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ㆍ10대책과 실기론

정부가 22번째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21번의 대책도 뭐가 미흡했는지 집값을 잡지 못했다. 결국 당ㆍ정ㆍ청은 최후의 카드로 불리던 ‘종부세 강화책’을 꺼내들었다. 그럼에도 시장 안팎에선 극적인 반전이 나타나긴 힘들다는 전망이 흘러나온다. 다주택자들에게 버틸 여력이 충분하다는 이유에서다. 종부세를 손보는 건 필요한 일이었지만 타이밍이 늦었다는 지적이 잇따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더스쿠프(The SCOOP)가 7·10대책 이후 부동산 시장의 상황을 예측해 봤다.   

정부가 7ㆍ10대책을 발표했지만 집값 안정화를 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사진=연합뉴스]
정부가 7ㆍ10대책을 발표했지만 집값 안정화를 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사진=연합뉴스]

“최근 부동산 시장이 불안정한 점 국민께 대단히 송구스럽다(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집권여당의 대표가 고개를 숙였다. 3년간 21차례의 부동산 대책을 내놓고도 집값을 잡기는커녕 되레 끌어올린 탓이다. 

숱한 조치가 무위로 돌아가자 국민들은 정부의 실정을 성토했다. 대출이 막히면서 무주택자의 ‘내집 마련’ 문턱까지 높여놨다는 비난이었다. 가령, 인천ㆍ의정부ㆍ안성 등 그동안 비규제 지역이던 곳이 6ㆍ17대책으로 조정지역으로 묶이면서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70%에서 50%로 낮아졌다(무주택자 기준). 3억원짜리 집을 사면 2억1000만원을 대출받을 수 있었는데, 앞으론 1억5000만원밖에 못 받게 되는 셈이다. 

8ㆍ2대책(2017년)을 통해 도입된 임대주택등록제도도 부작용을 노출했다. 골자는 다주택자에게 세제 혜택을 부여해 임대주택을 늘리겠다는 것이었는데, 상황은 반대로 흘렀다. 세제 혜택이 워낙 많다 보니 투자자들이 이를 활용해 집을 더 사고, 그 결과로 집값이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특히 전세금과 매매가격 차이가 작은 주택을 집중적으로 매입해 세제 혜택과 시세차익을 동시에 노리는 갭투자까지 성행했다. 

22번째 카드인 ‘7ㆍ10대책’은 이런 민심의 분노를 잠재우기 위해 당ㆍ정ㆍ청이 고심 끝에 내놓은 특단의 조치다. 핵심은 다주택자를 향한 ‘세금폭탄’이다. 종합부동산세율을 최대 6.0%까지 인상했다. 현행 종부세율은 최대 3.2%다. 정부는 지난해 12ㆍ16대책에서 종부세율을 4.0%까지 올렸는데, 이보다 2%포인트 더 인상하겠다는 거다. 

이밖에도 3주택 이상 보유자와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의 전반적인 세율을 대폭 인상했다. 다만, 매물을 유도하기 위해 내년 종부세 부과일(2021년 6월 1일)까지 시행을 유예하기로 했다.

다주택자가 조정대상지역 내 주택을 팔 때 적용하는 양도세 중과 규정도 강화한다. 지금은 2주택자는 10%포인트, 3주택자는 20%포인트를 중과하는데, 앞으로는 각각 20%포인트ㆍ30%포인트를 중과하게 된다. 아울러 다주택자의 취득세율도 대폭 끌어올렸다. 

정부는 주택시장을 교란하는 주범으로 진작부터 다주택자를 꼽았다. 세금 부담 강화로 다주택자 보유 주택이 매물로 나오면, 공급 물량 부족 해소와 집값 안정화에 기여할 거란 시나리오였다. 

하지만 시장은 예상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강력한 대책에도 집값의 ‘우상향 곡선’은 꺾이지 않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7월 첫째주(6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0.11% 상승했다. 6월 마지막주(0.06%)보다 오름폭이 커졌다. 12ㆍ16대책 발표 이후 7개월여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종부세 손봤지만…

‘부동산 불패 신화’를 향한 국민들의 믿음도 달라지지 않았다. 지난 6월 서울 거주자의 주택가격전망 소비자동향지수(CSI)는 111로, 5월(92)보다 19포인트 올랐다. 100보다 숫자가 크다는 건 1년 뒤 집값이 오를 것으로 점치는 가구가 떨어질 것으로 보는 가구보다 많다는 뜻이다. 

실제로 이번 7ㆍ10대책으로 보유세 부담이 크게 늘어나더라도 버틸 여력만 있다면 문제 될 게 없다. 특히 집값이 오르는 상황이면 파는 것보다 보유하고 있는 게 더 낫다는 계산이 나온다. 전강수 대구가톨릭대(경제금융부동산학) 교수는 “종부세를 손보는 건 필요한 일이었지만, 타이밍이 아쉽다”면서 “그간 느슨한 대책으로 집값이 크게 오르면서 부동산 부자들에게 버틸 여력이 생겼기 때문에 정부가 기대했던 것처럼 시장에 매물이 나오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람들이 부동산 불패신화를 굳건히 믿는 것과 반대로 정책 메시지는 불신의 아이콘이 됐다. 주택시장을 교란하는 주범을 ‘다주택자’로 꼽아놓고선, 정작 정책 결정권자 다수가 그 주범이었기 때문이다.

‘2020년 정기 재산변동 사항’에 따르면 18개 부처 장ㆍ차관 40명 중 14명이 다주택자였다. 16명의 광역단체장 중 4명도 집이 여러 채였다. 재산공개 대상 고위공직자 750명 중 248명, 비율로 따지면 33.0%가 주택을 두채 이상 갖고 있었다. 총선 전 공천 후보자를 상대로 ‘1주택 이외는 팔겠다’는 서약서까지 받은 여당에선 42명이 2채 이상 집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때문인지 국민들 사이에선 ‘정부가 집값을 못 잡는 게 아니라 안 잡는 것’이란 말까지 나온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시장이 기록한 집값이 유별나게 높았던 것도 사실이다. 

정권별 서울 아파트 매매 중위가격(주택 매매가격을 순서대로 나열했을 때 중간에 있는 가격ㆍKB리브온 기준)의 평균을 보자. 이명박 정부는 4억9670만원, 박근혜 정부는 5억3925만원을 기록했다. 

반면 문재인 정부 집권기의 서울 아파트 매매 중위가격 평균은 8억4852만원에 달했다. 이명박 정부보단 70.8% 높고, 박근혜 정부 때보단 57.3% 상승했다. 올해 1월 들어선 중위가격이 통계 작성 최초로 9억원을 넘어섰다. 6월 기준으로는 9억2582만원에 달했다.

“못 잡는 게 아니라 안 잡는 것 아닌가”

“집값은 계속 오를 것”이란 불패 믿음과 “정부가 집값 잡을 생각이 없다”는 정책 불신의 시너지는 뚜렷했다. 너도나도 ‘집부터 사고 보자’는 듯 움직인다. 시중은행이 올 상반기 가계에 내준 주택담보대출은 32조2000억원 늘었다. 2018년 연중 증가 규모(37조8000억원)에 맞먹은 상황이다. 신용대출도 8조4000억원 급증했다. 지난해 상반기 증가액(2조9000억원)의 2배가 넘는 규모다. 정부가 부동산 관련 대출 규제를 강화하자, 신용대출로라도 집을 구매하려는 사람들이 늘었다는 뜻이다. 

전강수 교수는 “이들이 코로나19에 따른 실직이나 소득 감소로 빚을 갚을 여력이 줄면 부실 리스크가 번진다”면서 “앞으로도 꾸준히 부동산 불로소득을 얻기 어렵다는 메시지를 전달해 집값 상승의 속도라도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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