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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택트 시대와 이색 자판기

비대면 바람을 타고 신선식품 자판기가 뜨고 있지만 시장을 살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사진=더스쿠프 포토]
비대면 바람을 타고 신선식품 자판기가 뜨고 있지만 시장을 살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사진=더스쿠프 포토]

“야, 세상 참 좋아졌다.” 서울 중구 충무로역 인근 무인 신선식품 매장 ‘프레시스토어’를 찾은 한 60대 남성이 감탄사를 내뱉었다. 이 매장에는 냉장·냉동식품 자판기 3대가 들어서 있는데, 주요 제품은 ‘고기’다. 이베리코 갈비살·소갈비살·부채살·양갈비 숄더백 등 깔끔하게 포장된 각종 고기가 기계를 채웠다. 고기는 한 팩당 300~400g 안팎으로 2~3인이 먹기 적당한 양이다. 가격대도 5900원(대패삼겹살)부터 1만1500원(이베리코 갈비살)으로 저렴한 편이다. 가게 벽면에 걸린 ‘고객의 소리 게시판’엔 “가격이 너무 착하다” “소포장 야채도 넣어 달라” “대박 났으면 좋겠다” 등 평이 줄을 이었다. 

코로나19로 비대면(언택트·Untact) 시장이 폭발적으로 확산하면서 신선식품 등을 파는 ‘스마트 자판기’가 재조명받고 있다. 스마트 자판기는 사물인터넷(IoT) 기술이 접목돼 제품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유통기한이 짧은 샐러드·육류·간편식 등 냉장·냉동식품을 취급할 수 있는 이유다. 이런 스마트 자판기를 적극 도입하는 곳은 무인판매 플랫폼 사업을 활발하게 진행 중인 식품·편의점 업계다. 

풀무원은 지난해 5월 ‘출출박스’라는 이름의 스마트 자판기를 론칭했다. 출출박스엔 소포장 과일·샐러드·유제품·식사대용 간편식·유기농 간식 등 각종 풀무원 제품이 들어있다. 세븐일레븐은 2018년 업계 최초로 오픈한 자판기형 편의점 ‘세븐일레븐 익스프레스’에 도시락·간편식 등을 판매하는 자판기를 도입했다. 세븐일레븐 익스프레스는 리조트·골프장을 중심으로 확장 중이다. 서울 종로구 혜화역 인근에서 샌드위치·샐러드 자판기를 운영하는 ‘어반프레쉬’ 관계자는 “제품 공급이 원활해지는 대로 지점을 늘릴 예정”이라며 “비대면 시장의 성장과 인건비 감소라는 장점 덕에 신선식품 자판기 시장의 전망이 괜찮다”고 말했다. 

하지만 신선식품 자판기 시장이 보편화할지는 의문이다. 우선 국내 자판기 시장의 침체가 심각하다. 한국자동판매기공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자판기 시장은 임대 미니 커피자판기를 중심으로 2003년까지 성장했지만 이내 부진에 빠졌다. 꽃자판기, 달걀자판기 등 이전에 출시된 이색 자판기가 ‘반짝 인기’에 그쳤다는 점도 따져봐야 한다. 신선식품 자판기 역시 이색 자판기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적지 않아서다. 

업계 관계자는 “과당 경쟁으로 시장이 포화한 데다, 기계 값 대비 수익이 기대치를 밑돌았다”면서 “대기업에서 우후죽순 내놓은 아이스크림(배스킨라빈스)·햇반 자판기(CJ제일제당)도 주목을 받았지만 이는 소비자의 이목을 끌기 위한 마케팅 수단에 그쳤다”고 꼬집었다. 김지완 한국자동판매기공업협회 부장은 “신선식품 자판기가 가격 등 메리트를 확보해야 마트로 향하는 소비자의 발길을 잡을 수 있다”며 “특히 접근성이 좋은 곳에 입점해 소비자의 경험을 늘려 인식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심지영 더스쿠프 기자
jeeyeong.shim@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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