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 물류센터의 고민

5월 쿠팡의 부천 물류센터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 많은 인력이 함께 일하는 데다 방역수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면 자동화 설비를 갖춘 SSG닷컴은 리스크가 덜했다. 그렇다면 SSG닷컴의 물류센터는 미래지향적일까. 꼭 그런 건 아니다. SSG닷컴에도, 쿠팡에도 풀어야 할 숙제가 있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코로사 시대와 물류센터의 고민을 취재했다. 

쿠팡은 물류센터 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물류센터 운영 중단 사태를 겪었다.[사진=연합뉴스]
쿠팡은 물류센터 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물류센터 운영 중단 사태를 겪었다.[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사태 초기 쿠팡ㆍSSG닷컴 등 이커머스 기업은 수혜를 톡톡히 누렸다. 전염병 확산 우려에 ‘온라인 장보기’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쿠팡의 경우 지난 2월 가파르게 늘어난 주문량에 대응하기 위해 비상체제에 돌입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5월 쿠팡의 부천 물류센터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두 업체의 희비가 엇갈렸다. 이태원 클럽발 N차 감염사례로 부천 물류센터 내에서 152명의 확진자가 발생하자 쿠팡은 센터 운영을 한달여 중단하고, 보관 중이던 234톤(t) 규모의 상품을 전량 폐기했다. 방역조치도 강화했다.  

모든 물류센터에 열 감지기를 설치하고 매일 방역 작업을 실시했다. 이후에도 쿠팡의 고양 물류센터(5월), 덕평 물류센터(6월) 등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지만 추가 확진자는 나오지 않았다. 고양 물류센터는 15일 만에, 덕평 물류센터는 4일 만에 재가동됐다.[※참고: 쿠팡 측은 부천 물류센터의 경우 ‘이태원 방문 학원강사’의 거짓말로 인해 접촉자 확인과 격리가 지연되면서 추가 확진자가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쿠팡이 주춤한 사이 SSG닷컴 등은 반사효과를 누렸다. 쿠팡 부천 물류센터 관련 확진자가 100명에 육박한 5월 29일 SSG닷컴 새벽배송 매출액과 주문 건수는 전일 대비 40%, 15%씩 늘었다. SSG닷컴 관계자는 “소비자의 유입 경로를 명확히 판단할 수는 없지만 쓱닷컴의 매출액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흥미로운 점은 이번 사태를 통해 두 업체의 서로 다른 물류시스템을 엿볼 수 있다는 점이다. 방역수칙 준수 여부와는 별개로, SSG닷컴 물류센터의 근무자간 집합도는 쿠팡보다 상당히 낮고 근무 인력도 적다.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 리스크 관리가 상대적으로 용이한 셈이다. 반면 상품 가짓수(SKU), 일자리 창출 면에선 쿠팡의 시스템이 유리하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두 업체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물류센터 ‘자동화율’이다. SSG닷컴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인 네오 001~003는 물류작업과정의 80%가 자동화돼 있다. ‘GTP(Goods To Person)’ ‘DPS(Digital Picking System)’ 시스템을 구축했기 때문이다.  


이는 고객이 주문한 상품을 작업자가 일일이 찾으러 가지 않고, 셔틀과 트레인을 활용해 작업자에게 가져다 주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SSG닷컴은 물류센터 인력을 최소화할 수 있다. SSG닷컴 물류센터 3곳에서 근무하는 인원은 각각 250~300명 안팎이다.

반대로 쿠팡은 작업자가 직접 상품을 찾으러 가는 ‘랜덤 스토(Random Stow)’ 방식을 택하고 있다. 한정된 공간을 최대로 활용하기 위한 방식으로, 상품을 주문빈도 · 재고 등을 고려한 알고리즘에 따라 배치해 놓으면 작업자가 가지러 간다.

SSG닷컴은 자동화 설비를 통한 물류 효율화를 이어갈 방침이다.[사진=SSG닷컴]
SSG닷컴은 자동화 설비를 통한 물류 효율화를 이어갈 방침이다.[사진=SSG닷컴]

‘속도’ 면에서 효율적이지만 당연히 더 많은 ‘사람 손’을 필요로 할 수밖에 없다. 부천시에 따르면 지난 5월 쿠팡 부천물류센터에서 근무한 인력은 1600여명에 달했다. 그중 상시 근무자는 1000여명, 나머지는 일용직 근로자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SSG닷컴과 비교하면 쿠팡이 훨씬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한 셈인데, 이는 인건비 부담 등 단점도 있지만 장점도 있다. SSG닷컴처럼 자동화 물류센터에선 제품을 규격화해야 하기 때문에 상품 크기나 품종이 한정적이다. SSG닷컴의 경우 감자 1봉, 당근 1봉, 즉석밥처럼 규격화가 가능한 신선식품이나 가공식품 비중이 65%로 높은 편이다. 품목 수도 최대 5만3000여개(네오 003기준)다.  


반면 쿠팡은 ‘다품종’을 지향할 수 있다. 로켓배송(쿠팡이 직매입해 판매하고 익일 배송하는 상품)이 가능한 상품 가짓수가 600만개에 이르는 이유다. 장점은 또 있다. 쿠팡은 자동화 설비에 올인할 필요가 없어 물류센터를 임차해 사용하면 된다. 쿠팡이 전국 168곳에 물류센터를 운영할 수 있었던 것도, 전국 단위의 로켓배송을 빠르게 확대할 수 있던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반면 자동화에 초점을 맞춘 SSG닷컴은 부지를 매입해 자동화 설비를 갖추는 만큼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 현재로썬 SSG닷컴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를 통해 배송 가능한 지역은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에 국한된다.

그렇다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물류 시스템은 쿠팡과 SSG닷컴 중 어느 쪽을 향할까.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물류센터 자동화에 속도가 붙을 거라는 전망을 내놓는다. 쿠팡으로선 향후 어떻게 공정을 리뉴얼하느냐가 숙제로 남은 셈이다. 서용구 숙명여대(경영학) 교수는 “쿠팡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어떻게 공정을 리뉴얼하고 대응하느냐에 따라 향후 판도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커머스가 풀어야 할 과제  


기회를 잡은 SSG닷컴에도 숙제는 있다. 자동화 물류센터를 확대할수록 일자리 창출은 줄어들 수밖에 없어서다. 안승호 숭실대(경영학) 교수는 이렇게 설명했다. “미국 이커머스 업체 아마존 역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물류 시스템 완전 자동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번 계기로 물류 시스템 자동화가 더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에 따른 일자리 감소를 피할 수 없다는 점은 풀어야 할 숙제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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