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전문가 4人이 말하는 리스크

경기침체, 코로나19 재확산 우려 등 다양한 악재에도 국내 주식시장이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시장에 넘쳐나는 유동성이 주가를 떠받친 결과다. 하지만 유동성의 힘만으로 주가가 상승세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주가를 올릴 이유는 하나지만 끌어내릴 악재는 숱해서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증시 전문가 4명에게 펄펄 나는 주식시장의 리스크를 물어봤다.  

국내 증시의 상승세를 막을 악재가 숱하다.[사진=뉴시스] 

“주가 상승 여력은 충분하다.” “변동성이 커지는 것은 증시 조정의 징조다.” 지난 3월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한 국내 증시의 방향성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추가 상승이 가능하다는 의견과 일찌감치 버블이 끼기 시작했다는 신중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추가 상승을 전망하는 이들은 막강한 유동성의 힘이 주가 상승을 견인할 것이라고 얘기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개인투자자는 올 2분기까지 코스피시장에서 32조원의 순매수세를 기록했다”며 “개인투자자의 매수세가 계속되고 있다는 걸 감안하면 추가 상승 여력은 충분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 유동성이 넘쳐나고 있다”며 “단기적인 변동은 있겠지만 상승 추세는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주식시장은 한 치 앞을 예상하기 힘들다. 잘나가던 증시의 상승세가 돌발변수에 꼬꾸라진 것이 한두 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올해 초 잘나가던 주식시장의 상승세를 꺾은 것도 코로나19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였다. 증시에 리스크로 작용할 악재가 무엇인지 살펴야 하는 이유다. 그렇다면 주식시장을 괴롭힐 수 있는 악재는 무엇이 있을까.

■코로나19 재확산 우려 = 이제는 변수가 아닌 상수로 자리매김한 코로나19는 여전히 증시를 흔들고 있다. 확진자 수의 규모가 주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어서다. 이런 점에서 코로나19의 영향력은 강해질 공산이 크다. 7월 들어 전 세계 확진자 수가 하루 평균 19만명을 넘는 등 재확산 조짐을 보이고 있다.

더 큰 문제는 9월 이후다. 코로나19의 사망자가 크게 증가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증시의 가장 큰 변수는 여전히 코로나19”라며 “북반구가 겨울에 접어드는 3분기가 가장 큰 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여름인 지금은 확진자 수의 증가세에 비해 사망자는 많지 않다”며 “하지만 호흡기 질환이 증가하는 겨울에 확진자뿐만 아니라 사망자까지 늘면 이전과는 다른 상황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가능성이 없지 않은 전망이다. 겨울로 접어든 남반구 국가인 브라질과 멕시코의 코로나19 확진자 수와 사망률이 심상치 않아서다. 브라질의 확진자 수는 171만3160명(9일 기준)으로 미국 다음으로 가장 많다. 멕시코의 사망률은 11.9%에 이른다.

11월 미 대선과 맞물려 2차 확산이 발생하면 증시 미칠 충격은 더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금 증시를 받치는 건 유동성이고, 하락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은 코로나19와 펀더멘털”이라며 “미국 대선 정국에서 코로나19 사망자 수가 가파르게 증가하는 것이 가장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그는 “지지율에서 뒤처져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코로나19를 대선 국면에서 어떻게 활용할지 예상하기 어렵다”며 “기업의 펀더멘털 개선, 코로나19 백신 개발 등 새로운 상승 요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주가 조정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흡한 기업 실적 개선 = 상장기업의 불투명한 실적 개선 가능성도 증시 상승세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기업실적이 저조한 상황에서 주가만 오르는 건 실물경제와의 괴리가 커지는 꼴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하반기가 더 걱정이라는 의견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정용택 센터장의 말을 들어보자.

“2분기보다 3분기가 더 걱정이다. 2분기는 기업실적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 어닝 쇼크보다는 서프라이즈가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2분기 높아진 눈높이가 3분기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최근 기업실적을 보면 매출액은 감소하고, 영업이익은 비슷하거나 조금 줄어드는 모습이 나타난다. 언뜻 봐도 투자비와 인건비 등을 줄였기 때문인데, 이는 향후 기업의 성장을 막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이 때문인지 기업의 실적보다는 위험관리 역량을 살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증시가 조정을 받을 수 있는 이유는 여전히 무궁무진하다”며 “그럼에도 투자자의 성장가치를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의 실적이 얼마나 좋아지고 나빠지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기업의 대응”이라며 “지금은 숱한 리스크를 컨트롤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를 살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유동성 파티 언제 끝날까 = 증시를 떠받치고 있는 유동성을 두고도 이견이 있다. 대부분의 전문가는 지금이 유동성 파티의 초입이라고 진단했다. 0.5%의 초저금리와 정부의 재정확장 정책이 유지되고 있어서다. 김형렬 센터장은 “제로금리가 막 시작된 만큼 자산시장이 자극을 받는 건 당연한 일”이라며 “넘쳐나는 유동성을 감안하면 시장이 가진 상승 에너지는 충분해 보인다”고 전망했다.

주목할 점은 이런 유동성 파티가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다. 세계 각국은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갑작스럽게 늘린 재정지출을 경제 정상화 속도에 따라 얼마든지 줄일 수 있다. 최석원 센터장은 “경기침체가 계속되면 주요국 정부는 계속해서 돈을 풀 것이다”면서도 “무차별적인 유동성 공급의 출구를 고민하는 시점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업이 힘드니까 돈을 풀고 있지만 유동성으로도 살아나지 않는 기업을 위해 돈을 풀어야 하느냐는 의문이 생길 수 있다”며 “이런 시각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시장은 부담을 느낄 것”이라고 꼬집었다.

여전한 코로나19 재확산 우려

2013년 벤 버냉키 전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의 양적완화 축소 발언 이후 발생했던 긴축발작(taper tantrum) 위기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미 유동성 장세의 끝에 다다랐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종우 증권칼럼니스트는 “이미 시장에선 유동성 장세의 마무리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며 “급격한 거래 증가, 시장 과열, 종목 간 수익차 심화 등이 이를 보여주는 시그널”이라고 말했다. 그는 “실물경제와 주가가 큰 괴리를 보이는 것 자체가 거품이 끼고 있다는 경고일 수 있다”며 “코로나19의 확산으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시작된 조정국면은 그 골이 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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