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시 5년 당근마켓 왜 인기인가

국내 중고거래 업계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습니다. 스타트업 ‘당근마켓’이 무섭게 성장하고 있어서입니다. 지역 커뮤니티를 무기로 당근마켓은 온라인 중고거래의 역사를 이끌어 온 업계 1위 ‘중고나라’에 도전장을 던진 지 오래입니다. 파 한단, 고기 한점까지 거래할 정도로 특징도 독특합니다. 출시된 지 5년밖에 되지 않은 이 앱이 인기를 끌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요? 더스쿠프(The SCOOP)가 당근마켓의 저력을 살펴봤습니다.

다양한 물품이 거래되는 당근마켓이 한국 중고물품 거래플랫폼 1위로 올라섰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다양한 물품이 거래되는 당근마켓이 한국 중고물품 거래플랫폼 1위로 올라섰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한국에서 온라인 중고물품 거래가 활발해진 때는 언제부터일까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중고나라’가 등장한 이후라고 말할 겁니다. 2003년 네이버의 온라인 카페에서 시작한 중고나라는 게시판을 통해 누구나 쉽게 물건을 사고 팔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했습니다. ▲물건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사진 올리기 기능 ▲판매 여부를 알려주는 댓글 기능 등이 중고물품 거래를 하는 데 꽤 유용하게 쓰였고, 많은 소비자가 중고나라를 찾았습니다.

그 덕분인지 중고나라는 현재 가입자 수만 1835만여명에 이를 정도로 거대한 커뮤니티가 됐습니다. 이는 네이버는 물론 모든 포털 카페를 통틀어 회원 수 1위로 기록됐습니다. 1년 거래액도 3조5000억원(2019년 기준)에 이릅니다. 네이버가 카페 기능으로 안심번호(판매자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임시 전화번호를 발급하는 기능), 판매가격 기입란을 추가해 줄 정도였으니, 중고나라가 얼마나 활발하게 운영됐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중고나라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2016년 4월 모바일 앱버전을 출시하면서 서비스를 강화했습니다. 앱에 상품을 올리면 카페에도 글이 동시에 올라가도록 연동해 기존 카페 회원들을 잃지 않도록 신경도 썼습니다. 이렇게 중고나라가 흥행에 성공하자 다른 중고거래 서비스도 우후죽순 생겨났습니다. 시대가 시대인 만큼 이들 서비스는 온라인 카페가 아닌 모바일 앱으로 시장에 진출했죠. 하지만 중고물품 거래의 ‘원조’ 격인 중고나라의 아성을 넘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최근 두각을 보이는 업체가 있습니다. 바로 ‘당근마켓’입니다. 2015년 7월 출시한 앱인데, 무엇보다 성장속도가 빠릅니다. 시장조사업체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해 3월 당근마켓의 월 사용자 수는 446만4179명으로 중고거래 앱 중 1위를 차지했습니다. 2위인 ‘번개장터(134만7206명)’와 3배 이상 차이가 나는 수준입니다. 앱을 설치한 기기 수도 660만7412대로 중고나라(136만7718대)와 압도적인 격차를 보이고 있습니다. 거래액만 해도 2019년 현재 7000억원에 이릅니다.

당근마켓이 짧은 기간에 급속도로 인기를 얻은 비결은 무엇일까요? 해당 앱을 사용하는 이용자들의 특징을 살펴봅시다. 당근마켓의 주요 고객층은 중고나라와 마찬가지로 30~40대입니다. 성별로 보면, 여성(60.4%) 이용자가 남성(39.6%)보다 훨씬 많습니다. 이는 남성 이용자가 53.5%를 차지하는 중고나라와 다른 점인데, 중고거래 앱 사용자의 57.9%가 여성(모바일인덱스·3월 기준)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당근마켓이 더 유리하다고 볼 수 있겠네요.

하지만 이것만으론 당근마켓이 인기를 얻은 이유를 설명하기 힘듭니다. 업계 관계자들은 당근마켓의 독특한 시스템이 단기간에 이름을 날릴 수 있었던 비결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당근마켓에서 물건을 사고 파는 과정은 이렇습니다. 구매자는 자신의 동네를 설정한 후 동네 사람들이 올린 물품 리스트를 확인합니다.

그중 마음에 드는 물건이 있으면 채팅으로 판매자와 대화해 원하는 날짜와 장소를 정해 직거래합니다. 거래 후엔 상대방의 매너를 평가할 수 있는데, 이 정보가 쌓여 판매자 프로필의 ‘매너온도’를 결정하게 됩니다. 판매자의 신뢰도를 사전에 파악할 수 있는 중요 정보가 되는 셈입니다.

다른 중고거래 앱과 비슷한 듯한데, 무슨 차이점이 있다는 걸까요? 다른 업체들이 효율적인 물품 거래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집중한 반면, 당근마켓의 초점은 현재 위치를 기반으로 지역 주민들 간 커뮤니티를 만드는 겁니다.

중고나라의 단단한 아성

당근마켓의 서비스 중 하나인 ‘동네생활’만 봐도 알 수 있죠. 이 공간은 중고거래뿐만 아니라 다양한 지역주민들끼리 다양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도록 꾸며져 있습니다. 동네의 맛집 정보를 공유할 수도 있고, 글쓰기 기능을 통해 육아 문제, 자녀 진로 등 다양한 생각을 주고받는 것도 가능합니다.

당근마켓의 매력은 또 있습니다. 동네 주민들끼리의 직거래가 주를 이루다 보니 다른 중고거래 앱에서 보기 힘든 물품이 등장한다는 점입니다. 파 한단, 고기 한점 등 택배로 거래하기 어려운 식재료를 거래하기도 하고, 아예 무료로 나눠주겠다는 사람도 나옵니다. 동네 단위로 거래가 이뤄지기 때문에 사기행위가 벌어질 확률도 낮습니다. 이처럼 당근마켓이 신뢰를 기반으로 한 지역 주민들의 ‘소통의 장’ 기능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당근마켓은 지역 주민들의 의사소통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사진=당근마켓 제공]
당근마켓은 지역 주민들의 의사소통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사진=당근마켓 제공]

당근마켓은 이런 커뮤니티 기능을 무기로 인기를 얻는 데 성공했습니다. 지난 2월 당근마켓이 공개한 ‘침투율’은 이를 잘 보여줍니다. [※참고 : 침투율은 특정 지역의 25 ~55세 인구 대비 당근마켓 이용자 비중을 뜻합니다.] 당근마켓에 따르면 서울시(36.0%), 대전시(50.0%) 성남시 분당구(62. 0%) 등 주요 지역에서 의미 있는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특히 제주도의 침투율은 81. 7%에 달합니다. 다시 말해 제주도 25~55세의 81.7%가 당근마켓을 이용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렇다면 이대로 당근마켓은 다른 중고거래 앱들을 누르고 시장의 1인자가 될 수 있을까요? 아직 장담하긴 이릅니다. 중고나라를 운영하는 큐딜리온은 지난 5월 중고나라의 월 이용자 수가 1306만명을 기록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중고나라 앱과 네이버 카페를 합한 것으로, 당근마켓의 월 사용자(446만4179명·3월 기준)보다 3배가량 많은 수입니다. 큐딜리온 관계자는 “중고나라의 근간은 카페에 있다”면서 “앱 이용자 수를 비교하는 방식만으론 업체 간의 경쟁력을 설명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동네서 거래해 사기 줄어

중고나라에서 별별 상품들이 거래되고 있다는 점도 당근마켓과 차별화됩니다. 중고나라는 포클레인 같은 중장비부터 토지·별장까지 거래품으로 등록할 수 있습니다. 최근엔 다양한 수익모델도 구상 중입니다. ‘드랍쉬핑’이 대표적인 사례인데, 판매자가 물건을 팔면 도매업자가 가진 물건을 구매자에게 직접 보내는 방식입니다. 판매자는 도매업자가 지불하는 판매 수수료를 챙길 수 있어 머지않아 적극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없는 게 없는 중고나라와 커뮤니티를 강점으로 내세운 당근마켓. 각자의 장점이 뚜렷한 두 업체 중 승리의 여신은 어느 쪽에 미소를 지을까요? 결과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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