 인기를 끌었지만 주목할 만한 시장점유율을 차지하지는 못한 셈이다.  


해외 시장의 높은 벽 

업계 관계자는 “소주와 달리 맥주는 한국맥주만의 차별점이 크지 않다”면서 “중국인에게 익숙한 중국 맥주나 글로벌 브랜드 맥주 사이에서 한국맥주가 아직 자리 잡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여기에 프리미엄 맥주, 수제맥주 등 중국 소비자의 수요가 다양해지고 있다는 점도 국내 업체에 부담요인이다.

국내를 재패한 두 업체가 아직 해외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 데다, 국내에선 수입맥주의 공세가 이어지면서 맥주 무역수지는 8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2012년 577만 달러(약 69억원)이던 무역수지 적자 규모는 2018년 1억5523만 달러(약 1864억원)로 최대치를 기록했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의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는 점이다. 바로미터는 ‘맥주 수출량’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국내 맥주의 해외 수출량은 지난해를 기점으로 고꾸라졌다. 2010년 8만1315톤(t)이던 맥주 수출량은 2018년 21만1688t으로 160.3% 증가했다. 하지만 지난해엔 20만9623t을 기록하며 감소세로 돌아섰다. 

더욱이 올해엔 코로나19 사태가 겹치면서 상황이 더욱 악화했다. 올해 1~5월 맥주 수출량은 4만5955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8만2839t) 대비 44.5% 줄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주요 수출국에서)외출ㆍ외식을 자제하면서 맥주 주요 판매처인 식당에서 재고 소진이 원활하지 않다”면서 “대형마트 등 유통채널에서 판매 촉진 행사도 어려워 단기간 내 수출 정상화는 어려울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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