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왜 오르나

최근 국내 증시에서 ‘죽지 않고 살아나는 터미네이터 랠리’란 말이 회자되고 있다. 경기침체 와중에 펄펄 나는 주가를 빗댄 말이다. 실물경제와 주가의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원인은 돈의 힘이다. 시장에 풀린 막대한 유동성이 주식시장으로 흘러들면서 주가가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유동성 장세가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다. 더스쿠프(The SCOOP)가 경기침체 상황에서 증시가 들끓는 이유를 분석했다. 

경기침체 우려에도 주식시장의 상승세는 계속되고 있다.[사진=뉴시스] 

지난 2분기 국내 주식시장은 말 그대로 강세장이었다. 주식시장의 상승세는 뜨거울 만큼 강했다. “어떤 종목을 사도 수익이 났을 것이다” “국내 증시가 할인 판매에 들어갔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강세장은 지수로 확인할 수 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3월 19일 1457.64포인트까지 하락했던 코스피지수는 지난 7일 2164.17포인트로 상승했다. 코로나19 악재에 휘청인 지 4개월여 만에 48.4%(706.54포인트)나 올랐다. 코스닥지수의 상승세는 더 가파르다. 같은 기간 코스닥지수의 상승률은 77.2% (428.35포인트→759.16포인트)에 달했다.

그럼 어떤 종목이 얼마나 올랐을까. 이를 살펴보기 위해 3월 19일~7월 7일 코스피와 코스닥 종목의 주가 상승률을 분석해봤다. 이 기간 코스피 종목 902개(거래정지 4개 제외) 가운데 890개 종목이 상승했다. 전체의 98.4%가 3월 19일 이후 상승세를 기록한 셈인데, 890개 종목의 평균 주가 상승률은 74.3%였다. 주가가 하락한 종목은 11개, 변동이 없었던 종목은 1개를 기록했다.

가장 많이 오른 종목은 삼성중공업 우선주다. 이 종목의 주가는 3월 19일 3만2000원에서 지난 7일 52만9000원으로 올라 1553.1%(49만7000원)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국민주 삼성전자의 주가가 24.3%(4만2950원→5만3400원) 상승했다는 걸 감안하면 엄청난 기록이다. 

코스닥의 상승세도 만만치 않았다. 전체 1363개(거래정지 42개 제외) 중 95.8%인 1306개 종목의 주가가 상승했다. 주가가 하락한 종목은 54개(보합 종목 3개)밖에 없었다. “3월 19일 주식시장에 뛰어들었다면 웬만하면 수익이 날 것”이란 말이 거짓이 아니었던 셈이다.

국내 증시의 상승세는 ‘폭락 후 회복’이라는 공식에서 시작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의 ‘폭락 후 회복’ 경험이 주식 투자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3월 19일~7월 7일 개인투자자는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서 19조3391억원어치(3월 19일~7월 7일)의 주식을 순매수해 주가 반등을 이끌며 ‘동학개미운동’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다.[※참고 : 2007년 터진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와 그에 따른 글로벌 금융위기의 영향으로 2008년 10월 27일 261.19포인트로 하락했던 코스피지수는 2009년 5월 20일 562.57포인트까지 상승했다. 7개월여 만에 215.3%의 상승세를 기록한 셈이다.]

문제는 가파른 상승세의 뒤끝에 ‘거품’이 매달리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실물경제는 바닥을 기고 있는데 주가가 고공행진하고 있는 건 이상한 현상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상장법인 693곳(12월 결산법인)의 1분기 영업이익은 19조4772억원, 당기순이익은 11조33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1.2%, 47.8% 감소했다. 

실업률은 지난해 12월 3.4%에서 올해 5월 4.5%로 1.1%포인트나 상승했다. 전산업 생산도 5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다. 한국은행이 한국경제 성장률을 1998년(-5.1%) 이후 22년 만에 마이너스(-0.2 %)로 전망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터미네이터 랠리 언제까지…

그럼에도 주식시장의 상승을 점치는 목소리는 여전하다. 근거는 다양하다. 첫째는 이번 투자 열풍이 우리나라만의 얘기가 아니란 점이다. 미 나스닥지수는 3월 23일 6860.67포인트로 저점을 기록한 후 지난 7일 1만492.50포인트로 52.9% 상승했다. 일본 닛케이지수와 중국 상하이지수도 각각 36.6%, 23.8% 올랐다. 이는 ‘터미네이터 랠리(죽지 않는 주식시장)’란 신조어가 생긴 배경이다.

유동성이 넘쳐나는 것도 증시의 활황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정부는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1·2차 추가경정예산으로 24조원을 풀었고 30조원 규모의 3차 추경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3월 1.25%였던 기준금리를 5월 0.5%로 대폭 낮췄다.

그 결과, 시중에 풀린 유동성을 의미하는 광의통화(M2)량은 4월 3015조8163억원으로 증가하며 사상 처음으로 3000조원을 돌파했다. 여기에 정부의 강도 높은 부동산 규제정책으로 갈 곳을 잃은 돈이 주식시장으로 쏠리고 있는 것도 원인이다. 실제로 투자 대기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은 지난 7일 46조1771억원으로 지난해 7월 24조1077억원 대비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하지만 반론도 적지 않다. 일부 전문가들은 증시 조정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유동성에 따른 증시 상승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주식시장은 펀더멘털이 아닌 유동성의 힘으로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며 “여전한 경기침체 우려가 상승세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점은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어쨌거나 증시는 당분간 실적과 경기보다는 유동성에 좌우될 공산이 크다. 국내 상장사의 2분기 실적이 저조할 것으로 보여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코스피 상장사 153곳의 2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 추정치는 전년 동기 대비 23.3%, 순이익은 10.3% 줄어들 전망이다.

점점 커지는 증시 변동성…


전 세계적으로 확산세를 유지하고 있는 코로나19도 증시를 괴롭히는 요인이 될 전망이다. 주식시장의 변동성에 대응하는 것이 더 힘들어지고 있는 셈이다. 주가는 오르지만 언제 꺼질지 모르는 ‘살얼음판 장세’가 펼쳐질 수 있어서다. 최근 국내 증시가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 때문인지 시장에선 “최고의 투자 전략은 ‘BNP”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BNP는 ‘Buy and Pray’의 줄임말로 주식을 사고 난 후 오르기를 기도하는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높아진 탓에 전망이 쉽지 않다는 얘기다.

김광현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현재 증시는 밸류에이션으로 설명할 수 없다”며 “유동성이 밸류에이션을 비웃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유동성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시장에선 단기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시장의 성격이 언젠가는 바뀌겠지만, 그 시점을 예측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