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찬의 프리즘] ‘세금폭탄’ 징벌성 대책만으론 집값 못 잡는다
[양재찬의 프리즘] ‘세금폭탄’ 징벌성 대책만으론 집값 못 잡는다
  • 양재찬 편집인
  • 호수 397
  • 승인 2020.07.13 11: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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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만에 나온 22번째 부동산 대책
부동산 시장은 다양한 필요와 욕구를 가진 수요자들의 거래를 통해 움직인다. 악덕 투기꾼보다 실수요자가 훨씬 많다. 부동산 정책이 경제종합대책이어야 하는 이유다.[사진=연합뉴스]
부동산 시장은 다양한 필요와 욕구를 가진 수요자들의 거래를 통해 움직인다. 악덕 투기꾼보다 실수요자가 훨씬 많다. 부동산 정책이 경제종합대책이어야 하는 이유다.[사진=연합뉴스]

6ㆍ17 부동산 대책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인 7월 10일, 대책이 또 나왔다. 한 달도 안 된 23일 만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벌써 22번째 대책이다. 2017년 5월 정부 출범 이후 6ㆍ17대책까지 50일에 한 번꼴이었는데, 이번에는 대책 발표 주기를 절반으로 단축했다. 그만큼 다급했던 모양이다.
 
6ㆍ17대책에도 집값은 되레 더 뛰었다. 초강력 수요억제책으로 수도권 대부분을 규제지역으로 묶자 수요가 다시 서울로 쏠렸다. 집값이 더 뛸까 염려하는 실수요자들이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음)해서 집 사자’며 매수세에 가담했다. 특히 서울 전셋값은 공급부족 현상을 보이며 54주 연속 올랐다.

부동산 정책 실패 후폭풍은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를 끌어내렸다. 한국갤럽의 7~9일 조사에서 긍정평가가 47.0%로 내려갔다. 부정평가(44.0%)와 차이가 오차범위 내로 좁혀졌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잘못하고 있다(64.0%)’는 응답이 ‘잘하고 있다(17.0%)’보다 4배 가까이 많았다. 6ㆍ17대책 발표 이전보다 긍정률이 7.0%포인트 낮아진 반면 부정률은 22.0%포인트 높아졌다. 향후 1년 집값에 대해서도 61.0%가 오를 것으로 봤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3년 1개월여, 부동산 대책을 21번 내놨지만 상황이 개선되기는커녕 악화일로다. 그럼에도 책임지는 정책 담당자도, 부처도 없다. 청와대와 정부는 정책 실패를 인정하지 않은 채 22번째 대책을 내놓았다. 

7ㆍ10대책은 가히 ‘세금폭탄’급이다. 3주택 이상이나 조정대상지역 2주택 이상 보유자의 종합부동산세 세율이 1.2〜6.0%로 높아진다. 현행 세율(0.6〜3.2%)의 두 배를 넘어선다. 다주택자와 단기매매에 대한 양도소득세도 중과된다. 1년 안 된 집을 팔 때 양도세율이 현행 40%에서 70%로 높아진다.

7ㆍ10대책은 시장이 기대하는 추가적 공급 대책은 없이 과세 강화 일색이다. 정부는 다주택자와 단기거래로 세금중과 대상을 한정한다지만, 종부세와 양도세를 함께 올림에 따른 매물 잠김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특혜 논란이 일었던 등록 임대사업제도를 손보고 보유세를 강화하는 과정에서 전ㆍ월세 시장이 불안해질 수도 있다. 

많이 가진 자가 세금도 많이 내야 한다는 조세 원칙은 맞다. 하지만 세금이 자산을 팔아서 내야 할 정도라면 문제가 될 수 있다. 특히 오랫 동안 집 한 채 유지하며 살아온 퇴직 임금근로자 입장에선 단지 아파트값이 올랐다는 이유로 종부세 대상에 포함되고 세금이 늘어나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 

부동산 시장도 수요와 공급이 가격을 결정하는 시장경제의 한 형태다. 정부는 세금ㆍ금융ㆍ청약 규제로 부동산 시장을 조였다. 그 결과, 시장에 매물이 줄면서 집값이 올랐다. 수요자들에게 집값 불안 심리가 퍼졌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3년 새 서울지역 중위 아파트값이 52% 폭등하며 9억원을 넘어섰다. 상황이 이럼에도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부동산 대책이 실패하지 않았느냐는 국회의원의 질의에 “정책은 다 잘 작동하고 있다”며 현실과 동떨어진 시각을 보였다.

부동산 시장은 다양한 필요와 욕구를 가진 수요자들의 거래를 통해 움직인다. 악덕 투기꾼보다 실수요자가 훨씬 많다. 대다수 실수요자는 세입자에서 벗어나 이사 걱정 없이 편히 살 만한 집 한 채를 원한다. 아이들이 자라며 더 큰 집으로 옮기고자 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정부의 주택정책은 이들 중산층 이하 실수요자들이 적절한 비용으로 거주하며 생활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실수요자들이 원하는 꾸준한 주택공급 등 중ㆍ장기적 주거안정 정책이 절실한 이유다. 주택담보대출을 조이고, 다주택자와 고가주택 소유자에게 세금을 무겁게 매기는 식의 징벌성 단기대책으로 주택시장의 수요공급을 조절하는 것은 기대 난망이다.  

늦었지만 이제부터라도 수요자들이 원하는 곳에 괜찮은 집이 많이 들어서게 하는 정책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도시의 허파인 그린벨트를 해제하기보다 서울 시내 재건축ㆍ재개발을 활성화하고 용적률도 높여 초고층으로 짓게 하자. 언제까지 서울 주변에 신도시를 개발해 수도권을 확장시킬 텐가. 지방에 양질의 일자리와 쾌적한 생활환경을 갖춘 기업도시를 건설하자.

국토부 장관이 “다주택자는 집을 팔라”고 한다. 여당 원내대표는 “집을 두 채 이상 갖는 것을 고통으로 느끼게 해야 한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부동산 정책은 경제종합대책이다. 도덕률이 아니다. 정치행위는 더욱 아니다. 

양재찬 더스쿠프 편집인
jaya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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