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 CJ오쇼핑의 전략

음악전문 프로그램이나 공연장에서 볼 법한 뮤지션이 홈쇼핑에 등장했다. 자신의 이름을 내건 상품을 판매한 게 아니다. 무슨 이유에서일까. 유명밴드 ‘자우림’이 CJ오쇼핑에 등장한 이유를 취재했다. 

자우림이 CJ오쇼핑에 등장, 라이브 공연을 펼쳤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자우림이 CJ오쇼핑에 등장, 라이브 공연을 펼쳤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코로나19 사태가 확산하면서 유통업계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된 데다 오프라인 소비를 꺼려서다. 전문가들은 온라인과 홈쇼핑 업체들이 반사이익을 누릴 것이라는 전망을 쏟아냈다. 실제로도 그랬을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그렇지도 않았다. 최악의 시간의 보내고 있는 다른 유통업종과 비교하면 선방하긴 했지만 홈쇼핑 업계 역시 예년 수준을 유지하는 데 그쳤다. 주력 카테고리인 패션과 이미용, 여행 등에서 부진했던 것이 영향을 미쳤다. 해당 카테고리에 특화된 CJ ENM의 오쇼핑부문 1분기 취급액도 전년 동기 대비 4.9% 줄어든 9861억원에 그쳤다. 

홈쇼핑이 기대만큼의 성적을 올리지 못한 덴 백화점·아울렛 등 오프라인 유통채널들이 라이브 커머스를 적극 도입하고 있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 생방송 판매가 더 이상 홈쇼핑의 전유물이 아니란 얘기다. 이는 홈쇼핑 업계로선 리모컨을 멈추게 할 또 다른 대책이 필요해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 때문인지 CJ오쇼핑은 다시 ‘컬처 콘텐트’를 꺼내들었다. 매출엔 크게 영향을 미치진 않지만 소비자의 이목을 사로잡는 덴 이만한 게 없어서다. 

CJ오쇼핑은 2015년 가수 루시드폴의 새 앨범 소개와 그가 직접 수확한 귤을 판매하는 ‘귤이 빛나는 밤에(귤밤)’ 방송을 선보여 화제를 불러일으킨 바 있다. 당시 방송은 준비한 1000세트 상품이 9분 만에 매진될 정도로 인기였다. 

이번엔 관록의 록밴드 자우림이 새벽시간 CJ오쇼핑 방송에 등장했다. 새로 출시한 미니앨범 음원을 홍보하기 위해서였다. CJ오쇼핑은 지난 4일 새벽 1시 10분 ‘포도와 음악사이’라는 타이틀로 자우림 공연 특별 방송을 진행했다. 자우림의 공연과 함께 경북 경산의 거봉 포도를 소개했다. CJ오쇼핑 관계자는 “‘자줏빛 비가 내리는 숲’이란 뜻을 가진 자우림紫雨林과 어울리는 상품이 뭘까 고민하다가 포도 제품을 발굴해 방송을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코로나19 사태로 소비자들은 외출이 어려워지고, 농가는 판로가 막혀 힘든 상황에서 모두에게 활력이 되는 방송을 만들어보자는 취지였다”며 “공연 무대가 줄어든 뮤지션에게도 좋은 기회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라이브 커머스의 등장으로 설 자리가 줄어들고 있는 홈쇼핑이 소비자들의 리모컨을 멈추게 하기 위해 찾은 또 하나의 묘안이기도 하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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